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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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죽었다. 하지만 범인은 촉법소년이었다. 죽일 의도까지는 없었다... 라면, 죄를 물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가 찾아왔다. 14년전 아들 지훈이를 죽인 문종오와 둘도 없던 사이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사죄를 드리러 왔다고 한다. 자신은 천벌을 받아 이제 시한부이지만 문종오도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일기장을 건넸다. 과거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거래를 했다면서.. 성태의 일기를 읽으면 과거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성태가 죽게 되면 그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은서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과연 과거로 돌아가 아들 지훈이를 살릴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촉법소년이라는 것에 깊은 고민을 하게끔 된다. 소년법은 청소년기가 불안정한 시기임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법인데, 과연 이같은 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 촉법소년이라는 제도를 무기삼아 뻔뻔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폐지만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어떤 범죄의 피해도 마찬가지겠지만, 지훈의 죽음으로 집안이 풍비박산난 은서. 아들 장례식에 오는 도중 동생부부는 갓난쟁이 에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에리를 딸로 여기며 세월을 흘려 보내고 있었다. 지훈이에 대한 그리움과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탓에 괴로움으로 살아오는 은서를 대신해 만 14세가 되기 전에 종오를 해칠 마음을 먹고 있다. 엄마는 벌을 받겠지만, 자신은 벌을 받지 않으므로.. 자신이 종오를 죽이는 것만이 진정한 복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법을 만들더라고 사람들, 특히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혹은 그런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어떤 방법으로든 빠져 나가는 방법을 찾아 유유히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 받지 않고 그것을 이용할 테다.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할 수 있는 법을 만들수는 없겠지만 억울한 사람들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만 같다.

특히나, 이 책은 피해자 가족들의 절절한 마음이,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을 쫓으며 숨가쁘게 읽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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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윤슬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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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일인지 늘 어중간했다.(p.17)

매우 공감하는 한마디.

집요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환경이 그러했을까. 하고자 했던 것을 중간에 그냥 멈춰서버렸다.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게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일을 계속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 이름을 잃고 살았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best를 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only 만을 바라보면서.. 곰곰히 생각하면 누구나 겪는 인생의 가장 굴곡진 길을 나는 지금 best를 버리고 only만을 향해 겪고 있는 것 같다. 그 굴곡진 길에 만난 이 책이 어쩌면 위안이 되는 것도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문득 뒤돌아보면 나는 왜 최고가 되지 못하고 어중간한가,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도 매 순간을 그래왔던 것 같다. 순간순간마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항상 한걸음씩 뒤로 물러났기에 나는 늘상 안개 저편에 가려져 있는듯했다. 한걸음, 아니 반걸음만 내 딛는 용기가 가장 힘든게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조금만 앞으로 나서게 되면 휩쓸리든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로서, 엄마로서, 출판사 대표로서, best가 아닌 only를 꿈꾸는 저자의 행보를 보면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Best는 은유적 표현이다. 최대한 단순화하자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자꾸 비교하려는 마음을 대신하는 표현이다. Only 역시 은유적 표현이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위해 살지 않고 나다움을 향해 노력하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다.(p.199~200)

인생 뭐 별건가! 나는 나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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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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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아니.. 뭐지? 남녀 사이의 친구 사이가 가능하다고 보지만서도 남녀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도 많은 편인데, 연애 감정을 뺄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넘쳐 흘렀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결혼은 언제 해?', '아기는 언제 낳아?', '왜 결혼은 안하는 건데?'라는 질문을 곧잘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질문이 참 예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텐데 뭘 그리 꼬치꼬치(?) 캐물을까 싶었다.

사쿠코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연애감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다카하시의 말에 감명받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에이로맨틱(남에게 연애 감정을 품지 않는 것)'과 '에이섹슈얼(남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것)'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알게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블로그의 주인은 다카하시였다. 문득, 사쿠코도 자신과 다카하시와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다. 친구와 독립을 하려고 했던 사쿠코, 하지만 베프였던 친구는 전 남친과 결합하게 되었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난감했던 사쿠코는 다카하시에게 가족이 되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의 동거는 그야말로 여러가지 오해를 불러온다. 오해의 대부분은 '둘이 사귀는게 맞잖느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편견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남녀가 함께 살면 사귀는 것인가. 오래잖아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인가. 서로 남남인 두 사람이 연애감정이 뺀채로 가족이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인가. 가족은 꼭 부부와 자녀들로만 구성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잔잔하면서도, 사람들의 성향과 가족이라는 새로운 형태에 따른 이해가 필요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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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말이야, 가족 한 명 한 명의 ‘어떻게 하고싶다‘와 ‘어떻게 해주고 싶다‘가 항상 부딪치는 관계라고 엄마는 생각해. 실은 부딪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부딪치기 십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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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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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무섭다. 늘상 편견을 갖지 않기를 다짐하지만, 내개 있어 '시'와 '철학'이라는 말은 발을 내딛을 때 주저하게 만든다. 사실 이 책도 처음 만났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제목에 등장하는 "삶의 철학" 때문이다. '철학'이라 함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데, 아마도 학문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서일까.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거부감은 없었다. 아마도 전자의 '학문'이라는 개념보다 후자의 '경험'이라는 말이 더 우위에 있어서 일듯하다.

당신의 기억은 따뜻한가요?

따뜻했던 기억은 내 삶의 이유가 되어 주었고, 싸늘했던 그 기억은 내 삶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오늘 당신의 삶은 몇 도인가요?

이제 내 삶의 나이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보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고 대하는 태도도 뜨뜨미지근해진 것 같기도 하다. 열정이 식었다고 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우를수 있는 그런 즈음을 걷고 있다고나 할까.

저자는 따뜻했던 기억, 열정적이었던 기억, 싸늘했던 기억, 추웠던 기억들을 이 책에서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기억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때론 저자의 기억과 비슷한 기억때문에 공감의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앞으로 겪으면서 내 기억의 한켠을 자리하게될 일 때문에 먹먹해지기도 한다. 나는 참 나쁜 버릇 한가지를 가지고 있다. 유독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을 가끔씩 꺼내어 나 자신을 괴롭힌다. 이런 심리는 무엇일까. 그 힘든 일들이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했을지 모르지만 차가운 온도의 싸늘했던 기억보다 따뜻한 기억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으면 좋은데 말이다.

내 삶의 기억들, 그 기억의 온도들은 나만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닌 누구나 다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평범한 우리네 삶의 얘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p.284)

철학이라는 말때문에 주저하고 있다면 실수하는 것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의 이 기억이 한층 나를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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