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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 경진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은 『기인기사록』이라는 신연활자본 야담집을 번역하고 상권을 중심으로 몇 화를 골라 저자 나름대로 매만져 놓은 글이다. 『기인기사록』은 상·하 2권으로, 일제 치하인 1921년과 22년, 물재(勿齋) 송순기가 현토식 한문으로 편찬한 '신문연재구활자본야담집'이다.(p.6)
아주 오래전에 <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1900년, 여기 사람이 있다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당시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안그래도 요즘 신봉승님의 < 조선왕조 500년 >을 읽고 있는데, 인조반정을 할 시에 '김유'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여기도 언급이 되니 그저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된다.
맘에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강릉에 가난한 선비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우리 집 선대는 본래 부자로 불리었는데, 호남의 섬 가운데 흩어져 있는 노복등을 속량해주고 돈과 곡식을 거두어 오라고 했다. 돈을 가지고 돌아오던 강물로 뛰어들어가려는 노부부와 며느리를 만났다. 아들이 아전을 하다가 관청 물건을 사사로이 썼다가 감옥에 갇혔는데, 여러차례 납부 기한을 어겨 내일이 죽는날인데, 아들을 구할 수 없어, 서로들 죽겠다고 해서 통곡하고 있었다고 했다. 선비는 자신의 전재산을 그들에게 내주고 홀연히 떠났다고 한다. 그 뒤 선비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좋은 묏자리를 선택해 장사를 지내드리려 했는데, 어느 부잣집 뒤터가 꽤 좋은 자리였다. 그런데 그 부잣집은 그 옛날 선비가 전재산을 내주고 아들을 살려준 그 노인의 집이었다. 성명도 사는곳도 몰랐던 은인을 만나기 위해 숙박을 청하는 나그네들을 정성껏 대접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영웅같은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를 홀연히 뜬다. 참 멋있다. 요즘에는 이렇게 홀연히 자리를 떠도 금새 영웅들을 찾아내지만, 기약할 수 없던 그 옛날에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도 참으로 예쁜것 같다.
또 참 혈압게이지가 올랐던 이야기가 세번째 이야기이다. 첩을 본 아들을 혼내는 권진사의 행동이다. 외아들인데 부모에게 고하지 않고 첩을 사사로이 두냐며 집안이 망하는 행동이라며 뒷날의 폐단을 없애겠다며 작두로 머리를 베겠다고 했다. 아내와 며느리가 말렸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또하나는 며느리의 사나운 투기로 하여 집안형편이 날로 어려워지겠다는 대목이다. 뭐래??며느리가 투기를 보일라치면 그날로 아들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니...며느리의 투기를 막아 집안의 화락하게 한 지혜라고??? 이 점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방탕한 아들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가 투기가 걱정되서 더 그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뿐일까?
예나 지금이나 별난 사람들도 많고 별난 이야기들도 많다. 당시에도 분명 사람들이 살았을 터인데, 자꾸만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으르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