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실북클럽 몽블랑 도서

간혹 수녀님들 사이에서 복장이나 베일이 살짝 다른 분들이 계셨는데, 그 분들이 "견습 수녀"였던가 보다. 그냥 왜 다를까라고 생각은 하고 지나쳤던 것 같다. 이렇게 또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 이 소설은 암울한 미래 시대이다. 어쩌면 그 미래가 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구의 해수면 상승했고, 상습 침수지역과 그렇지 않은 메가시티가 존재한다.

날개를 펼친 악마의 사진을 가지고 있던 길은목은 벌로 수도원 후원에서 일하고 있을때, 원장수녀님의 호출을 받았다. 난민촌과 침수지역에서 3주만에 연달아 발생한 다섯 명의 죽음에 대해 은밀히 조사할 것을 제안받는다. 벨라뎃다 수녀는 네 번째 투신 사건 후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켰고, 조만간 다른 죽음을 예상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선한 사람'이었다는 것.

길은목은 떠나왔던 침수지역에 10년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비밀 하나까지.. 그들은 스스로 자살을 한 것일까. 아니면 죽임을 당한 것일까. 길은목은 꽤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리하기까지 하다.

김아직이라는 작가는 처음 만난다. 사실 궁금한데, 이런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라면 물론 취재도 잘해야겠지만 기본적인 재능은 타고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배경이라든지, 앞에 뿌려놓았던 떡밥까지 회수하려면 꽤 치밀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도무지 평범한 독자인 나로서는 그냥 쫓아가며 읽기에 바쁘니 말이다. 이 소설에는 살인사건을 쫓는 견습수녀 탐정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미래에 정말로 닥칠지 모르는 암울한 현실. 3년여를 보낸 팬더믹 상황이나 엄청난 고온 현상으로 서서히 빙하들이 녹아들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재의 세계. 그리고 굳이 침수지역, 난민촌, 메타시티를 구별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계급의 구분까지.

길은목은 현재 견습수녀이지만 곧 정식 수녀님이 될테고, 수녀님들도 자신의 재능을 묻어두면 안되는 것 아닌가. 다시 노비스 탐정 길은목의 활약을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에세이는 웹드라마로 먼저 만났다. 한석규, 김서형 두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사실, 처음에는 무슨 제목이 이런가 하고 보지 않았었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이 책의 부제는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이다. 제목에서 짐작이 되듯이 조금 슬픈 사연이다. 가족을 먼저 떠나 보낸다는 것은 참 마음 아플테다. 하지만 드라마나 책에서나 다른 여느 시한부 삶을 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하고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우선 드라마와는 설정(?)이 살짝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두 부부가 별거중이고, 아들은 이제 막 대학을 진학했다. 아내는 대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남편에게 자신의 병간호를 부탁한다. 거절할 줄 알았던 혹은 어렵게 수락하리라 생각했는데, 남편은 선뜻 알았노라 수락하며 아내를 위한 음식을 만든다. 엄마의 병을 몰랐던 아들은 갑자기 등장한 아빠가 불편했고, 늦게서야 엄마의 병을 알게되었다. 어쩌면 드라마적 요소가 필요했던 듯 가족간의 화해까지 가미되었다.

하지만 실제 강창래 작가님은 별거는 안하신거 같은데...(자세히는 모르겠음), 등장하는 아들은 30대 초반(?)인거 같은데,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아내분의 투병에 관련된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다.. 마치 요리 레시피를 써내려가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야기로 짐작할 수 있다. 투병중인 아내 때문에 무염무당 음식을 만든다. 음식이라곤 라면을 끓이는 것밖에 모르던 남편은 아내를 위해 부엌일을 시작했고, 레시피를 숙지하고 음식을 만들어도 뒤돌아서면 머리속이 하애져서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글을 읽는 독자들도 슬픈 냄새를 맡았고, 한 편집자가 책으로 엮어 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겠지.

드라마를 먼저 봐서 그랬는지 책을 읽는 내내 한석규 배우가 나레이션을 하듯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최대한 책 이야기를 드라마에 반영을 했던 듯, 읽는 에피소드마다 낯설지 않았다. 원래 영상물과 책은 함께 읽지는 않았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궁금했고, 소설인줄 알았으나 에세이였고, 담담하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매력 있는 이야기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 거짓말 요다 픽션 Yoda Fiction 2
정해연 지음 / 요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파동 재개발 지구에 있는 폐가에서 남학생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더군다나 학생의 손톱은 없었다. 강력계 형사 미령과 은호는 사건을 살펴 보던 중 인근 CCTV에서 한 여자아이가 달아나는 장면을 찾게 되었다. 간격을 두고 그녀를 쫓아가는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는 미령의 아버지였고, 그가 쫓아가는 소녀는 미령의 딸이었다. 20년전 의절한 아버지가 왜 나타났을까. 형사들은 미령의 집으로 가서 그녀의 딸을 살해하려는 아버지를 현장에서 체포한다.

