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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평점 :
인간의 기억을 자유자제로 삭제하고 복원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말이다. 내게는 참 안 좋은 버릇이 하나 있는데, 가끔씩 나쁜 기억을 끄집어 내서 나를 괴롭히곤 하는 것이다. 자기학대인가...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고, 잊은줄 알았는데 문득 생각나 스스로를 괴롭힌다. 이럴땐 커피도 좋아하니 커피페니 청담에 가서 에스프레소 한 잔 주문해서 안좋은 기억을 삭제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설은 네이버 웹소설에 < 기억삭제소 스타벅스 청담 >으로 연재하며 챌린지 리그에서 단기간에 관심등록 2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불러모았다고 한다. 웹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겐 소설로 출판된 것이 행운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를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처음 제목이 '스타벅스 청담'이었던 이유도 작가가 그곳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실제 지명이라든가, 혹은 우리가 주위에서 만나는 명칭들이 그대로 있어서 낯설지는 않다.
간혹 어느 한 곳에 기억조각이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혹시나 기억 조작이 있지 않았나 조사를 하게 되는데, 좋은 참치를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게에 제공하는 진정성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때문에 아마도 사람들의 기억 편집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결과를 보고하는데, 역시 좋은 기억으로 행복해하면 어딘지 모르게 주위사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조작된 기억파편들이 너무나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그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질병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게 될 것인가.
저자는 의료, 바이오, 생명공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연구자이자 경영자라고 한다. 그런 경력이 이 소설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이 이야기를 읽으면 역사와 과학을 한데 아우르며 독자들을 판타지 세계로 이끈다. 지난 3년여간을...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이야기에 접목시켜 공존의 길을 찾는 것이 꽤 인상적이다.
"나는 오직 우리 코로나족의 안전한 번영과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만을 생각했을 뿐이네. 앞으로 수많은 어려운 난관이 있을 것이야.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를 가장 많이 해치고, 다른 생명체의 영역을 가장 많이 파괴하고, 다른 동물들을 멸종시키고, 스스로도 파괴하는 종족이거든."(p.645,646)
우리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코로나가 참으로 성가시지만, 인간이 이동을 멈췄을때 찾아오던 자연정화의 모습을 보면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