데빌스 스타

데빌스 스타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 데빌스 스타 >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다섯번째 이야기이다.

이번달 스토킹 도서인 < 레오파드 >를 읽기 위해 해리 홀레 이야기를 다시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오고 있는데... 아~ 숨가쁘다. 이 책의 마지막장을 읽은 이후에 드는 느낌은, 막 전력질주를 끝낸듯한 기분과 같은 것이다. 너무 숨이 차다. 갑자기 '요 네스뵈'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진다. 어떻게 이런 숨가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인가 말이다. < 데빌스 스타 >는 한 연쇄살인범에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 레드 브레스트 >, < 네메시스 >를 거치는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의 종지부를 찍는 편이기도 하다. 아마도 '오슬로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책들은 순차적으로 읽지 않고는 느낄수 없을테다.

방황하던 자신을 붙잡아 주던 친구같은 파트너 엘렌의 죽음, 그녀의 죽음후에도 자동응답기에 메세지를 남기던 해리의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왜 그렇게 엘렌의 사건에 집착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 세권에 걸쳐 등장하는 악당 톰 볼레르. < 레드 브레스트 >부터 톰 볼레르가 '프린스'라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고 엘렌이 어떻게 살해되었는지는 이미 독자는 알고 있었다. 관건은 해리가 어떻게 엘렌 사건의 실체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리고 톰볼레르의 정체를 어떻게 밝히는가였다. 수사는 해리가 하는데, 왜 내 손에 땀이 차는건지 말이다. 역시 해리와 독자는 한팀이다. 또한 사건에만 너무 몰두하는 그리고 해리도 전남편과 마찬가지로 알콜중독자이기에 라켈은 그를 받아들였다가도 밀쳐내기도 한다. 하지만 온전히 밀쳐내지 못하는 이유는 둘 사이를 끈끈히 연결하고 있는 올레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제 다시 오지 않을꺼냐며 홀로 경찰청으로 해리를 찾아오거나, 아저씨라는 호칭에서 아빠라는 호칭으로 바뀔때, 왜 내가 흐뭇한거냐구....(순간 < 스노우맨 >의 올레그가 생각나서.. 더 흐뭇)

해리는 술에 취해.. 아니면 더이상 진척이 없는 사건에 대한 회의감인지 그야말로 술에 쩔어 출근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마침 휴가철이라서 그의 보스인 묄레르가 휴가처리를 했지만 도무지 나아지질 않았다. 극단의 조치였겠지만 해고서를 썼고, 총경의 싸인만 남았다고 마지막 경고까지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연쇄살인범을 잡고 난 후에 총경은 아직 해고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가 경찰에 계속해서 남아있기를 바란다. 더군다나 톰 볼레르의 비리도 함께 밝혔으니 당연한 처사겠지만. 총경은 해리에게 물었다. "생각. 의심이 언제 들었는지 묻는거야. 단서를 범인과 연결시킨 생각이 뭐냔 말일세. 영감의 순간은 언제였나? 그 생각을 맨 처음 하게 만든 것은 뭐였지?". 해리는 항상 생각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이러니 해리는 천상 형사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피아노가 완벽하게 조율되면 소리가 좋지 않습니다. 완벽한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온기랄까, 진정성 같은 게 사라지죠"

"사냥꾼은 다들 알고 있죠. 어둠속에서 먹이를 볼 때는 똑바로 바라보지 말고 약간 옆을 봐야 한다는 걸. 사실을 바라보는 걸 멈춰야 비로소 들을 수 있었습니다." (p.582)

[오늘의 한문장] 데빌스 스타

사람들은 겁이 나면 더 쉽게 흥분한다 - P46

탐정 홍련

탐정 홍련 - 철산사건일 ㅣ 한국추리문학선 14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11월

어릴때 즐겨 읽던?, 알던?, 듣던? 뭐라고 해야하는지... 하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 "장화 홍련"이야기가 이수아 작가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제목부터가 유독 눈길을 끌었던 책인데, < 마담 타로 >의 그 이수아 작가님 책이라니^^ 당시 < 마담 타로 >를 읽을때도 입에 착 감기듯 읽어 나갔는데, 이 책도 600여페이지에 달하면서 가독성도 꽤 좋고, 재미도 보장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옛날의 "장화와 홍련"은 계모의 모략으로 억울하게 죽어 그 한을 풀어달라고 사또에게 나타나 하염없이 울기만 했었는데, 이 책의 장화와 홍련은 꽤 활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특히나 마음에 든다.

