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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평점 :
강규호.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한강 하류의 갈대가 무성한 기슭에서 발견되었다. 거의 죽은거나 다름 없는 상태여서 의사도 규호에게 기적이라고 했다. 다리 위에서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뛰어내린 것일까?
그런데, 그에게는 지나 2년간이 기억이 없었다. 어쩜 이리 칼로 도려낸듯 기억이 사라졌을까. 주치의는 아마도 외부 충격일 수도 있고, 심리적 원인이 있을수도 있다고 했다. 돌아올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단다. 왜 규호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아마도 그의 사라진 기억 속에 단서가 있을테다. 문득 떠오르는 것을 적어보라고 주치의가 노트를 건넸다. 규호는 꽤 정형화된 삶을 살았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콜라를 마신다. 책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본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읽게 되면 잊혀졌던 기억이 돌아올까. 어느날, 화장실에 비밀 금고와 어느 여성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정신의학, 뇌공학, 심리학, 문학, 미술 분야가 융합된 신선하고도 탄탄한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라 소개하고 있는데... 음... 내게 미술 분야는 좀 어렵다. 르네 마그리트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하는 몽상의 세계를 잘 표현해 낸 화가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 '르네 마그리트'란 화가도 잘 모른...........^^;; 그림에 대해선 잘 몰라도 글만 잘 읽으면 되지 뭐^^
새로 입사한 사장님 비서 차수림과 교제를 시작하고, 불현듯 악몽을 꾸고, 주변인들의 수상쩍은 행동을 눈치채고 자신에게 덤벼든 미행자에게 얻어낸 요상한 열쇠까지.. 그리고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 우리 모두 겉을 감싼 껍질을 벗겨내면, 사실 똑같이 생긴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p.245)
그런데 이 말에 별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영혼을 가지고 거짓의 껍질로 몸을 두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교묘하게 접근해서 나중에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본성이 사소한 것이든 아니면 잔인한 폭력성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게 때문에 규호도 본색을 숨겼을 뿐 아니라 더욱더 진화하게 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폭력성을 과연 통제할 수 있을까. 모든 것에 '완벽'이라는 것은 없다. 어디선가 틈이 생기고 그 틈을 비집고 또 다른 문제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