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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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호러 작가로 알려진 사와무라 이치. 그(혹시 그녀?)의 소설 < 보기왕이 온다 >를 읽어보겠노라 위시 목록에 적어는 놨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이번 < 나도라키의 머리 >가 첫만남이다. 사실 요즘처럼 끈쩍끈쩍한 장마철에는 오싹해서 땀마저 쏙 들어갈만큼의 이야기를 읽어줘야 한다. 어렸을 적에는 비교적 공포영화를 잘 본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냥 내용도 없이 깜짝 놀래키는 것만으로 일관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괜한 겁장이의 비겁한 변명이려나. 책으로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으면 더 좋은것 같다. 상상을 하다가 어느 순간 느껴지는 뒷목덜미에 서늘함. 이런 날씨, 이런 계절에 특히나 더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5층 사무실에서」, 「학교는 죽음의 냄새」, 「술자리 잡담」, 「비명」, 「파인더 너머에」, 「나도라키의 머리」, 총 6편의 이야기가 실린 소설집이다. 특히나 「학교는 죽음의 냄새」라는 단편이 눈길을 끌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제 7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분 수상작이기도 한단다. 학교마다 괴담이 없으면 안되리 만큼.. 모든 학교는 괴담이 있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님 동상에 얽힌 이야기는 다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전학을 가서 1년쯤 다니던 초등학교는 꽤 오래전 목조건물 하나가 있었다. 계단을 오를라치면 삐익~ 삐익~ 소리가 들리곤 했었는데, 이제 그 건물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지도 꽤 되었으니까. 상관도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때 그 건물이 생각이 나긴 했다. 비 오는 날에만 체육관에 나타나는 유령. 미하루는 그 정체를 파헤치려는 가운데, 자살한 여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드러나는 진실. 어찌보면 괴담보다도 사람들이 더 무서운 것 같다.

이 작품들에는 히가 자매나 노자키가 등장한다. 사실, 사와무라의 책을 처음 읽는 나로서는 이 인물들에 별로 주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자면, 마코토와 노자키가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파인더 너머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작가의 전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인가 보다. 게다가 「비명」에는 히가 자매도, 노자키도 나오지 않는데 그곳의 등장인물은 히가 자매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질문까지 던지시니..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보고 다시 이 작품의 이야기들을 읽어보면서 그 인물들의 관계를 살펴봐야겠다. 작가들의 작품들이 시리즈로 엮이면서 인물들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재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미끼를 제대로 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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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습속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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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 < 시간의 습속 >은 < 점과 선 >의 후속편이라고 한다. 후속편이라고 해도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 점과 선 >에 등장했던 도리카이와 미하라, 두 형사가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는 방식이 동일한 편이다.

사가미 호수 근처에서 남자 시신이 발견된다. 근처 여관에 머무르던 남녀 여행객이 산책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남자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여자는 자취를 감추었다. 사라진 여성은 범인일까? 아니면 여성은 또 다른 피해자인 것일까. 미하라는 미네오카 슈이치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그에게는 너무나도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 점과 선 >을 미루어 볼 때 분명 이 사람이 범인인데, 과연 미하라는 어떻게 이 알리바이의 깨트릴 것인가.

인간은 절대 틀림없다고 믿어버리면 언젠가 그것이 마음에 맹점을 만든다. 착각하고 있으니까 바로잡을 생각조차 들지 않지요. 이 점이 무서운 겁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믿었어도 다시 한 번 그 믿음을 깨뜨려볼 일입니다.(p.83)

풀어놓은 문제를 다시 풀때, 끄적였던 흔적을 보면서 다른 것을 생각 못할 때가 있다. 그런 것이 마음에 맹점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묘하게도 그것 외에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세이초는 인간의 이 특성을 십분 활용한다. 미네오카의 알리바이는 꽤 든든했기에 독자들은 도무지 왜 이 사람에게 짐작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만보면 이런 스타일을 히가시노의 이야기를 읽을때 비슷하게 경험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꽤 신선했다. 작가는 발칙하게도 범인을 알려주고 형사가 어떻게 그의 알리바이를 깨부수며 그를 체포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 지켜봤었는데, 혹시나 히가시노도 세이초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을지..

지금에서는 이 이야기가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읽으면서 예전에 범죄들이 꽤 치밀했다고 여겨졌다. 어떻게 이렇게 철저히 계획을 해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을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시대상을 반영하듯 뭔가 허술하기 짝이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금새 잡히게 된다. 어쩌면 과학수사가 발전하면서 많은 정보가 범인을 잡는데 꽤 기여도가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1961년에 월간지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발표된지 60년이 지난 이 이야기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전혀 없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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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테스 샤프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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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는 나에게 거짓말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사만다는 나에게 숨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

헤일리는 나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케이티는 나에게 두려움을 가르쳐 주었지.

그리고 애슐리는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

이 말을 보고 혹시나 다중인격자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잘 들여다보면 아동학대의 향기도 느낄수 있다고 해야 할까.