철산에 새로 사또가 부임하자 마자 장화홍련 귀신 자매로 인해 죽어나간다.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인가. 하지만 더 원통(?)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황 대감댁 소실인 원추리 마님이다. 그녀는 바로 홍련이었다. 버젓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혼백이 되어 사또를 죽인다니... 황대감은 홍련의 친모와 친구사이였다. 언니 장화가 혼례도 안치루고 아이를 낳았다고 누명을 쓰고 자살하고, 아버지는 사라지고, 홍련이마저 죽다 살아난 상황에서 친구의 딸을 거둘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믿을수 있는 집안에 양녀로 보냈는데, 그 집이 역모로 몰리면서 홍련이는 관노가 되었다가 그녀의 영특함으로 의녀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의녀는 양반의 첩실이 되어 궁에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표면상으로만 소실로 삼아 자유의 몸이 되게 해준 것이다. 그런데 철산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홍련은 나설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홍련의 간절함에 황대감은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귀신 보는 사또 정동호와 그에게만 보이는 활달한 장화. 그리고 의녀로 일하는 홍련과 홍련의 호위 무사 무영. 그리고 동호와 홍련의 수족같은 쉰동이와 방울이. 이들의 티키타카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펼쳐진다. 왜 자꾸만 사또들은 죽어나갔는지.. 억울한 사연을 가진 혼백들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유독, 철산에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폐읍이 되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계속해서 홍련의 목숨을 노리는 계모까지.. 이야기는 정말로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한시도 눈을 떼기가 힘들에 만드는 것이 작가의 필력에 감탄만 할 따름이다. 하지만, 계모의 존재나 아직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이야기가 끝나버려서 '아니 벌써 이렇게 끝나면... 열린결말일까... ' 했지만.. 집필후기를 보니 < 탐정 홍련 - 한양 사건 일지 >를 써야하는 숙제가 생겼다고 하시니, 이 기쁨을 어이할꼬. 게다가 한양뿐 아니라 완주, 탐라 등 조선팔도를 다니며 사건을 해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결정을 하셨다니, 작가님의 그 결정을 열렬하게 지지하며 벌써부터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가장 단순한 것이 늘 최선의 것이지

가장 단순한 것이 늘 최선의 것이지 - P56

자기 자신에게로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인간에게 거슬리는 것이 세상에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 P62

푸르게 빛나는

푸르게 빛나는 ㅣ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이 책에는 「열린 문」, 「우물」, 「푸르게 빛나는」을 제목으로 하는 3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아무런 정보없이(나는 작가의 말이라든지, 작품에 관련된 것을 읽지 않는편이다.) 시작한 세편은 마지막 「푸르게 빛나는」에서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기침을 하는 것으로봐서 비염으로 힘들어하는 「우물」의 효민이 아닌가 싶고, 중간에 등장하는 노인은 「열린 문」에 관련있지 않나 싶다.

이 3가지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평상시에 느낄 수 있는 그런 두려움,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열린 문」에서 등장하는 초등학생 남매에게는 갑자기 선생님과 통화한 후, 핸드폰도, 태블릿 PC는 물론 컴퓨터 전원코드까지 잘린 집에 살고 있다. 늘상 핸드폰을 끼고 살던 남매는 더이상 할게 없어졌다. 늦은밤 오빠는 동생에게 도둑 잡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때 문득... 누군가 터벅터벅 올라온다.. 집에 엄마가 있나? 가출한 아빠가 돌아오는것이면 어쩌나... 계속해서 공포에 떠는 불안감... 그런데, 이 첫번째 이야기는 너무나도 짧아서 이해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마지막 상황은 무엇일까. 아직 난 단편을 극복하지 못한 것일까.

「우물」에 등장하는 '나'는 엄청난 액취증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도 그 냄새가 심해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자주 들르던 카페에서도 출입을 금지당할 정도... 그래서 친구는 비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 효민뿐이다. 그녀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출하면서도 여러번 옷을 갈아입는, 집에서도 함게 살 수 없는 그래서 '나'는 자존감도 꽤 낮은 편이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여인이 다가왔다. 그러면서 물때문이라고 한다. 검은물을 얻기 위해 그녀가 희생해야 하는 것은 무얼까. 「푸르게 빛나는」에서는 신혼부부인 규환과 여진이 등장한다. 무리를 해서 대출을 해 장만한 신축아파트. 여진은 푸른빛을 띠는 벌레를 발견하고, 입주자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카페지기는 의도적으로 관련된 사항은 지우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규환도 길어진 출퇴근시간과 많은 일감에 여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못한다. 여진은 더욱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프로듀서의 말에서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라는 말을 접했는데, 코즈믹 호러는 흔히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존재로 인한 공포, 인간이 지닌 어떠한 가치도 아무 의미가 없음을 말하는 절망적인 공포 정도로 정리(p.189)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에게 풍겨지는 의미가 그런 절망감이었을까. 파란 벌레에 존재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말로 자신이 잉태한 아이를 부정하는 건지, 파란벌레에 침투당했다고 여기는 건지 좀처럼 그것에 대한 공포가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달래려 해도 몸과 마음이 지친 규환의 위로도 듣지 않는 그런 절망감...글쎄, 이 장르에 대해서는 아직 명료하게 이해된 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렇게 구분하는 것 또한 아직 나에겐 어렵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기는 어떤 불안감을 느꼈다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