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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하는 여자 ㅣ 예서의시 24
정귀매 지음 / 예서 / 2023년 3월
평점 :
시의 소재는 다양하다. 그렇다고 써보겠다는 것은 아니고, 아직도 시에 대해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이 많지만, 이 시집을 만나고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것이든 시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전히 시를 읽을때면 색색 볼펜을 손에 쥐고 밑줄치고, 이 시어가 의미하는 것은~등의 이야기를 쓸 준비를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참으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서도...
1부에서는 꽃들이 주인공이다. 노랑어리연, 해란초, 새우란... 꽃들을 잘 몰라서 어떤 아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1부를 읽을 때는 마치 책에서 꽃내음이 나는 것 같았다. 꽃들이 만발한 요즘 읽으면 참 좋을 것만 같다.
눈물을 물고 있으면 상처도 꽃이 되지
물봉선 꽃부리가 젖어 있다
제기를 꺼내 말리며
햇밤을 삶고 햅쌀로 밥을 지은 아침
한 송이만 따려는데 넝쿨째
여민 단추를 풀고 땅에서 뜯겨진다.
「 백로(白露) 무렵 中 」
이 시에서 문득 눈길이 멈춰섰다. 아픔의 눈물이 아니라 그리움의 눈물인 만큼 어여쁜 꽃이 되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일까. 여전히 그립고 그리운데, 어디쯤에 계실까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까만 하늘만 쳐다보곤했다.
.... 털실은 이수역에 정차
중이다. 7호선과 4호선을 이어
묶는 재빠른 손
놀림
「 지하철을 뜨는 노파 中 」
가끔 아는 곳이 등장하면 신이난다. 자주 애용했던 이수역, 7호선, 4호선... 괜히 시인과 한 공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도 손으로 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십자수, 테디베어를 만드는 것도 꽤 오래전에 했었고, 퀼트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시집에 눈길이 갔을 수도 있다. 남들과 조금은 다른 출퇴근길, 비교적 오래 걸리는 시간에, 공부도 해봤고, 책도 읽어보고, 십자수도 해봤었는데, 요즘은 자기 바쁘다.
소설이든 시든 읽다보면 당시의 내 상황과 비슷한 부분에 눈길이 간다. 그래서 더 심취하게 된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그렇게 읽으면 되는 것 같은데, 사실, 소설이나 에세이는 쉽지만 아직도 시는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아직도 서툴지만 예전만큼 시를 멀리하고 싶지는 않다. 조금 더 시에게로 한걸음 다가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