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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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참 예쁜데, 도서관에서는 표지를 다 벗겨놔서...ㅜㅜ 이 책도 나온지 꽤 되었지만, < 변호 측 증인 >은 1963년에 처음 발표되고 46년만에 복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간혹 오래전 배경인 이야기를 읽을 때 낯선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60여년전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이 없다. 60년대에 씌여졌으니까, 당연히 배경도 그렇겠지...^^;;

스트립 댄서로 일하던 미미 로이.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과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벌집에서 미미와 같은 며느리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연애로 결혼을 했다고 해도, 잘 짜여진 상황에서 만나고 보니 어느 집안이더라 하는게 기본 공식이 아니던가. 미미도 역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방탕했던 아들이 자신과의 결혼으로 정신을 차린다면 한 식구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미미는 임신을 했다. 남편은 기뻐했고, 이 사실을 알게되면 아버지도 자신들을 인정해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살해되었고, 희망찬 미래는 날아가고 말았다.

초반에 시작되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남편이 아버지를 살해했고, 사형선고를 받은 남편을 살리려는 미미의 노력인 줄 알았다. 항소를 통해 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미미의 조용한 그날의 사건에 대한 서술이었다고 믿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갑자기 이야기가 바뀌어 버렸다. 이게 뭐지 하면서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 무심결에 독자는 남편이 범인이고 그를 위해 거짓말이 오히려 그를 더 위험에 빠트렸다는 착각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극찬을 받고 있는가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과 독자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참 대단한거 같다. 아이참.. 이러면 또 이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게 될게 아닌가...(벌써 찾아봤다.)

다른 이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혼자서만 책을 읽었더라면 어쩌면 이 책은 만날 기회가 없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만나서 다행이고, 작가의 다른 책을 또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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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4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4
김용세.김병섭 지음, 센개 그림 / 꿈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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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이 빠진 마냥 4권을 안 읽고 5권으로 넘어갔기에, 도서관 찬스를 사용했다. 다른 이야기는 뭐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도화랑의 비밀"이 궁금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다리가 붕붕 나는 맛, 사라의 꽁깍지가 씌는 맛, 금손이 되는 맛, 꿀잠 자는 맛"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금손이 되는 맛"에서는 이제껏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게 아니라는 점이 특이했다. 그 전에도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말이다. 현아는 미술학원제서도 제법 자랑이다. 각종 미술 대회의 상을 휩쓸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은별이가 들어온 다음부터는 좀처럼 두각을 나타낼 수가 없었다. 현아는 일부러 은별이에게 심술을 부렸지만, 그때마다 은별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낸다. 어느날 은별과 현아가 학원 대표로 미술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현아는 미술학원에 가기 전에 간식을 먹으려다가 도깨비 식당에 들르게 된다. 현아는 금손이 되는 맛과, 똥손이 되는 맛 김밥을 주문한다. 은별이가 똥손이 되서 자신이 1등을 했으면 했다. 하지만, 역시 남에게 해가 되게 하는 일은 도화랑은 하지 않는것 같다. 역시 나쁜 일을 하면 효과가 없는 거구만^^

나도 도깨비 식당을 만났으면~ 만나게 되면 어떤 맛을 선택을 하게 될까?

이제 빈틈을 다 채워 읽었으니 6편을 찬찬히 기다리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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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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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이다.(맞는지는 모르겠다. 남들이 그러니 그런가보다.) 그런데, 이 책도 예전에 <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었네. 이 시리즈와 더불어 < 진달레 고서점의 사체 >와 <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도 함께 읽어볼 생각이다. 전자북을 함께 빌려놨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하자키 시리즈는 형사 고지마가 등장하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인 것 같다. 별개의 사건이라 들어서 무엇을 처음 읽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출간 순서대로 읽는게 마음이 편하다.

이 소설은 하자키라는 해안 도시를 배경으로 한 코지 미스터리이다. 그런데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코지'라는 말은 참 어울리지 않다. 이 이야기도 해변에 닿아 있는 목련빌라.. 고다마 부동산 사모님이 손님에게 집을 보여주기 위해 목련을 찾아온다. 3호집을 여는 순간, 얼굴과 손가락이 뭉갠닌 사체가 발견된다. 총 10호가 있는 이 빌라에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참으로 침착하게 생활해나간다. 이웃집에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면 나는 이렇게 동요없이 지낼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사건당일에는 태풍이 불었고, 시체가 발견된 3호실이나 이 외진 곳에 있는 빌라는 밀실이나 다름 없는데 도대체 누가 이 사람을 죽였을까.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비밀스런 이웃들의 행적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음... 자꾸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코지" 미스터리란다.

