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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 표지가 너무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1991~1992년경 서울지방경찰청 화보용 사진 촬영 현장사진이라고 한다. 그 시절의 내 사진을 봐도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겠다 싶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시그널'을 보는 것도 같다.
저자는 순경으로 경찰생활을 시작으로 1991에는 강력계 첫 여형사가 되었다. 탁월한 능력으로 계속되는 특진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2000년에는 최초 여성 강력반장이 되었다고 한다. 여형사, 여성 강력반장.. 꼭 그녀의 직함앞에 '여성'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 불만이지만... 그야말로 불모지 같은 형사라는 세계에 문을 연 개척자라고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참아야겠다. 이제는 어떤 분야라도 여성들이 진출하기 때문에.. 그 직업앞에 '女'를 붙히는 것은 좀 지양해줬으면 좋겠다.
과거 교도소를 탈옥했던 이가 있었다. 그를 붙잡은 형사에 대해서 여러명을 보았는데, 이분도 그 형사중에 한분이라고 한다. 왜 그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가 많은거지라는 멍청한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만큼 수많은 형사들이 그 일에 매달렸을텐데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건이 있었다. 아들이 애인을 죽인 것 같다는 신고전화가 와서 확인해 달라고 한다. 안타깝게 여성은 사망했다. "열두살 많은 여선생과 남학생이 사귄 사건이라며?"라는 말을 뱉었다가 상사는 금방 말을 거둔다. 범인을 체포하고 진상을 파악해보니 고등학교에서 진학 상담 선생님이었던 피해자가 제자에게 스토킹을 당한다며 어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른이니까 참고 다독여라.라고 했는데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둘은 연인이었다, 스토킹을 당했다라는 두 어머니의 상반된 진술로 인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했다. 그런데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성급한 보도를 했고, 피해자 어머니의 무섭도록 정확하게 항의하여 공개사과를 받아냈다. 어떤 자들은 꼭 자기 사고만큼의 언어로 한 사람의 생을, 나아가 세상을 더럽힌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p.267) 아직도 여전히 이런 행태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범죄 피해로도 힘들텐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카더라'라는 말들로 2차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맹목적인 질주는 스스로를 깍아내린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현재 저자는 은퇴를 하고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후배 여형사와 마당을 공유하며 각자의 집에서의 생활은 정말 환상적인것 같다. 이런 열혈 형사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그나마 안전한 것은 아닌가도 싶다. 모든 형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