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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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상 도심에서 살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바다라곤 보이지 않는... 그냥 흘러가는 계곡물 정도라고나 할까. 성인이 되고 나서 하루에 몇번씩 한강다리를 지나다니는 정도. 그래서 가끔 바다를 가게 되면 그야말로 익룡소리를 내면서 좋아라 했다. 그런데.... "그런데 여러분, 이건 바다가 아닙니다. 그저 바닷가지요.(p.17)" 두둥!!! 누가 과학자 아니랄까봐 이렇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으실까.. 하지만, 그 말이 맞다. 우리가 늘상 보는 강이나 호수는 지구 전체의 물 중에서 겨우 0.01%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바다는 전체 물의 97.4%를 차지하고 있으니, 내가 흥분하면서 보기 좋아하는 그 바닷가는 바다의 극히 일부분, 다시 말해 해양 가장자리의 극히 좁은 테두리에 해당할 뿐이다. 저자는 육지가 보인다면 아직 바다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바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직접 바다로 간 해양물리학자이다. 1년에 3~4번씩 배를 타고, 육지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나가서 여러가지 관측 장비를 바닷속에 설치한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과학적 원리를 발견한다. 참 신기한게 말이다. 자연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 과학자라는 사람들은 그 현상을 어떤 수식으로 표현하며 향후의 일들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자연 현상들이 그 수식에 맞춰서 행동한다고? 그런데, 정말로 그렇다. 어쩌면 자연 현상들이 수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많은 데이터들을 통해 자연현상에 맟춤 수식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이야기들을 만나면 참으로 오묘한 그 세계가 너무나도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나, 이 책을 읽다보면 바다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인류는 우주에까지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우주를 탐사하는 것보다 바다를 탐사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주는 그저 1기압이라는 대기압에서 진공의 환경이지만, 바다는 수심 10m마다 더해지는 1기압의 힘때문에 쉽사리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언제쯤 바다는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아마도 바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인류가 아니라 바다가 마음을 열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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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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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지영은 작은 지방도시 상산읍에서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서 다른 가족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오직 지영만을 알아보신다. 그래서 할아버지 병수발을 물론 병원비도 부담하고 있다. 언제나 지영의 귀에는 '위잉위잉 착착 쿵쿵'이 맴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6년째, 늘상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영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예전 초등학생때 잠깐 만났었던 은우를 만나게 된다. 은우는 지영에게 서울로 올 것을 제안한다.

지영은 서울로 올라가 은우가 대표로 있는 '사람저널'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은우는 마인트 컨트롤 능력이 있는데, 자신이 내민 손을 잡으면 누구든 무슨 일이든 그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영은 처음에는 어이없어 했지만, 차츰 은우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은우의 전여친이 지영에게 은우는 조현병이 있다고 밝히게 된다.

은우와 지영에게는 다르면서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둘은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초능력이라기 보다는 타인의 마음을 조금은 더 잘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아니면 조금은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표지만을 보면 달달한 봄날의 로맨스 소설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지영을 향한 사랑의 마음들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장르소설의 면모도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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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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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안전한 곳이여야만 한다. 더군다나 어린이들은 그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장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아니, 어쩌면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는지 모른다. 이 이야기 <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성추행과 폭력에서 살아왔던 한 여성이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굴레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여정을 담아낸 에세이이다.

일반적으로 가족을 상대로 하는 폭행과 폭언은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은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그것을 피해 집을 나오더라도 결국에는 가정으로 돌려보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참으로 비참하다. 저자도 어린시절 음흉했던 아버지로 인한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기까지의 그녀가 겪었을 고뇌가 전해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웠다. 더더군다나 방관자였던 혈연관계의 가족들. 정말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맞는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느꼈을 불안감을 제대로 적절하게 치료를 받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응어리로 남긴 이들이 얼마나 세상에 많을까.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난 후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부모를 버리겠다는 과감한 선언을 한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그녀의 결정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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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
한재우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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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문에 익숙하지가 않다. 물론 학창 시절에 한문을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컴퓨터로 한글을 사용하던 세대라 그런지, 한자를 보고 그에 맞는 글자를 고를수는 있지만 직접 쓰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선뵈어 주는 "네 줄에 담긴 한시의 멋과 운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글로 풀어져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시의 멋과 운율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하나도 아쉽지는 않다. 나는 한글에서 예쁜 감점들을 느꼈으니까 말이다...어째 지는 기분은 뭐지?

