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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이 에세이는 웹드라마로 먼저 만났다. 한석규, 김서형 두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사실, 처음에는 무슨 제목이 이런가 하고 보지 않았었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이 책의 부제는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이다. 제목에서 짐작이 되듯이 조금 슬픈 사연이다. 가족을 먼저 떠나 보낸다는 것은 참 마음 아플테다. 하지만 드라마나 책에서나 다른 여느 시한부 삶을 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하고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우선 드라마와는 설정(?)이 살짝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두 부부가 별거중이고, 아들은 이제 막 대학을 진학했다. 아내는 대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남편에게 자신의 병간호를 부탁한다. 거절할 줄 알았던 혹은 어렵게 수락하리라 생각했는데, 남편은 선뜻 알았노라 수락하며 아내를 위한 음식을 만든다. 엄마의 병을 몰랐던 아들은 갑자기 등장한 아빠가 불편했고, 늦게서야 엄마의 병을 알게되었다. 어쩌면 드라마적 요소가 필요했던 듯 가족간의 화해까지 가미되었다.
하지만 실제 강창래 작가님은 별거는 안하신거 같은데...(자세히는 모르겠음), 등장하는 아들은 30대 초반(?)인거 같은데,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아내분의 투병에 관련된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다.. 마치 요리 레시피를 써내려가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야기로 짐작할 수 있다. 투병중인 아내 때문에 무염무당 음식을 만든다. 음식이라곤 라면을 끓이는 것밖에 모르던 남편은 아내를 위해 부엌일을 시작했고, 레시피를 숙지하고 음식을 만들어도 뒤돌아서면 머리속이 하애져서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글을 읽는 독자들도 슬픈 냄새를 맡았고, 한 편집자가 책으로 엮어 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겠지.
드라마를 먼저 봐서 그랬는지 책을 읽는 내내 한석규 배우가 나레이션을 하듯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최대한 책 이야기를 드라마에 반영을 했던 듯, 읽는 에피소드마다 낯설지 않았다. 원래 영상물과 책은 함께 읽지는 않았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궁금했고, 소설인줄 알았으나 에세이였고, 담담하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매력 있는 이야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