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밤하늘의 별이 된 당신의 가장 중한 사람을 위해서 행복해주세요.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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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 수명을 먹는 나의 수호신 YA! 15
명소정 지음, 리페 그림 / 이지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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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먹는 혜성이 다니는 학교에 이번에는 인간의 수명을 먹는 괴물이 등장한다.

혜성은 주차장에서 주운 깃털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두 팔을 벌린 기다란 것이 평범한 새의 깃털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입학하자마자 몸이 아파서 휴학했다가 다시 복학한 학생이 있다는 것도 수상하다.

성단은 그동안 계획했던 것을 오늘 실현하려고 한다. 빈 교실에서 뛰어내리려 창문을 열려던 순간 영명이 말을 걸어온다. 여기서 떨어진다고 다칠뿐 죽지도 않을거라며, 하지만 자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에 동의해 줄 사람의 서명을 받아온다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기억을 지워줄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그렇다. 영명은 혜성이 수상한 기운을 느꼈듯이 괴물이다. 게다가 수명을 먹는 괴물이었다. '괴물'이라는 말은 어쩐지 부정적인 의미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듯했다. 아마 그림이 삽입되지 않았더라면, 혜성이나 영명이를 꽤 무지막지한 모습으로 상상했을 것이다. 물론 학생의 모습으로 본모습을 숨겼지만, 1편의 책표지에서도, 그다지 반감없는 혜성이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영명이는 조금 오해했다. 겉모습은 말고, 경계하는 혜성이 탓에 그와는 달리 영명을 의심했다.

자신의 선택에 동의해줄 사람을 찾던 성단은 자신의 진짜 아픔을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고민을 꺼내놓지 못하고 속으로 곪을데로 곪아버렸는지 모른다. 누군가 그 고민을 자세하게 들어주었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영명은 어차피 죽을 아이의 수명을 먹는 괴물이 아니라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한 존재였다. 그런 영명의 역할을 해줄 어른들은 세상에 없는 걸까. 많은 이유로 아이들은 세상을 등진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과거는 지운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설령 기억의 형태로 남아 있지 않더라도 시간을 타고 쫓아와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p.232)

아직은 어린 아이들,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한 고민으로부터 도망가는 방법으로 세상을 등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영명같은 어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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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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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꽤 간결한 것 같다. 100여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소설 속 뉴스에서 흘러 나오는 "아일랜드 단식 투쟁"이라는 말로 1980년대 초반이 이야기의 배경임을 짐작하게 한다. 사실 책소개가 아니었으면 배경도, 시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좀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랄까... 가만보면 화자인 여자아이의 이름도 언급이 없는것 같다. 그냥 지나쳐 온건지 모르겠지만...

가난했던 집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아이는 엄마가 막내 동생을 출산하기 전까지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집에서와는 전혀 상반된 이 집에서는 무언가 그녀를 사랑스러운 존재로 부각시켜 주는 듯하다. 부부의 관심과 사랑이 낯설지만 소녀는 그속에 잘 녹아들어간다. 다만 좀 수다스러운 이웃집 아주머니 때문에 부부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세사람은 더 견고하게 맺어지지 않았나 싶다.

엄마는 드디어 동생을 낳았고, 드디어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기 전에 우물에 빠져 잠시 앓았던 소녀가 기침을 하자, 아빠는 아저씨에게 아이들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타박했다. 본인도 알지 않냐며 아저씨의 아픈 기억을 헤집어 놓는다. 이런 무례한 사람같으니라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개봉된다고 했는데, 과연 영화속 결말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만 보고싶지는 않다. 소설 속 결말이 아니라 다른 해석의 결론이라면 화가 날 것 같다. 친부모라고 해서 모든 이들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건 아니다. 차라리 소녀는 자신을 데려다 주고 떠나는 아저씨를 쫓아가 꼭 끌어안은채 그대로 킨셀라 부부의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사랑받으며 아이로서 당당한 보살핌을 받으면 살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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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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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즈음에 들어서 그다지 낯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고호 작가님 이야기였네. 당시에도 관심이 가긴 했었는데, 인연이 안 닿다가 이번에 개인적으로 고호 작가님 책을 스토킹하듯 읽다 만나게 되었다. 작가님 이야기는 꽤 다양한 소재로 꽤 흥미있다.

