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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5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몽실북클럽 스토킹 도서
새로 시작하는 스토킹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이다. 이 책 제목은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 이 작가를 특히나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낯설지 않은 작품이다. 그런데 다른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점과 선」 이외에도 「제로의 초점」 한 편을 더 품고 있다. 급, 스토킹을 2권을 한셈이네... 마쓰모토 세이초는 1900년대를 풍미했던 작가다. 어쩌면 지금 시대의 추리장르가 세분화되고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그의 이야기가 무료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드러내면서 전통추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 점과 선 」은 이른바 '알리바이 파괴' 장르에 속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철저한 알리바이는 때론 더 위험하다. 야스다 다쓰오는 한 요정의 단골이다. 고습 요정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도쿄역까지 바라다 줄 것을 청한다. 출근시간이 걱정되었지만 단골이다 보니, 늦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배웅을 나선다. 그때 우연히 함께 일하는 오또끼가 젊은 남자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오또끼는 동행한 남자와 낯선 곳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십여페이지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재미있어졌다. 어쩜 야스다는 일부러 그녀들과 오또끼를 보기 위해 도쿄역에 갔던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엔 오또끼와 젊은남자는 사랑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하지만 뭔가 미심쩍은 일로 인해 사건에 집중하는 형사가 생겼고 야스다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철벽같은 알리바이가 있어서 난감하다.
인간에게는 선입관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작용하여, 그런 것쯤은 다 알고 있는 일이라고 지나치고 마는 수가 있다. 이것이 무서운 것이다. 이 만성이 된 상식이 맹점을 만드는 수가 때때로 있다.(p.186)
처음 이 제목을 들었을 때는 추리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이것도 선입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점. 그것이 가까이 있다고 섣불리 선을 그어버린 것이라는 설명을 읽고나서야 정말로 제목이 기가막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경우에서나 너무나도 깊은 생각은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 제로의 초점 」은 「점과 선」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데이꼬는 중매를 통해 자신보다 10살 많은 겐이찌와 결혼했다.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한달에 열흘은 도쿄 본사에 보고를 위해 올라왔지만 결혼과 함께 도쿄에 자리잡을 것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인수인계를 위해 지방으로 내려갔던 남편은 오겠다고 했던 날짜에 도착하지 않는다. 1960년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연락이 쉽사리 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전통추리를 보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했지만, 이제 회사에서도 난감해한다. 데이꼬는 남편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가나자와로 가게 된다.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 데이꼬에게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차분하게 진실을 쫒는 데이꼬에게 주변인물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이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진실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심정이란.....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라는 말처럼 변명처럼 들릴수도 있을 테고,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맘이 짠해진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 푸른 묘점 >을 읽었을 때도 꽤 재밌다라는 느낌으로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저기 쏟아지는 신간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이번 스토킹 작가로 세이초가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이 거장을 그냥 지나쳐버릴뻔 하지 않았겠나. 행운을 잡은 것 같아 꽤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