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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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스토킹 도서

우선 박수! 짝!짝!짝!

이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집을 모아 놓은 책이다. 단편에 비교적 약한편인데, 너무나도 잘 읽었다. 게다가 재밌기도 했다. 박수가 아니 나올 수가 없다. 여기에는 모두 8편 「얼굴」, 「잠복」, 「귀축」, 「투영」, 「목소리」,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일 년 반만 기다려」, 「카르네아데스의 널」가 실려 있다. 단편에 약하다 보니, 리뷰를 쓸때 기억에 남는 것이나 이해한 이야기만을 적는 편인데 이 소설들은 어느 하나 빼놓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혼자서만 하는 "독서외길"을 계속 했었드라면 절대 알 수 없었던 작가가 아닌가 싶다. 마쓰모토 세이초를 알려준 언니께 정말 감사를 드려야 할 판이다.

「얼굴」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어느 한 배우의 이야기가 나온다. 연극배우 '이노 료키치'는 그의 연기에 호평을 받으며 영화 출연 제의를 받는다. 그리 중요배역도 아니고 조금만 등장을 했지만, 한 영화사에서 그릴 콕 집어서 출연 교섭을 해왔다. 출연료도 오르고 꽤 비중있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르던 이노에겐 걱정거리가 있다. 예전에 한 여인을 살해했다. 신중하게 행동을 했지만 기차 안에서 한 남성을 만났고, 그 사람이 당시 목격한 사실을 말했던 것이다. 혹여 그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까봐 나름대로 조사를 해왔었다. 이번 영화를 찍고, 만약에라도 자신을 기억한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조용하게 그 사람도 살해하면 된다고 계획을 세웠다. 약속 장소에서 변장을 하고 만나려 했는데, 우연히 들렀던 식당에서 그를 만나고 말았다. 9년전 목격자.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이다 싶었다. 이노는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고, 영화는 개봉이 되었다. 이노의 범행은 영원히 묻혀버릴까? 실제로 그를 기억하지 못했던 목격자. 하지만 9년이 지난 후에도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집으로 우편물이 왔던 점을 경찰은 의심했고, 이노의 영화를 보았던 목격자는 비록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 날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과연 이노의 운명은 어찌 될까.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아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우(愚)를 범한다. 아무리 신중을 기했어도 어느 순간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결국에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유명세를 타는 이들 중에서도 과거 자신의 행동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일까. 그야말로 '언행일치'가 안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언행일치'가 잘 되고 있는 사람인지를..

「잠복」에서는 범인을 잡기 위한 어느 형사의 잠복수사를 보여준다. 얼마 살지 못해 죽을꺼라고 했다는 범인이 혹여 예전 연인에게 찾아 가지 않을까 그녀가 결혼한 집 근처에서 잠복수사를 한다. 어린 나이임에도 아이 셋이 있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그야말로 나른한 일과를 보내는 여성. 며칠 지나자 형사의 짐작대로 범인이 나타났고, 여성은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 드디어 형사는 범인을 쫓게 된다. 범인을 체포한 후에 형사는 여자에게 말한다. 지금 버스타고 집에 돌아가면 남편의 귀가 시간 전에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참 씁슬하다. 어떤 약점이 있어서 그리 살고 있는 것일까. 만약, 지금 일이 알려지거나 남편보다 귀가가 늦다면 그녀의 삶이 힘들어지리라는 것을 형사는 알았을까...

배경은 꽤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현재에도 똑같은 문제들이 많다. 너무나도 일상에 밀접한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나 싶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을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세이초의 이야기를 4권정도 읽었는데, 읽을수록 재미가 덜하기보다는 재밌어지고 있다. 그의 단편마저도 이리 재밌으니 그저 신이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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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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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는 < 가면 산장 살인사건 >, < 하쿠마 산장 살인사건(백마산장 살인사건) >에 이은 산장 시리즈 3편에 해당한다. 앞의 두 소설을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이 소설은 낯설다 했는데, 1992년 작품인데, 이제서야 국내에 번역되었다고 한다. 한때 미친듯이 히가시노의 이야기를 읽었었다. 그의 이야기는 책태기를 한방에 날려줄 만큼 매력적이다. 이 이야기도 소설을 읽기 시작부터 결말에 다다를때까지 거침없이 책장을 넘겨버렸다.

7명의 남녀 연극 배우들이 외딴 산장에 모였다. 연출가인 도고는 그들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이 산장에 오도록 안내문을 보냈다. 그리고 이 곳은 외딴 산장이라 설정하겠다. 외부하고도 철저하게 고립된 산장에서 기분전환을 해도 좋고, 배역연구를 위한 합숙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연락은 필요하다면 자신이 하겠으니 어떤 상황이 있어도 외부사람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다. 만약 이를 어길시 오디션 합격은 즉시 취소된다는 것이다.

산장에는 책도 있었다.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게 되었다', 밴 다인의 '그린 살인 사건',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이렇게 준비된 산장이라면 며칠을 고립되어 있어도 견딜 수 있을텐데 말이다. 첫날밤이 지나고, 7명의 사람중에 한사람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가 살해 당한것으로 설정한다는 쪽지가 발견된다. 다음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남겨진 사람들은 수수께끼를 풀려고 산장부근을 조사한다. 하지만 다음날 한 명이 또 사라진다. 그리고 피가 묻은 범행도구도 발견된다. 순간 이들은 동요한다. 어쩌면 이건 실제 상황인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극단에 속해 있는 구가 가즈유키의 독백이 이어지면서 그가 나름의 탐정역할을 하면서 사건의 진실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간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수가 없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던 히가시노의 초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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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이희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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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플라스틱으로 변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집은 「죽은 연인의 초상」, 「악취」, 「역 피그말리온」,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의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배경은 같다. 최근 코로나라는 팬덕믹의 여파로 생활에 매우 많은 제약이 있었던 탓에, 이 이야기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 병은 접촉으로 전염되는 것 같다. 플라스틱으로 변하며 사망하는 이 병은 플라스틱으로 변하다 보니 매장도 안되고, 태워서도 안된다. 굳이 치워야 한다면 주민센터에서 분리수거로 해야 한다나... 참으로 난감하다.

