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천지윤 지음 / 몽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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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부 다 읽지는 않았지만, 유발 하라리의 < 사피엔스 >의 초반부에 언급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우리에게 여러 인간 종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만 년간 우리 종은 지구상의 유일한 인간 종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유일한 인류라고 생각하는데 익숙해 있다. 하지만 '인간'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호모 속에 속하는 동물'이고, 호모 속에는 사피엔스외에도 여타의 종이 많이 존재한다.(p.22, < 사피엔스 >)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언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호모 사피엔스', '호모 프로프리우스'라는 말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발생으로 인류의 50%가 사망하게 되었다. 이 상황 속에서 살아남는 이가 있다면 인간은 또다른 면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어떠한 욕심이 관여하게 된다면 자멸하는 길 밖에는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이는 자신의 생체시계가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은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백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더이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없음을 알고 조이는 잠든 가족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해솔은 조이가 연구하던 인공두뇌 시큐어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시큐어를 만들어낸 후 방대한 양을 기반으로 정확한 예측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고, 조이와 아들 마루를 잃은 해솔은 자취를 감춰버린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던 가온은 시큐리를 자신의 머리에 이식하는 방법을 택하고 만다.

작가는 앤솔로지 < 우주전함 강감찬 >에 「낙성」으로 발표했던 이야기에 앞뒤로 이야기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뭔가 열린 결말이었던 이야기가 장편소설로 변모를 하면서 꽉 닫힌 이야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요즘에는 AI가 주목받고 있는데, 인공두뇌와 인류를 공존할 수 없는지 곰곰하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본다. 시큐어가 인간을 지배하겠다는 농담같은 이야기와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인간을 위험하게 할 뻔한 행동에 조이는 생명에도 순서가 있다고 외친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어쩌면 인간이 지배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는 하다. 현재도 AI로 인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곳에 사용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조이의 "생명에도 순서가 있다고, 순서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해! 다른 건 모두 그 다음이라고!"라는 말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인공두뇌라면 어떤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수 있도록, 세상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이 제목 "호프"는 참으로 마음에 든다. 최악의 상황이어도 희망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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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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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재를 이 한권에 다 담았다. 동급생 습격을 쫓는 초등학교 명탐정을 다룬 「최초의 사건」에서는 설마 여기서 끝낼꺼야? 더 계속되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장편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집이라는 것을 보고, 이 이야기는 좀 더 길게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절멸을 앞둔 인류의 명운을 짊어진 범죄자를 다룬 「큰 손 악마」는 사실, 난해했다. 그래서, 역시 짧은 이야기는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겐가 했다. 하지만 연이어 등장하는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모틸리언의 손목」, 「천사와 괴물」을 읽으면서 그만 이야기에 쏙 빠지고 말았었다. 내가 단편집에 대해서 리뷰를 쓸 때는 제일로 맘에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편인데,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를 언급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모틸리언의 손목」을 읽을 때는 이 이야기가 제일로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싶기도 했다. 「천사와 괴물」을 읽을 때는 초반에는 그 맘이 변하지 않았지만, 결말에 이르렀을 때는 이 이야기가 제일로 마음에 들게 되었다. 작가는 그야말로 독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필력을 가진게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제일 이해 못했다고 생각하는 「큰 손 악마」도 한번 다시 읽어봐야될 듯 싶기도 한다.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는 유곽을 휩쓴 연쇄 독살 사건은 죽은 남자와 함께 나나코가 사건을 해결하는 문제인데, 배경이 유곽이라 그런가 살짝 언급되는 단어들이 조금 수위가 있다. 수만 년 전 화석의 수수께끼를 다룬 「모틸리언의 손목」은 마법사 이야기 해리포터에서 보통 인간을 '머글'이라고 불뤼듯 먼 훗날 새롭게 등장한 생물종들은 인간을 '모틸리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스스로를 '인간', '사람'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훗날 우리를 일컫는 말이 달라질 것이라는것을 생각조차 못했었다. 사실, 공룡들도 지금은 없다보니 화석이 발견될 당시 "왕도마뱀"으로 불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재밌는 발상이다.

「모틸리언의 손목」이 꽤 인상적이었기에 「천사와 괴물」을 그다지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는데,결말에 도달하면서 이야기에 너무나도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세계 끝의 카니발 속에 '앨프 로크엘의 놀라운 세계의 진실 박물관'으로 향했던 홀리와 월트. 그 박물관에는 난장이, 샴쌍둥이 자매 등이 있었다. 홀리는 자신들이 이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아버지는 사고로 죽었고, 어머니는 둘을 버렸다. 홀리는 어릴적 사고로 머리의 오른쪽 절반이 무너졌다. 홀리는 자신을 돌봐주는 고아원의 노먼은 자신을 '천사의 아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예전에 '천사의 아이'를 잃은 적이 있어서 만일을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은 월트에게 문제가 생길까 홀리는 고아원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앨프는 그들을 받아줄 생각은 없었고, 홀리는 이 팀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예언을 남기고 고아원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로 죽게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월트는 앨프의 팀에 받아들여졌고, 2년뒤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밀폐된 욕실에서 살인이 일어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추리가 시작된다. 마지막 편지를 읽게 되면 홀리는 물론 앨프 팀의 팀원들의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나도 애틋해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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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천지윤 지음 / 몽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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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윤 작가님의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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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해바라기
오윤희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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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검사 출신인 변호사 태연. 이혼 후 변호사로 전업한 그녀는 어느날 선배인 대표로부터 소년 범죄 사건 의뢰를 받는다. 공중 화장실에서 몰카를 촬영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된 수완이다. 정작 범죄를 저지른 수완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무심하게 사건을 바라보는데다가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는다. 검사출신이어서 그런지 태연은 과연 자신이 이 사건을 맡을 수 있을까 혼란스럽기도 한다.

