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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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근하게 끓여내는 곰탕.. 언젠가 김혜수 배우님이 등장하는 드라마 "곰탕"이야기를 얼핏 보고선 그 드라마를 보려고 했었다. 우연하게 비슷한 시기에 이 책 < 곰탕 >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이 소설이 드라마의 원작이라 생각했다. 한동안 위시목록에 적어놓았다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김혜수 배우님이 맡을 배역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아뿔사!!! 그냥 제목만 같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드라마 "곰탕"은 다음에 보는 걸로~

수많은 위시목록에서 불현듯 이 책을 꺼내들은 이유는 부제 '미래에서 온 살인자'때문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눈길을 확 끄는 이 문구를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700여페이지의 분량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재미있다. 과연 내가 좋아할만한 이야기였다.

2063년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해졌다. 자유롭게 안전하게 보다는 죽을수도 있었다. 우환은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서 자랐다. 고아원에 나와야 했을때는 곰탕집 주방에서 일했다. 이 식당에서 파는 곰탕은 정말로 맛이 없었다. 노린내도 심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고깃국 냄새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우한은 시간여행을 가서 '곰탕 맛을 배워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곰탕 맛 때문에 목숨을 건 여행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우한은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한은 20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일행중 모두 죽고, 우환과 화영만이 살아남았다. 화영은 누군가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

순희는 학교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등장한 한남자. 그런데 이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순희는 이 사람을 죽인 용의자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사건이었다. 곰탕 한그릇 먹이러 갔던 순희의 아버지는 그저 피묻은 교복을 가지고 돌아왔다. 우환은 곰탕집 주인이 가져온 피투성이 교복을 빨다가 이름표를 보았다. '이순희'.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이름하고 같았다. 혹시 이 사람이 내 아버지였을까.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닐까. 자꾸만 우환은 순희가 신경이 쓰이게 된다.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목이다.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드라마와 이름이 같아서 뭉근하게 끓여내는 곰탕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것일까. 하지만 이 소설은 꽤 재밌다. 암울한 미래세상에 암담한 현실보다는 과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했던 사람들. 젊은 화영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모두 2063년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고용되었었다. 어떤 노인의 제안을 받았다. 12명을 죽인 살인자를 죽여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곰탕의 비밀을 알아낸 우환은 미래로 돌아가던 중 현재에 남기로 마음먹고 배에서 내렸다. 약을 먹고 자고 있었던 나머지 12명의 사람들이 죽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순간... 이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들이 궁금해서 이 책을 도무지 놓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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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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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안전가옥 쇼트에는 강화길 작가의 「깊은 밤들」, 「비망(備忘)」, 「산책」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모녀 이야기이다. 엄마를 닮지 않으려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는 모녀의 모습이 보인다.

특히 「비망」에서는 이혼후 딸을 혼자 키웠고, 끊임없이 전남편과 위자료 때문에 싸웠던 그녀, 게다가 지난 1년간 집에서 나오지 않았던 그녀가 한걸음 내딛어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딸을 이해하는 이야기이다. 제목 '비망'은 한자를 찾아보고 나서 "잊지 아니 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다른 말이었는데, 이제사 생각해보니 딸아이의 바람의 잊지 않기 위한 준비를 실행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홀로 힘들게 살아왔던 엄마를 생의 마지막에서 그렇게 또 벽을 쌓고 살게 될까 걱정이 되었던 딸은 "엄마는 세상을 둘러보면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녀는 1년여를 그렇게 자신을 벽 속에 가두고 살았던 것 같다. 딸의 바람을 잊지 않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게 아닐런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꽃구경을 함께 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말해주지 않아도 닮아만 가는 모녀인데, 왜 그렇게 짜증을 많이 냈었을까. 이렇게 못해줬던 기억만 나고 많은 것이 미안해 지는데, 더 잘해줬을껄 하는 후회만 든다. 내년 봄은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하겠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것처럼 딸아이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또 그렇게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계속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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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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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은 처음 만났다. 아무래도 범죄스릴러를 좋아하다 보니 출간 당시 제목만 보고 끌렸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의 몇번의 대출과 반납을 반복하고 나서 다 읽게 되었다.

강력범죄 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 하는 이야기이다. 현재 형사들의 수사과정과 범인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서 조금 지루한감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작가의 책을 처음 읽다보니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겠고, 너무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이 아니었나 건방진(?) 생각을 했는데, 현실적인 경찰소설을 쓰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수긍이 갔다. 실제 형사들의 검거율은 꽤 뛰어난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수사가 꽤 쉽게 빠르게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범인을 잡고자 하는 집요함이 끝끝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22년이 지난 사건임에도 예전 일을 재정취하면서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으면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경찰을 마주친 새로운 용의자가 도주를 시도하는 순간 '범인이다!'라는 생각에 손에 땀이 쥘 정도이니, 실제 형사들의 마음도 이럴까.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죄 동기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다. 그런데, 어제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남들도 불행해지라고 무차별 칼을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작가가 말했듯이 한국사회의 풍경을 담은 것일까 싶다.

더군다나 작가는 도스도옙프스키의 일가견이 있다. 아니면 이 소설을 위해 그 작품들을 모두 섭렵했을까. 그나마 도스도옙프스키의 <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을 읽었다고 자부심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도스도옙프스키 독서모임을 했다는 설정과 함께 계속해서 언급되는 < 백치 > 뿐 아니라 도스도옙프스키의 작품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들 처럼 전집으로 들여놔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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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 모른다는 거지. 신은 그걸 알고 있고 그래서 우리에게 고통을 준다는 거야.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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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용감해질 나이 - 더 늦기 전에 더 잃어버리기 전에
김희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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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육사 생도 시절 만났다. 육사 생도에게는 제약이 많았고, 당시에는 연락이라고는 편지, 아니면 공중전화가 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서울 아가씨가 경상도로 시집을 갔고, 많은 친척 중에 서울사람과 결혼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았고, 뭐든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던 남편은 아마도 집안의 자랑이었을 테다..당시에 여성들이 일을 한다는 것은 힘든 건 알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시어머니의 이유없는 반대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귀하게 여긴 아들이 중매도 아니고 연애를 해서 결혼하겠다는 사람도 귀한 사람이 아니었겠는가. 게다가 군인인 남편의 부임지 때문에 전근을 다닐라치면 20여년동안 23번이나 다녔다는데 꼭 집에 그렇게 오실만 했을까. 결혼 초기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렇게 오시는 시부모님이 내가 봐도 뭔가 탐탁지 않다. 군인이 아들을 위해 내조를 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서라도 나같으면 잘해 주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군인아파트는 낯설지 않다. 어렸을 적에 장군은 아니더라도 직업군인이신 작은아버지댁에 종종 놀러갔었기 때문이다. 군복을 입고 출퇴근 하시는 작은아버지에 대한 기억때문에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저자와는 조금은 차이나는 세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결혼때문에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가 훗날 자신의 일을 조금씩 하는 것을 보고 첫직장부터 포기하지 않았다면 꽤 유능한 커리어우먼이 되었을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남는다.

예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다. 내조를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 비로소 용감하게 잔신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애잔하다. 가사, 육아는 공동의 일이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자신의 삶은 사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도 여전히 자신은 없이 희생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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