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얼마나 비겁한지 깨달은 자에게서 나는 악취였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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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는 덫을 놓지 않는다
시드니 셀던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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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와우~ 방대한 스케일과 빠른 화면전환 때문에 덩달아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혹시나 영화로 제작되었나 살펴봤는데, 허접한 내 검색실력으로는 못 찾은건지, 안만들어진 건지 모르겠다. 영화를 만든다면 완전 멋있을 것 같다.

베를린에서 한 여자가 살해된다. 파리에서는 한남자가 에펠탑에서 추락한다. 덴버에서는 소형 비행기가 산에 부딪혀 폭발한다. 뉴욕 이스트 강에서는 한 남자의 시체가 떠오른다. 그리고 프리마... 시작부터 이렇게 떡밥을 던져주는데도 미처 알지 못했다. 지나고 나서 알게되는 이 배신감(?). 어쩌면 그 배신감은 작가를 향한 것보다 나의 무지함에 대한 것이겠지. 아니다. 나의 무지함이라면 배신감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결과이다. 나는 주로 이야기에 끌려가며 감탄하는 스타일이니까 말이다.

리처드를 잃은 다이앤은 남편을 장례를 준비하던 중 이미 남편의 시신이 화장되었음을 알게된다. 참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무언가 음모가 서려있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었다. 다이앤은 남편의 직장인 킹즐리 인터네셔널 그룹(KIG)을 찾았다가 다른 미망인 켈리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켈리는 다이앤을 귀찮아 했지만, 이내 두 사람은 남편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켈리와 다이앤은 그들의 적이 누구인지 몰랐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쓰고, 수시로 숙소를 옮기지만 상대는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손쉽게 그녀들을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리와 다이앤은 참 용감했다. 그리고 세상에는 참 무수한 악당들이 많다.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가 생각해본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다른 이들은 장기판의 '졸(卒)'로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현실세계에서도 그런 악당들은 정말이지 거하게 그 댓가를 치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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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최소망 지음 / 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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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부터 전 세계의 모든 화폐 제도를 폐지하고, 눈물을 새로운 화폐로 도입합니다"(p.10)

만약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아마도 난 엄청난 부자가 될 것만 같다. 시도 때도 없이 그리움을 담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므로, 열심히 내 할 일을 해야겠지만서도 말이다.

남의 일에 감정이입이 유달리 심한 엠마 화이트.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그녀에게 친구인 셰를은 눈물이 돈이 되지도 않는데 고만하라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그녀들의 핸드폰으로 날아든 긴급문자에 이른바 엠마의 세상이 되었다. 게다가 엠마는 '눈물 관리청'에서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눈물의 감정을 분석하고 금액을 책정하는 분석관으로 일하게 되었다. 재능을 제대로 살린 것 같다.

눈물은 다양하다. 그저 반사적으로 흘리는 눈물, 꽤 감동적인 행복한 눈물, 꽤 오래 누적된 인고와 고통의 눈물, 악어의 눈물 등등등... 요즘 세상을 "각박하다"고 하는데, "물질 만능주의. 즉 돈을 위해서라면 도덕, 상식, 윤리, 죄책감, 공감, 감정 같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과감하게 버리기로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를 이미 뛰어넘었단다. 슬프게도 그들은 로봇이 되기로 자처했어. 우리는 이것을 '물질 만능주의에 의한 선택적 기계화'라고 부른단다.(p.15)"라는 캐런의 말이 바로 이를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대하면서 눈물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눈물은 때로는 비겁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장 타인과 혹은 자신과 느낌을 공감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 눈길을 멈추게 했던 부분이 바로 인간이 느끼는 극악의 슬픈 감정,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흘리는 그 눈물이 바로 '밤하늘의 블루'(p.290)라는 부분이다. 아무리 공감을 한다고 해도 이 부분만큼은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다면 어떤 눈물로도 공유할 수 없을 것 같다.

여러분도 부디 밤하늘의 별이 된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행복해 주세요. 행복하려 애써 주세요.(p.291)

내가 내렸던 결정이 괜찮다고,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이 힐링 소설인가보다.

눈물이 돈이 되어 입금되는 세상이 된다면 좋겠다. 지금 이 상황이라면 난 단연코 억만장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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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밤하늘의 별이 된 당신의 가장 중한 사람을 위해서 행복해주세요.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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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 수명을 먹는 나의 수호신 YA! 15
명소정 지음, 리페 그림 / 이지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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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먹는 혜성이 다니는 학교에 이번에는 인간의 수명을 먹는 괴물이 등장한다.

혜성은 주차장에서 주운 깃털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두 팔을 벌린 기다란 것이 평범한 새의 깃털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입학하자마자 몸이 아파서 휴학했다가 다시 복학한 학생이 있다는 것도 수상하다.

성단은 그동안 계획했던 것을 오늘 실현하려고 한다. 빈 교실에서 뛰어내리려 창문을 열려던 순간 영명이 말을 걸어온다. 여기서 떨어진다고 다칠뿐 죽지도 않을거라며, 하지만 자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에 동의해 줄 사람의 서명을 받아온다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기억을 지워줄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그렇다. 영명은 혜성이 수상한 기운을 느꼈듯이 괴물이다. 게다가 수명을 먹는 괴물이었다. '괴물'이라는 말은 어쩐지 부정적인 의미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듯했다. 아마 그림이 삽입되지 않았더라면, 혜성이나 영명이를 꽤 무지막지한 모습으로 상상했을 것이다. 물론 학생의 모습으로 본모습을 숨겼지만, 1편의 책표지에서도, 그다지 반감없는 혜성이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영명이는 조금 오해했다. 겉모습은 말고, 경계하는 혜성이 탓에 그와는 달리 영명을 의심했다.

자신의 선택에 동의해줄 사람을 찾던 성단은 자신의 진짜 아픔을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고민을 꺼내놓지 못하고 속으로 곪을데로 곪아버렸는지 모른다. 누군가 그 고민을 자세하게 들어주었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영명은 어차피 죽을 아이의 수명을 먹는 괴물이 아니라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한 존재였다. 그런 영명의 역할을 해줄 어른들은 세상에 없는 걸까. 많은 이유로 아이들은 세상을 등진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과거는 지운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설령 기억의 형태로 남아 있지 않더라도 시간을 타고 쫓아와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p.232)

아직은 어린 아이들,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한 고민으로부터 도망가는 방법으로 세상을 등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영명같은 어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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