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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
안나 스노에크스트라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레베카 윈터. 그녀는 11년전 실종되었다. 그런데 피터는 내가 그녀와 닮았다고 한다. 정말로 얼핏 보기에 그녀와 나는 너무나도 닮았다. 그날은 너무나도 배가 고팠다. 가게 주인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나는 붙잡힐 위기에 놓였다. 나는 이 난관에 빠져 나갈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레베카 윈터예요. 11년 전에 납치를 당했어요." 그렇게 나는 실종된지 11년만에 돌아온 레베카 윈터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진짜 이름은 언급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녀의 이름을 무심코 지나쳤는지, 아니면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지 모르겠다. 때론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인데 마치 쌍둥이 처럼 닮은 이들이 있다. 어렸을 때 서로의 존재를 모른채 헤어진 쌍둥이들이 커서 종종 '나랑 닮았어'하면서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경우를 여러차례 봐왔다. 하지만 레베카(가짜)와 벡(진짜)은 나이도 틀리다. 언뜻 보기에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다. 유전자 검사 하나면 정체라 탄로 나겠지만 레베카는 절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라진 벡의 인생에 들어와서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언젠가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쌍둥이 남동생들, 자신을 걱정해주던 이웃들을 생각하면 그대로 레베카가 되고도 싶었다. 형사가 자신의 납치 사건에 흥미를 잃으면 말이다.
가짜 레베카와(2014년)와 진짜 벡(2003년)을 오고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도대체 벡에게는 무슨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레베카는 언제까지 신분을 숨길 수 있을까. 누군가의 시선을 계속해서 느끼며 불안에 떨고 있는 벡. 그리고 "당장 떠나지 않으면 그 일이 또 일어날꺼야"라는 익명의 번호로 문자를 받은 레베카. 어쩌면 벡을 납치한 범인은 아직도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만 같다. 레베카는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하나만.. 진실 하나만을 확인해야했다.
레베카나 벡 두 소녀 모두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녀들을 도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조금만 사회에서 손을 내밀어 준다면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언제부터 가정은 우리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게 되었을까.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그녀들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을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치는 것으로부터 남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 말고도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당당하게 안전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