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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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꽤 간결한 것 같다. 100여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소설 속 뉴스에서 흘러 나오는 "아일랜드 단식 투쟁"이라는 말로 1980년대 초반이 이야기의 배경임을 짐작하게 한다. 사실 책소개가 아니었으면 배경도, 시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좀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랄까... 가만보면 화자인 여자아이의 이름도 언급이 없는것 같다. 그냥 지나쳐 온건지 모르겠지만...

가난했던 집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아이는 엄마가 막내 동생을 출산하기 전까지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집에서와는 전혀 상반된 이 집에서는 무언가 그녀를 사랑스러운 존재로 부각시켜 주는 듯하다. 부부의 관심과 사랑이 낯설지만 소녀는 그속에 잘 녹아들어간다. 다만 좀 수다스러운 이웃집 아주머니 때문에 부부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세사람은 더 견고하게 맺어지지 않았나 싶다.

엄마는 드디어 동생을 낳았고, 드디어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기 전에 우물에 빠져 잠시 앓았던 소녀가 기침을 하자, 아빠는 아저씨에게 아이들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타박했다. 본인도 알지 않냐며 아저씨의 아픈 기억을 헤집어 놓는다. 이런 무례한 사람같으니라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개봉된다고 했는데, 과연 영화속 결말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만 보고싶지는 않다. 소설 속 결말이 아니라 다른 해석의 결론이라면 화가 날 것 같다. 친부모라고 해서 모든 이들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건 아니다. 차라리 소녀는 자신을 데려다 주고 떠나는 아저씨를 쫓아가 꼭 끌어안은채 그대로 킨셀라 부부의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사랑받으며 아이로서 당당한 보살핌을 받으면 살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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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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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즈음에 들어서 그다지 낯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고호 작가님 이야기였네. 당시에도 관심이 가긴 했었는데, 인연이 안 닿다가 이번에 개인적으로 고호 작가님 책을 스토킹하듯 읽다 만나게 되었다. 작가님 이야기는 꽤 다양한 소재로 꽤 흥미있다.

요즘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범죄 형태의 하나가 바로 '악플'이다.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있듯이, 심한 악플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과연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죄를 모면할 수 있을까. "세치 혀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손가락의 놀림으로 사람들을 잡는 세상이 된 것이다.

걸그룹 출신의 여배우 고혜나가 숨진채 발견된다. 그녀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고, 결국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혜나를 죽음으로 내몬 11명의 사람들이 '악플러 수용소'에 입소하게 된다. 악플은 단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서로 마주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이들은 100일간의 입소기간에 악플 필사와 낭독, 상담을 받게 되며 일주일간 공감지수를 가장 많이 받은 수감자는 '레드볼'을 획득하여 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레드볼은 한가지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누구나 레드볼을 획득하여 이 수용소에서 나가고 싶어했지만 레드볼은 이 상황의 조기 종료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형벌이 된다.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뻔하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처럼 말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이야기는 전해지면서 살이 조금씩 더 붙게 된다. 때론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누군가를 벼랑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거짓의 화살이 나를 향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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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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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이북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 부인과 함덕이 고모를 남겨두고 남쪽으로 내려오셔서 주희네 할머니와 결혼하시고 아빠와 작은 고모를 두셨다. 주희의 부모님은 몇년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종종 찾는 고모는 할아버지가 눈앞에 살아있는 자식은 안 찾고 죽은 자식들만 찾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어느날, 핸드폰으로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그런데 요상하다. 자기가 평양이란다. 뭐지? 자신은 회령으로 전화를 했는데 왜 자꾸 선생께서 받느냐며 남조선이 맞냐고 따진다. 서로 평양이 맞는지, 남조선이 맞는지 증명을 하란다. 급기야 험한 말도 오고간다. "니 조국 통일을 바라디 마라! 그 날 제일 먼저 니 머릿가죽 혁명적으루 뱃겨주갔어!!!(p.71)" 살벌한데 왜 웃음이 날까...^^;;