이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한 밤", 왜 그럴때 있지 않은가. 달을 멍하는 쳐다보는 날. 달 속에 산다는 토끼를 찾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는지.. 만약 내가 도심 중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길을 걷다 쳐다보는 것말고 정말로 달빛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적이 많지 않았을까. 게다가 "호월애미면(好月愛未眠)(p.13)"라는 싯구 보다는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라는 말이 더 예쁘게 들리지 않는가. 물론 한시를 읽을 줄 알면 "호월애미면"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 나에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마냥 진가를 모르니 많이 아쉽다.

유독 눈길이 끌었던 시가 있다. " 산봉우리 천 겹 만겹이라 / 구름 걷히니 그 모습 웅장하고 / 곤하여 조는 아이 / 책상에 얼굴 방아 찧는다네" 책을 펴놓고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책상에 얼굴 방아"를 찧는다는 표현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예전에 학원에서 강의를 할 적에 피곤함에 혹은 노곤함에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이 너무 설명을 잘해서 잘 알아듣겠냐는 이야기지라고 아이들을 환기시켰다. 혹여 고개가 뒤로 넘어갈라치면 그렇게 선생님 수업이 감동적이냐며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는데, 낮이나 밤이나 학교로 학원으로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곤할까. 그날의 모습들이 생각나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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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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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라는 책을 읽었었다. 이 책은 누구나 아는 옛날 이야기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추리소설로 변화시켰다고 했었다. 그런데, 사실 일본의 옛날 이야기를 잘 모르니 얼마나 상상력이 덧입혀졌는지 알 수 없었었다. 하지만, 홍정기 작가의 책 < 전래 미스터리 >는 너무나도 잘 아는 이야기인지라 몰입도가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 < 전래 미스터리 >에서는 단편 「콩쥐 살인사건」, 「나무꾼의 대위기」, 「살인귀 vs 식인귀」, 「연쇄 도살마」, 「스위치」가 담겨있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이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누이', '혹부리 영감'을 기본으로 썼다고 하는줄 알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제목이 바뀐 것인가? 어쨌든, 그 이야기들을 기본으로 다른 이야기들을 첨가하면서 미스터리로 발전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특히, 이끌렸던 이야기는 「나무꾼의 대위기」였는데,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도와준 나무꾼은 선녀와 결혼할수 있는 방법을 전해 듣는다. 의심은 가지만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훔치기 위해 그 장소로 갔고, 의미심장하게 웃는 사슴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혈기 왕성한 나무꾼이 음흉한 생각이 떠오를 무렵, 갑자기 선녀가 물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급히, 선녀를 구해냈지만, 선녀는 의식이 없었다. 선녀를 깨우기 위해 귀에 대고 소리지르며 도끼로 돌을 내리치던 그때, 나무꾼의 손을 벗어난 도끼가 선녀탕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때, 도끼를 들고 나타난 하얀 백발의 도인은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라고 물으려는 중, 심상치 않은 범죄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도인의 등장과 더불어 익숙한 대사에 웃음이 터져나왔는게 갑자기 CSI 를 보듯 전환된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나무꾼은 과연 이 위기를 넘길수 있을까. 마지막 문장까지 한시도 안심할 수 없던 이야기라 너무 좋았다.

또한, 「연쇄 도살마」는 아들 삼형제와 늦둥이 딸을 얻은 집안의 이야기이다. 보름달이 뜨는날 집안의 가축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감시를 하던 큰아들은 막내 여동생을 애지중지하는 아버지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지만, 동생들에게는 막내여동생이 소 간을 빼어 먹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로 여동생은(이름도 '미호'다.) 이제껏 가축들을 죽였던 것일까. 범인을 밝히기 위한 둘째의 추리도 대단했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괜시리 온몸에 소름이 돋게 되서 인상이 깊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잔혹동화로 변형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더더더욱 사실은...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또한 재미나지 않던가. 그러니까, 아이들은 동심을 잠시 지켰다가 어른이 된 후에 소설을 읽는걸로~ 그리고 나는 이미 어린시절을 아주 오래전에 졸업했으니가, 이런 미스터리를 마음껏 즐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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