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말이야, 가족 한 명 한 명의 ‘어떻게 하고싶다‘와 ‘어떻게 해주고 싶다‘가 항상 부딪치는 관계라고 엄마는 생각해. 실은 부딪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부딪치기 십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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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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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무섭다. 늘상 편견을 갖지 않기를 다짐하지만, 내개 있어 '시'와 '철학'이라는 말은 발을 내딛을 때 주저하게 만든다. 사실 이 책도 처음 만났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제목에 등장하는 "삶의 철학" 때문이다. '철학'이라 함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데, 아마도 학문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서일까.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거부감은 없었다. 아마도 전자의 '학문'이라는 개념보다 후자의 '경험'이라는 말이 더 우위에 있어서 일듯하다.

당신의 기억은 따뜻한가요?

따뜻했던 기억은 내 삶의 이유가 되어 주었고, 싸늘했던 그 기억은 내 삶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오늘 당신의 삶은 몇 도인가요?

이제 내 삶의 나이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보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고 대하는 태도도 뜨뜨미지근해진 것 같기도 하다. 열정이 식었다고 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우를수 있는 그런 즈음을 걷고 있다고나 할까.

저자는 따뜻했던 기억, 열정적이었던 기억, 싸늘했던 기억, 추웠던 기억들을 이 책에서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기억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때론 저자의 기억과 비슷한 기억때문에 공감의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앞으로 겪으면서 내 기억의 한켠을 자리하게될 일 때문에 먹먹해지기도 한다. 나는 참 나쁜 버릇 한가지를 가지고 있다. 유독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을 가끔씩 꺼내어 나 자신을 괴롭힌다. 이런 심리는 무엇일까. 그 힘든 일들이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했을지 모르지만 차가운 온도의 싸늘했던 기억보다 따뜻한 기억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으면 좋은데 말이다.

내 삶의 기억들, 그 기억의 온도들은 나만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닌 누구나 다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평범한 우리네 삶의 얘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p.284)

철학이라는 말때문에 주저하고 있다면 실수하는 것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의 이 기억이 한층 나를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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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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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언제부터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지 않았다. 한때는 정말 집요하게 읽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가 변했는지, 내가 변했는지... 아마도 내가 변한게 맞는 것일게다. 그래도 이번 이야기는 좀 살짝 끌렸다. 그래서 읽고보니 어째 우리사이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히가시노의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을 많이 주었고, 시대를 앞서갔던 이야기들이 많아서 항상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 < 희망의 끈 >은 요즘에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싶다.

시오미 유키노부. 아침 노을을 보고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중학생이 되는 딸과 4학년이 되는 아들. 둘만을 아이들 외가로 보내기가 조금 불안했다. 그 마음 이해한다. 나도 아이가 어렸을 적에, 지하철을 타야하는 문에서부터, 실시간급으로 이동 위치를 파악했었으니까.. 그렇게 아이들만 외가로 떠났고, 평범한 일상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고, 하필 진원지가 아이들 외가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유키노부와 레이코는 삶의 의지를 잃었다. 하지만 살아가야 했다. 그래서 셋째를 갖기로 했다. 레이코의 나이가 마흔에 가까워지기도 했고, 그동안 셋째도 생기지 않았지만 난임 전문 클리닉을 찾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희망이 시오미 부부에게 찾아왔다.

장면이 바뀌고 나서 살인사건. 분명 앞의 시오미 부부 이야기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터다. 내가 아는 히가시노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단서를 소홀히 대하지 않는 작가다.(너무 아는 척을 했나)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하고. 피해자는 '야요이 찻집' 여주인이다. 등에 칼이 꽂힌채 사망했다. 형사들은 면식범이라 생각했고, 주변인물부터 탐문에 나선다. 이 때, 수사선상에 오른 두 사람. 전남편 데쓰히코와, 단골손님인 유키노부. 드디어 유키노부가 등장했다. 형사는 유키노부에게 주목한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범인이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가려진 진실이 있는 것만 같다.

이 사건의 진실을 쫓는 형사로 마쓰미야가 나오는데, 그의 상관으로 나오는 사람이 가가 교이치로이다. 내가 좀 뜸했지만, 이 '가가' 아마도 그 '가가'인 것 같다. '가가 형사 시리즈'가 완결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세대교체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또, 마쓰미야가 만나게 되는 한 여인 아야코이다. 살인사건 뿐 아니라 아야코와 마쓰미야의 인연에 또 눈길이 가게 된다.

하나의 살인사건에 연결된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참고인(?), 게다가 형사의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하게 볼 수 없다. 초반에 히가시노 이야기를 읽고나서 사소한 것 하나 등한시 하면 안되는 작가라는 생각이 되살아 난다. 아.. 아무래도 히가시노에게 돌아갈 타이밍인 것만 같은 소설을 만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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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가까운 사람의어깨를 붙잡고서 그가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고, 머잖아 그로부터 소식을 듣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것은 인간경험의 일부인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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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가, 나의 악마
조예 스테이지 지음, 이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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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너무나 감정이입을 했었을까. 그냥 소설로만 읽는 것도 참 너무 힘든 이야기인 것만 같다. "낳지 말았어야 했던 내 소중한 악마"라는 말도 너무나도 충격적인데 말이다.

크론병을 앓고 있는 수제트. 엄마는 왜 수제트에게 손을 놓은 것일까. 방임이었을까. 인간관계도 힘들었던 수제트는 알렉스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를 만나고 가정을 꾸리고 딸 해나를 낳았다. 해나는 말이 느렸다. 7살이 되었어도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의 말을 못 알아듣지는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학교에서도 연이은 문제로 퇴학당했고 홈스쿨링을 결정했다. 온종일 수제트가 해나를 담당했다. 하지만 해나는 수제트에게 악마처럼 군다. 정말로 낳지 말아야 했을까. 알렉스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같은 딸이다. 그런 해나가 어느날 수제트에게 말을 해왔다. "왜냐하면 나는 해나가 아니니까."

해나는 아빠가 좋았다. 어른이 되면 아빠와 결혼할 테다. 하지만 엄마가 걸림돌이다. 엄마는 매번 아빠에게 주문을 거는 것 같다. 엄마는 없어져야 한다. 이 소설은 수제트와 해나의 시선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7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해나는 엄마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다. 물론 그 방법이 아직 어린 해나이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7살 어린이가 엄마를 없애기위해 망치를 들고, 불로 위협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나쁜 아이들은 없다고, 그 아이들을 양육하는 어른들의 그릇된 방법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해나는 아무래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는 아이인 것 같다. 만약 내 아이가 나에게 이런 일을 벌인다면 망치를 두 손으로 꼭 쥐고 내 앞에 나타난다면, 이런 공포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해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그 어딘가 쯤에 있는 듯 싶다. 과연 이를 치료할 수 있을까. 또한 이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빚어지는 비극들은 많다. 병원에서 가정폭력을 의심하는 의료진에게도 알렉스는 선뜻 아니라는 부정밖에 할 수 없었다. 수제트는 남편이 아니라 7살 딸아이가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말했지만 믿어주지 않았다.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결국에는 겉으로는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 가면을 벗는 순간 그들의 겪는 고뇌가 이해가 된다고 말은 너무 가식적일 것 같다. 그 고뇌는 당사자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언제나 꽉 닫힌 결말을 좋아하지만 이 소설은 어떠한 결말을 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꽉 닫힌 결말이었다면 이 책을 집어던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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