노라는 친구 아이리스와 웨스와 함게 은행에 갔다가 은행강도에게 인질로 잡혀버렸다. 하지만 은행강도는 뭔가 달랐다. 이를 눈치챈 노라. 언니에게 조용히 구조요청을 한다. 노라는 전직 사기꾼이다. 사기꾼으로 길러졌다고 말하는게 더 옳을까. 레베카, 사만다, 헤일리, 케이티, 애슐리는 모두 노라의 엄마가 그녀에게 요구했던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언니가 엄마로부터 자신을 구해냈다. 그리고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기에 둘만의 암호를 정해둔 것이다. 노라는 인질범들에게 가장 큰 인질이 될수 있는 어린아이를 교묘하게 풀려나게 했고, 친구들과 이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한다.

노라는 어떤 이유로 언니와 비밀암호를 정해야만 했는가. 왜 엄마로부터 벗어나야 했을까. 노라는 정체는 정말 누구일까. 차츰 차츰 의문점들이 풀리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노라가 어린 나이에 사기에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엄마에 의해서. 가장 보호 받아야할 시기에 그리고 보호해야할 부모에게서 이렇게 이용된다는 것은 학대임이 분명하다. 정말로 엄마는 노라를 딸로 생각했을까. 그저 사기에 이용하는 도구로만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언니의 도움을 받아 노라는 도망쳐서 '노라'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은행강도 사건을 겪으면서 그녀는 이번에는 더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스스로 이 위험에서 벗어나려 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노라의 성장소설이라고 이야기해도 무방하다. 은행강도의 인질에서 벗어나려는 그녀의 활약도 꽤 긴장감 넘치고, 위험으로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노라가 꽤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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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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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연히 < 엄마의 엄마 >를 읽고서 같은 세계관(좀 거창하지만, 책의 해설에서 그렇게 있었다. 리뷰에 쓴 걸 보니)을 갖는 전작인 이 책 <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을 읽어보겠다고 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이 책도 역시 '다나카 하나미' 모녀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아빠 없이 엄마와 둘만이 사는 하나미. 아마도 아빠에 대해서 엄마는 말을 안해주는 것을 보니, 아빠는 전과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하나미는 그래서, 수배자 전단지를 보면 유심히 살펴보게도 된다. 넉넉하게 살지는 못해도 모녀의 사이는 애틋하며 하나미는 다시태어나도 엄마의 딸이고 싶어한다. 기특한걸..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의 딸보다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 이제는 모든 것이 미안하기만 해서, 엄마를 보호해주고 싶네. 누가 보면 효녀인줄 알겠네...

하나미는 아빠가 궁금하지만 말해주지 않는 엄마때문에 뭔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엄마가 결혼해서 살기에는 자신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나 고민을 하기도 한다. 엄마는 늘상 마감때 맞춰하는 반값세일 음식을 사갖고 오기는 하지만 두사람의 일상이 참으로 잔잔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의 작가 스즈키 루리카는 2003년생이다. 이 <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은 열네 살에 출간한 첫 소설집이다. 지난번에 < 엄마의 엄마 >를 다 읽고나서야 꽤 어린 나이에 작품을 발표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어린 학생의 작품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린 날 학급문고에 소설을 쓰던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 다 이야기가 고만고만했고, 어딘선가 짜집기를 했던 이야기였고 했는데, 작가의 소설은 꽤 이야기가 신선했다. 꽤 재능이 있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앞으로의 그녀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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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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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아니,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면 과연 어디로 떠나고 싶을까? 독특한 이야기로 내 맘을 사로잡은 고호작가이다. 아마도 출간된 책은 다 읽은 것 같은데,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스토킹하듯 읽는 내 버릇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이야기이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꽤 많았지만 이 책의 여행은 여느 이야기와는 다르다. 어차피 일어난 일들을 일어나듯이 현재로 돌아왔을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순수한(?) 여행이다. 시간법을 어기지 않는 다면 마음껏 과거여행을 할 수가 있다.

과거여행을 하려는 자들은 사연도 다양하다. 엄마의 결혼을 막으려는 딸, 과거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교수, 과거에 헤어진 동생을 만나고 싶은 오빠등등. 특히 인상적이었던 과거여행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봤던 이태백 할머니였다. 첩의 딸이라고 족보에도 올려주지 않았던, 호적도 만들어주지 않아 느즈막하게 올려준 이름은 그냥 아무렇게나 부르던 '개년'이었다. 글을 배우지 못했던 후회, 스쳐 지나간 사랑에게 말하지 못했던 고백 등 가슴에 묵혀두었던 응어리를 풀게 되었다.

"후회란 놈은 꼭 이렇게 뒤통수를 친단게. 앞에서 오믄 을매나 좋아. 사람이 살믄서 후회를 어찌 안 하고 살겠냐마는 자제는 그래도 후회를 돌이키기에 너무 멀리 가는 인생을 살진 말어. 그것만 명심해두 자알 산 것이여.(p.221)

후회란 놈은 정말로 꼭 뒤에서만 오네.. 그럴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어쩜 후회되는 일들을 곱씹으며 나를 괴롭히곤 한다. 돌이킬수도 없는 후회들을 최근에 너무나도 많이 저지른것 같다. 어떻게 그 후회들을 돌이킬 수 있을까. 열심히 살면 될까. 마지막 약속처럼 잘 살아가면 되려나. 먼훗날 정말로 과거를 여행할 수 있게된다면 이태백 할머니처럼 내 삶의 응어리진(?) 그때를 둘러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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