아이의 눈엔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뜨고 있다기보다 벌어져 있는 것 같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우물을 닮은 아이의 눈에 담긴 건 그저 공허와 허무뿐이다.(p.34)

아주 오래전부터 소년범죄들이 있었을 텐데, 요즘 더 부각되는 것이 어쩌면 통신의 발달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게다가 범죄도 날로 진화해 간다. 무엇이 수완의 눈을 공허와 허무로 가득차게 했을까. 이 소설은 변호사 태연, 수완의 엄마 여정, 수환의 형 지완을 화자로 진행된다. 물론, 에필로그에서 수완과 태연의 딸 재희의 관점 또한 만날 수 있다. 나는 소설이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을 선호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결국엔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p.280)"라는 말처럼 같은 글을 읽으며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성향이 있어서 등장인물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제일로 좋은 것 같다. 재희는 태연과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인 서영의 아들 해준과 사귀다가 임신을 하고 만다. 갑작스런 하혈로 인해서 비로소 딸에게 벌어진 일을 태연은 알게 되었다. 그간의 일을 들은 태연은 서영을 찾아갔지만, 서로 등을 돌리는 관계가 되고 만다. 수완의 사건이 중심이 되어야 할 이야기에서 왜 재희의 이야기가 등장을 했는지, 딸만 있는 엄마와 아들만 둘인 엄마의 관점 차이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마지막의 재희의 이야기를 볼때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가 있었다.

큰 재앙은 한번에 생기지 않는다. 작은 균열이 점점 커지면서 큰 균열을 만들어 내고 만다. 수완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책을 다 읽고 나면 그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물론,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몰카 촬영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함에 있어서 책임은 회피할 수는 없지만, 그를 그렇게 궁지로 몰고 가게되는 상황은 정말로 아무 죄가 없다고 해야할까. 또한 엄마로서 태연과 여정의 입장에서 보면 균열을 키울지, 메꾸는지는 노력여하에도 달리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결과에 따라 여정을 질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의 균열도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와 소시오패스 등은 어쩌면 선천적인 것만은 아닌것 같다. 환경이 그들을 더 부추기 때문에 행동은 더 과감해지며 잔인해지는 것이 아닐까. 비단 개인적에 행동에만 국한 시킬수도 없을 수도 있다. 집단적인 행동이 얼마나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지도 우리는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절대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는 절대로 다시 찾을 수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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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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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이란'은 보지는 않았지만, 왜 제목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데, 그 영화의 원작을 쓴 작가가 바로 아사다 지로라고 한다. 책 < 파이란 >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어느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이라면 왜 먼저 책부터 읽고 싶어지는 것일까.

영산 미타케산에서 대대로 이어져 온 스즈키 신관 가문. 신직을 승계할 아들만 남고 나머지 자식들은 모두 산을 내려가야 했다. 그리고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많은 종형제들이 부모의 고향인 산곡대기 저택으로 모여들었다. 어린아이들은 커다란 방에 모여 베게를 나란히 두고 누워 이모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풍경을 읽으면서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명절이 되면 큰집에 모이게 되고, 사촌형제끼리 몰려 다니며 놀았고, 여름 휴가때도 함께 떠나서 쪼르륵 텐트를 쳐놓고 함께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짧은 단편들이 이어진 이야기인데, 유독 눈에 띄었던 이야기는 「산이 흔들리다」이다. 관동대지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다. 산 속에 있는 스즈키 저택에도 흔들림이 전해졌다. 지금처럼 연락이 자유롭지도 않은 시대에 외지로 나간 식구들의 신변도 확인할 수 없어 참 답답할 지경이었다. 지진이 발생하고 다음날 면사무소 호적계라는 젊은 관리와 오래전에 은퇴한 노순사가 신관을 찾았다. 미타케산을 비롯한 전 지역에도 계엄이 들어간다는 예보가 있을 것이라 알려주고 있다. 지진때문에 일시적인 군정이 실시되는줄 알았지만, 지진의 혼란을 틈타 불령선인이 폭동을 일으킬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불령선인'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들을 말한다. 모두 폭동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몸이 약해 신직을 물려받지 못했던 장남 이타루가 '불령선인의 폭동'은 흑색선전이라고 나선다. 소설속 인물이긴 하지만 이타루가 얼마나 고마운지. 혹시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었다. 관동대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던 적이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그때 조선인에게 가해졌던 일들은 정말로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는데, 어쩌면 그 때도 이타루와 같은 일본인들도 분명히 있었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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