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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최소망 지음 / 놀 / 2023년 5월
평점 :
"1월 1일부터 전 세계의 모든 화폐 제도를 폐지하고, 눈물을 새로운 화폐로 도입합니다"(p.10)
만약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아마도 난 엄청난 부자가 될 것만 같다. 시도 때도 없이 그리움을 담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므로, 열심히 내 할 일을 해야겠지만서도 말이다.
남의 일에 감정이입이 유달리 심한 엠마 화이트.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그녀에게 친구인 셰를은 눈물이 돈이 되지도 않는데 고만하라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그녀들의 핸드폰으로 날아든 긴급문자에 이른바 엠마의 세상이 되었다. 게다가 엠마는 '눈물 관리청'에서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눈물의 감정을 분석하고 금액을 책정하는 분석관으로 일하게 되었다. 재능을 제대로 살린 것 같다.
눈물은 다양하다. 그저 반사적으로 흘리는 눈물, 꽤 감동적인 행복한 눈물, 꽤 오래 누적된 인고와 고통의 눈물, 악어의 눈물 등등등... 요즘 세상을 "각박하다"고 하는데, "물질 만능주의. 즉 돈을 위해서라면 도덕, 상식, 윤리, 죄책감, 공감, 감정 같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과감하게 버리기로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를 이미 뛰어넘었단다. 슬프게도 그들은 로봇이 되기로 자처했어. 우리는 이것을 '물질 만능주의에 의한 선택적 기계화'라고 부른단다.(p.15)"라는 캐런의 말이 바로 이를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대하면서 눈물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눈물은 때로는 비겁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장 타인과 혹은 자신과 느낌을 공감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 눈길을 멈추게 했던 부분이 바로 인간이 느끼는 극악의 슬픈 감정,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흘리는 그 눈물이 바로 '밤하늘의 블루'(p.290)라는 부분이다. 아무리 공감을 한다고 해도 이 부분만큼은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다면 어떤 눈물로도 공유할 수 없을 것 같다.
여러분도 부디 밤하늘의 별이 된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행복해 주세요. 행복하려 애써 주세요.(p.291)
내가 내렸던 결정이 괜찮다고,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이 힐링 소설인가보다.
눈물이 돈이 되어 입금되는 세상이 된다면 좋겠다. 지금 이 상황이라면 난 단연코 억만장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