요즘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범죄 형태의 하나가 바로 '악플'이다.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있듯이, 심한 악플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과연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죄를 모면할 수 있을까. "세치 혀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손가락의 놀림으로 사람들을 잡는 세상이 된 것이다.

걸그룹 출신의 여배우 고혜나가 숨진채 발견된다. 그녀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고, 결국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혜나를 죽음으로 내몬 11명의 사람들이 '악플러 수용소'에 입소하게 된다. 악플은 단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서로 마주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이들은 100일간의 입소기간에 악플 필사와 낭독, 상담을 받게 되며 일주일간 공감지수를 가장 많이 받은 수감자는 '레드볼'을 획득하여 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레드볼은 한가지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누구나 레드볼을 획득하여 이 수용소에서 나가고 싶어했지만 레드볼은 이 상황의 조기 종료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형벌이 된다.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뻔하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처럼 말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이야기는 전해지면서 살이 조금씩 더 붙게 된다. 때론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누군가를 벼랑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거짓의 화살이 나를 향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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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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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이북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 부인과 함덕이 고모를 남겨두고 남쪽으로 내려오셔서 주희네 할머니와 결혼하시고 아빠와 작은 고모를 두셨다. 주희의 부모님은 몇년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종종 찾는 고모는 할아버지가 눈앞에 살아있는 자식은 안 찾고 죽은 자식들만 찾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어느날, 핸드폰으로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그런데 요상하다. 자기가 평양이란다. 뭐지? 자신은 회령으로 전화를 했는데 왜 자꾸 선생께서 받느냐며 남조선이 맞냐고 따진다. 서로 평양이 맞는지, 남조선이 맞는지 증명을 하란다. 급기야 험한 말도 오고간다. "니 조국 통일을 바라디 마라! 그 날 제일 먼저 니 머릿가죽 혁명적으루 뱃겨주갔어!!!(p.71)" 살벌한데 왜 웃음이 날까...^^;;

자꾸만 연결되는 전화에 주희와 설화는 친구가 된다. 17살 설화는 주희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꾸만 이야기가 어긋난다. 조심히 주희가 물었다. 혹시 지금 몇년도인지 묻는다. 1996년 7월 1일이란다. 헉! 주희는 놀란다. 그녀의 모니터 하단에는 조용히 2019년 7월 1일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독특한 소설이라고 할까. 마치 드라마 "시그널"처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통화가 시작된다. 게다가 상대는 평양에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실향민이시기도 하다. 23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1996년과 2019년을 오가며, 한국전쟁의 비극이 여전히 진행중임 비로소 실감을 하게 된다. 1996년의 설화의 이야기를 보면 북한사회가 엄청나게 폐쇄적임을 깨닫게 된다. 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자신들의 힘든 상황도 숨기기도 한다. 얼굴도 모르는 외할아버지가 월남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아빠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오빠는 외부 상황에 눈을 뜨고, 배신자라고 낙인이 찍혀 보위부로 끌려갔고, 설화네는 위기를 맞지만 아빠는 오빠와 의절을 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고 힘쓴다.

요즘 고호 작가의 책을 스토킹하듯이 읽고 있다. 떄론 스릴러를 선사도 하면서 휴머니즘도 보여주고 있는데 꽤 매력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 같다. 마지막 한문장까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설화와 주희도 어떤 인연이 있겠다는 짐작으로 읽어나갔는데.. 마지막에 제보를 해주려는 할아버지 너무나도 말이 많아서... 고만 입을 틀어막고 싶었는데.. 마지막장에서는 또 한번 고호 작가의 필력에 정말 또 한번 박수를 치고야 말았다. 돌아 돌아 돌아~ 감동적인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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