자꾸만 연결되는 전화에 주희와 설화는 친구가 된다. 17살 설화는 주희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꾸만 이야기가 어긋난다. 조심히 주희가 물었다. 혹시 지금 몇년도인지 묻는다. 1996년 7월 1일이란다. 헉! 주희는 놀란다. 그녀의 모니터 하단에는 조용히 2019년 7월 1일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독특한 소설이라고 할까. 마치 드라마 "시그널"처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통화가 시작된다. 게다가 상대는 평양에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실향민이시기도 하다. 23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1996년과 2019년을 오가며, 한국전쟁의 비극이 여전히 진행중임 비로소 실감을 하게 된다. 1996년의 설화의 이야기를 보면 북한사회가 엄청나게 폐쇄적임을 깨닫게 된다. 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자신들의 힘든 상황도 숨기기도 한다. 얼굴도 모르는 외할아버지가 월남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아빠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오빠는 외부 상황에 눈을 뜨고, 배신자라고 낙인이 찍혀 보위부로 끌려갔고, 설화네는 위기를 맞지만 아빠는 오빠와 의절을 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고 힘쓴다.

요즘 고호 작가의 책을 스토킹하듯이 읽고 있다. 떄론 스릴러를 선사도 하면서 휴머니즘도 보여주고 있는데 꽤 매력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 같다. 마지막 한문장까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설화와 주희도 어떤 인연이 있겠다는 짐작으로 읽어나갔는데.. 마지막에 제보를 해주려는 할아버지 너무나도 말이 많아서... 고만 입을 틀어막고 싶었는데.. 마지막장에서는 또 한번 고호 작가의 필력에 정말 또 한번 박수를 치고야 말았다. 돌아 돌아 돌아~ 감동적인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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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독에 초대합니다
정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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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찰예능이 꽤 유행이다. 유행을 지나쳐 너무 넘쳐 흐른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호기심에 봤을지 모르겠지만.. 남이 먹는거 남의 연애를 왜 들여다 보는걸까. 똑같은 포맷의 프로그램들도 많아서 정말로 식상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상한게 글로 읽으니 별로 식상한 점이 없는게, 개인적인 취향인가?^^;;

핵가족화는 오래전부터 되어 왔고, 1인가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쓸쓸하게 맞이하는 고독사도 증가하고 있다. 사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싶긴하다. 그렇다고 아예 외부와 단절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정도 교류하면서 충분히 고독을 즐기고도 싶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인가?

A, B, C, D, N. G 홀로 살고, 그리고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것도 노출되지 않은채 「혼자이지만 외롭지는 않습니다」라를 다큐를 찍게 되었다. 개인톡을 제한하고 단톡을 만들어서 서로 생존신고를 하면서 제작진에 제출할 브이로그를 찍게 된다. 갑자기 G의 제안에 따라 6명은 즉흥 여행을 떠나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갑자기 세상으로 나와 남과 어울리는게 익숙치 않았던 누군가는 과호흡에 힘들어 했고,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이에게 관심이 끌렸으며, 과거 악연으로 힘들었던 두 사람은 대치하게 된다. 과연 이 다큐는 계속될 수 있을까.

요즘에는 방송이라든지, SNS가 활성화 되면서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익명의 공간에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면서 주목받고자 한다. 과거의 힘든 트라우마로 인해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지게도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가 너를 지배하게 두지마(p.191)"란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는 항상 과거에 발목 잡혀 사는 것 같다. 자신감도 잃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독'에 빠져든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나를 알아주기를, 너때문에 그런일이 벌어진게 아니야라는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고독"이라는 말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말도 의미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기도 싶은 세상이 되고, 사실 좀 각박해지지 않았던가. 가끔은 홀로 조용히 고독을 음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실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좀 하면서 말이다. 제 고독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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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너를 지배하게 두지 마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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