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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정지혜 작가의 이야기를 연이어 읽게 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당연하게 일어날 일이지 않았을까. 이 소설 속 기한이 꾸었던 꿈처럼..
이 소설의 내용은 독특했다. 아니 어쩌면 한번쯤은 영화에서든 봤었던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혹은 색다르다. 내가 알기론 그다지 냉동인간이 보편화되지 않았었지만, 이 소설 속 이야기는 냉동인간이 보편화 되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계약기간동안 냉동을 시켰다가 때가되면 해동이 되고 적응훈련을 거쳐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냉동이 되는 이유는 다양했다. 지금은 치료하지 못하는 병을 훗날에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을까. 혹은 망해버린 내 인생 수십년이 흐른 뒤에 새롭게 살아보자라는 희망을 가지고 도피처로 삼은 이들도 있었다. 때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냉동되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이 소설의 내용이 현실화 된다면 내 옆에 누군가는 정말 수십년을 건너온 사람일런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별로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뛰어넘은 사람들을 평범하게 대할 수 있을까.
한 부부가 있었다. 아이들을 가지려고 노력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부는 냉동되어 보다 나은 미래에 깨어나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다.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임신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쌍둥이였다. 아내는 기뻤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노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든 엄마때문에 혹시나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혹여 자신이 이른나이에 죽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아이를 출산한 후 냉동을 택했다. 17년이 지나 깨어난 엄마를 아이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엄마는 맞지만 아버지와 극심한 나이차로 보이는 외모. 그리고 어렸을 때 엄마의 부재. 어쩌면 이 가족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훗날 이런 세상이 보편화되었을 때 느끼게 될 흠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젊지 못한 엄마를 두지 못해 아이들이 불행해질까 걱정되었던 고민때문에 결국엔 더 큰 틈을 만들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책 바로 직전에 읽었던 < 다마논드호 >에서도 많은 인물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 속으로 끌려들어갔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견고한 그들의 이야기와 관계들이 한순간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된다. 특히나 놀라웠던 반전은 바로 냉동회사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규선"이었다. 반전이라기 보다.. "차규선"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왜 그가 택시 안 라디오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끼워 맞춰진 퍼즐로 소름이 돋아버렸다.
이번생이 망해버렸다면, 다음생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처럼 시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세상은 개인적으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