과거 죽은 남학생과 딸아이 사이의 일을 알고 있는 미령은 딸 혜리의 손에서 공격흔을 발견하고, 혜리가 범인임을 직감한다. 형사이지만 또 딸과 관련된 일이라 미령은 꽤 혼란스럽다. 수사의 화살이 혜리에게 향하지 않도록 미령은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동료 은호의 시선은 자꾸만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에 익은 사건들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주거 침입, 강간미수 그리고 촉법 소년.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범죄들의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피해자들의 겪는 고통은 엄청나다. 그야말로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미령은 형사였다. 형사의 신분으로 사건의 진실을 직감했으면서도 딸을 보호하려는 행동은 실제로는 피해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참담함 때문에 나설수 없는 좌절감 등을 짐작케 한다.

은호가 사건의 진실을 확신하고 나직히 내뱉는 "서글픈 진실요"라는 말이 마음이 아프다. 진실이 서글퍼진다는 것은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아닐지.. 적어도 법의 테두리에서 모두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 '서글픈 진실'은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부 김가희 - 세상을 갖고 싶었던 희대의 악녀
황천우 지음 / 밥북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개시라는 역사적 인물을 처음 안 것은 예전 광해군을 다룬 드라마에서였다. 게다가 요즘에 읽는 < 조선왕조 500년 >이란 대하소설에 광해군 시대 말과 인조반정이 일어나는 시기여서 더 이 소설이 끌렸다. 어릴적에는 쫓겨난 왕이라는 것만으로도 폭정을 일삼던 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광해군에 대한 생각은 달라지긴 했다. 물론 어떤 평가를 내리기에는 내가 너무 아는 것은 없다 하겠지만, 광해군이 반정으로 밀려나게 된 이유 중에 김개시라는 인물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광해군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 왕이 되었다면 외교문제에 꽤 특출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 판단을 잘하면서 성군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방계로서 왕이 되었던 선조의 컴플렉스로 인해 너무나 안쓰러웠던 세자시절을 보내고, 힘겹게 왕위에 올랐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다. 물론, 역사에 잘 모르는 사견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광해군을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고 오로지 "김가희(김개시)" 중심으로 진행이 된다. 이이첨의 노비였던 개똥. 그녀는 꽤 명민했다. 그러한 점을 눈치 챈 것은 이첨이었다. 이첨은 개똥이에게 '김'이라는 성을 주었으며 '개시'라 이름을 주고 동궁전의 궁녀로 궁으로 들여보낸다. 광해군의 총애를 받던 개시는 선조의 눈에 띄며 '가희'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영창대군은 아직은 어리지만 선조가 오래 살게 되면 성장하여 광해군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존재였다. 갑작스런 선조의 죽음과 영창대군의 죽음, 그리고 인목대비의 폐모 사건등 가희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광해군은 가희의 치마폭에 쌓여 있었고,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한편, 자신과 사실상 대립을 하고 있는 존재들에게도 그녀는 같은 편이라 여길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가희는 꽤 영악한 편이다.

하지만 늘상 그랬듯이 가희의 말로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 소설은 미천했던 가희가 어떻게 권력의 정점에 올랐는지, 그리고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에 가희라는 인물이 자신의 명민함을 좋은 쪽으로 이용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늘상 과거에 이랬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이런 일을 교훈삼아 충분히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궁극의 아이 >를 보고 이 작가 뭐지??라고 했던 때가 벌써 10년이 지나 버렸다. 그래서 장용민 작가의 이야기를 정말 박박 긁어 읽은 것 같았다. < 건축무한육면각체 >는 정말 최고였다. 그래서 장용민 작가는 믿고 본다.... 근데 내가 변했나?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알았던 것 같았는데 아직도 안 읽었나 해서 빌려보긴 했는데, 재미없다는 건 아닌데.. 꽤 가독성도 좋았는데.. 뭔가 조금 허전한 느낌이 괜히 든다. 왜 그럴까.. 마치 정신없이 읽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에 흥미를 잃었던 것처럼... 아마도 요즘 흥미가 생긴 다른 작가들이 생겨서 그런지도.. 마치 영화 대사처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누리는 스무살이지만 다섯 살 아이 지능을 갖고 있었다. 미혼모였던 엄마가 보냈던 보육원이 문을 닫아 6살부터 구걸을 하며 다니던 누리를 거둬준 건 폐지줍던 할머니였다. 할머니 덕에 누리는 살 수 있었다. 할머니는 누리를 정말 사랑해주는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이 소원이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어느날, 한 노인으로부터 '부치하난의 우물'이라는 전설을 전해듣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 맞는 전설이 있다는 노인의 말대로 누리는 부치하난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부치하난이 사랑했던 올라를 현실에서 찾기 시작한다. 누리는 드디어 태경을 만나게 된다. 그녀가 바람이 찾아준 올라라고 생각했다. 태경은 엄마의 재혼으로 양부에게 유린당하고 어린나이에 가출해서 매춘과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태경은 폭력조직의 큰 다이아를 훔치게 되며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런 태경을 쫓아 누리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보호한다. 마치 부치하난처럼..

그동안 작가의 이야기들은 뭔가 긴박함과 함께 스릴을 선사했었다. 이번 소설은 로맨스까지 가미가 되어 그 재미를 더한다. 어쩌면 누리의 부족함이 그의 사랑을 더 우직해 보이게 한다.

사실 이 작품 전에 읽었던 < 귀신 나방 >도 소름끼치는 점은 있었지만, 조금은 뭔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 부치하난의 우물 >도 재미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스타일이 바뀌지 않았나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