물론 분위기가 어둡고 폭력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경험이 없으니 이토록 평안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코지"라는 말이 조금 어울리지 않아 조금 심술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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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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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중고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값어치가 없다고 대신 처분해준다며 싼값으로 후려치지 않던가. 예전에 1년 조금 넘게 쓴 장과 책상을 재활용센터에 팔아볼까 했더니, 구매할 수 없다고.. 어차피 버려야 할거 그냥 가지고 가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 쓸 물건이 아니라 재활용 센터에 알아봤었는데, 비싸게 팔더라. 이럴꺼면 그냥 조금 보태서 새 상품을 사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긴 책도 나눔을 한다고 당근에 올리면 헌책방에서 싣고 간다더라.

그런데 이 중고상점은 정말 수상한 건 맞는것 같다. 항상 제품을 비싸게 사온다. 점장인 가사사기는 상점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체크메이트'를 외치며 중고상품과 관련된 사건에 추리를 해나간다. 그 추리는 항상 어긋나긴 하지만... 장사수완은 없는 히구라시는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오히려 이 상점은 중고상점보다는 탐정사무소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 책 2011년에 <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단다. 가사사기가 점장이긴 하지만, 화자도 히구라시이고, 사건을 제대로 풀어나가는 것도 히구라시이기 때문에 예전 질문보다 지금 제목이 더 어울린다.

이런 중고상점이 있다면 헌가구던 헌 책이던간데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고객님의 프라이버시까지 지켜주는 매력적인 중고상점은 오늘도 정상 영업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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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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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시작된 조선인 학살. 그러고 보니 올해가 100주기가 되었다. 나라 잃은 백성들은 괴소문에 이유도 없이 스러져 갔다. 예전에 <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당시의 참상을 글로 읽으면서도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이라는 책 덕분에, 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23년 간토 카타콤베. 민호와 다카야는 나란히 언덕을 오른다. 이 두사람은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타임슬립 기술을 이용하여 과거로 파견된 조사단의 일원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그들은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졌다. 다카야는 자신의 증조할아버지가 히로시마에서 피폭을 당해 사망한 일을 시작으로 전쟁과 학살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피력했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격이라고 보여지는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그 일로 전쟁과 학살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조선을 필두로 동아시아에 행해진 과거 일본의 행태에 대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역시 한국인을 자극하기에 알맞은 소재같다.

다카야는 민호에게 말한다. "너는 거기에 도착하면 죽을꺼다. 너만 없었으면 내가 이런 형벌을 받을 리가 없다." 이 말을 들은 민호도, 읽고 있는 나도 도무지 다카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민호는 1923년에 조선인 노동자 '달출'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호도 뜻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다. 민호는 죽음과 함께 2023년 간토 카타콤베로 돌아온다. 하지만 다카야는 돌아오지 못했다. 미래로 소환되기를 희망하며 소극적으로 살며 100년을 지내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순간 2023년으로 돌아와 민호와 마주한다. 다카야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민호는 자신이 과거에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왜 다카야는 즉시 소환되지 못한 것일까. 그는 오롯이 100년을 기다려야만 했을까.

1923년 당시의 달출과 평세는 조선인 노동자로 학살의 현장에 서있다. 모두가 겪은 자연재해지만, 그 공포를 어디론가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바로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을 위협한다는 유언비어였다.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며 자경단을 꾸리고 조선인들을 학살한다. 또한 일본사회에서도 천대받던 부락민과 장애인등도 함께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미야와키와 사요같은 일본인들도 볼 수 있다.

과거는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당시의 공포로 인간들이 얼마나 흉악해 질 수 있는가를 보고, 반성하며 그들을 위로할 때 한층 더 성숙한 인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도 여전히 당시 희생된 조선인들에 대한 어떤 추모도 하지 않는 도쿄도지사에게 추도문을 보내라고 요청하는 시민단체는 "과거를 똑바로 직시하며 반복하지 않도록 전승하기 위해 100주기를 기점삼아 한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 소설은 참 생각할 게 많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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