「죽은 연인의 초상」에서는 상조회사에서 일하는 나영의 이야기이다. 그의 연인 준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느날 의문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그녀의 연인 '준'이었다. 이미 플라스틱 병이 진행되고 있는 준은 나영을 불러서는 안되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나영에게 부탁을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병을 연구하던 준의 마지막 부탁으로 드디어 플라스틱 병에 대한 항체를 발견하게 된다.

「악취」에서는 플라스틱 병으로 사망한 시어머니의 사체를 장남이 처리해야 한다며 수진의 남편은 우선 관을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를 안방에 놓았지만 남편은 이불을 챙겨 거실로 나갔다. 아무리 플라스틱으로 변했어도 시체와 함께 자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땐 장남이 처챙긴다면서 장남은 어디로 가고 며느리인 수진이 전적으로 맡아야 하는 것일까. 엄마가 다니던 절에서 사십구재를 지내준다며 아가씨는 전화를 걸어온다. 엄마를 모시고 가면 좋겠다고. 도대체 누가 자식인걸까. 남편은 7일째 되는 날에 출장을 가야 한다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 이야기를 읽다가 진짜로 속터지는 줄 알았다. 정작 자식들은 입으로만 떠들지 실제로 본인들이 나서야 하는 일에는 나서지를 않는다. "인간쓰레기"는 다른 이야기의 제목이지만 수진의 남편과 그 형제들이 정말로 인간쓰레기 같다. 어머니의 시체가 없어진 후(?) 슬며시 방으로 돌아와 잠을 자는 수진의 남편을 쥐어박고 싶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지금의 우리들의 민낯을 풍자하는 소설인 것 같다. 지금 사회를 보면 정말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일들을 하면서 오만해지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을 흉내내며 장난처럼 글들을 올리고, 음식을 먹고, 물건을 사며 그야말로 먹튀하는 사람들.. 도대체 제대로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모두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성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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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박민형 지음 / 예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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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며 살아가는 영남에게 친구가 '악극'을 써보라는 제안을 한다. 남편이 퇴직금을 주식으로 잃고, 결혼한 딸에게 집을 담보로 융자를 얻어주고 나니, 노후가 빠뜻하던 차에 수락을 했다. 그녀가 쓴 '어머니'라는 악극은 성공을 거두고, K시에 있는 공연장에서 있는 무대인사에 참석을 해야 한다는 피디의 연락을 받는다. K시..그 사람이 있었던, 영남이 잠시 살았던 K시... 그 곳에 가는 것을 망설였지만 그 기억속으로 젖어들게 된다.

아버지의 바람으로 엄마는 이혼을 했다. 양품점을 차렸지만 계가 깨지면서 모든 것을 날렸다. 게다가 엄마의 입김으로 계를 들었던 사람들이 돈도 고스란히 엄마의 빚이 되었다. 새엄마와 사이도 좋지 않았던 영남은 아버지의 집을 떠나 엄마가 살고 있는 K시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업하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났던 정계장.. 친언니 같았던 양희 언니는 그런 감정이 사랑이라고 했었다. 통금이 풀리던 크리스마스에 양희 언니는 일산화탄소 중독이 되어 세상을 뜨게 된다. 영남은 만약 그날 오라던 언니의 말만 들었더라면 언니가 죽지 않았을까 후회한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만다.

첫사랑이 기억이 있는 애틋한 도시였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아픈 기억이다. 20살의 나이에 겪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을테다. 하지만 영남은 왜 손을 내미는 정계장을 떠났을까. 조용히 영남은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지게 된다.

1970년대쯤의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도 그렇다고 낯익지도 않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다 비슷한 것 같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꽤나 의지했던 소중했던 사람을 지켜줄 수 있었지만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을 이렇게 공감할 수 있다니...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살던 곳을 찾아가보면 잊고 살았던 기억에 대한 해답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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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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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라고 하면 뭔가 휴식같아야 하는데... 초반부터 참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펜디잭 호텔이 무너졌고, 사람이 여럿이 죽었다. 호텔에 머물고 있던 사람은 모두 24명. 과연 이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누구일까? 평온해 보이는 표지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비로소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프롤로그에서 전해지는 슬픈 참사의 현장. 절벽의 포효과 굉음, 평온한 삶이 진행되는 가운데 벌어지는 참상은 참으로 슬프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47년이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생각이 났다. 커다란 대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수없이 보내오는 시그널을 왜 읽지 못했을까. 이 소설도 읽어나가게 되면 그 징후들이 보인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이 대참사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조금씩 벌어지는 틈. 그리고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한 결과는 끔찍한 사고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탐정과 범인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범인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이지만 초반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소개를 했기 때문에 독자들은 여기저기 보이는 징조들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누군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면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는 주어졌음을 알게된다. 어쩌면 결과를 알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해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불행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쩌면 요행을 바랬던 사람들에게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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