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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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 '고결'과 '조심' 그녀들이 함께 살게 되었다. 고결은 꽤 계획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계획표를 30분 단위로 짜고,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게다가 청결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조심은 안전에 관해 민감하다. " 어디서든 살아남기"에 매우 관심을 가지며 모든 상황을 불안해한다. 읽다보면 조금 짜증이 날 정도로 민감하게 군다. 가족들 마저도 이런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별것 아닌 것에 유난을 떤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 함께 살기로 했다.

사실, 나도 두 사람 중에 고결하고 아주 조금 비슷한 것 같다. 여행을 가서도 이동시간까지 고려해가면 전투적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언젠가 여행사에서 함께 하는 1박2일 여행을 했다가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너무 무료해서 다시는 이런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가지 했었으니 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하차 위치, 시간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물론 고결보다는 덜한편이다. 조심은.. 좀 비슷한 이를 알아서, 매사에 너무나도 안전 안전을 외쳐서 오히려 내가 안전불감증인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느 것에든 덜하는 것보다 과한 것이 나을수는 있는데, 이 둘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도 싶다.

그런데 요즘같은 세상은 고결과 조심 같은 이들이 정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로 2년여를 참 고달프게 살았고, 평화로운 일상에 정말로 이유없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릴때, "이만하면 괜찮은 결심"이 아니라 "이 정도는 해야"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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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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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2020년에 출간되었는데, 띠지의 설명이 '100권의 책을 출간한 정명섭 작가"라고 하니 지금은 몇 권 정도가 되시려나...2020년에 < 저수지의 아이들 >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 이후로도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정말 작가님은 어디에 이런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계시나 모르겠다. 특히, 작년에는 < 우주전함 강감찬 > 북토크에 갔을 때 직접 뵈었는데, 입담도 너무 좋으시다. 게다가 다른 후배 작가들을 이끄시는 모습도 꽤 보기 좋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후배 작가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우리 나라 출판계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한다. 1인당 독서량도 급격히 줄어 들었고 - 우리 집도 내 독서량이 대부분이다 -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지급 받을 수 있고, 나눔으로 책들도 돌고 돈다. 과연 이런 것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도서관이 너무나 많아서 예전처럼 책을 구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출판업계의 불황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지망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많은 책을 쓴 덕분에 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 계약서요. 그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계약서가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닌가. 작가가 되려면 우선 기본 글쓰는 능력은 좀 있을테고(나 같은 사람은 애초에 생각을 안 한다.) 책을 내려면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출간하는데, 꼼꼼히 계약서를 써야 할테다. 그냥 순수한 독자라는 입장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분을 알게되니,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나름의 출판과정을 조금 알게 되었는데.. 만만치 않더라. 그런데 계약서는 책을 낼 때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도 적용되는 내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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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혈통
시드니 셀던 지음, 정성호 옮김 / 오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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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셀던은 영화, 연극, 뮤지컬, TV 대본을 비롯해서 소설에서까지 정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고 있다. 이제껏 읽었던 소설고 그러했지만, 이 < 화려한 혈통(Bloodline) >은 빠른 화면 전환을 보여주며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피를 얼어붙게 만들고, 미스터리로 가득차고, 사납게 몰아치고, 이국적이고, 대담하고, 음모에 넘치고, 책을 손에서 내려 놓을 수 없고, 속도감 있고, 휘황찬란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매혹에 넘치고, 뛰어난, 위기일반의 소설'이다라고 뉴욕타임스를 비롯 주요 매스컴들이 이 작품을 격찬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 마음이 딱 그 맘이다.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제약회사 '로페 앤드 선즈'의 총수인 샘 로페가 52세의 나이로 죽었다. 로페 앤드 선즈는 창업자 새뮤얼 로페의 뜻에 따라 주식은 로페 일가 이외의 사람에게는 넘길 수 없도록 했다. 여우는 언젠가는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아무리 그 여우가 친절하더라도 닭장 속에 넣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샘의 외동딸 엘리자베스는 경영수업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찍 그녀를 후계자로 지정했으면 잘 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엘리자베스도 주식 처분을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녀도 사고를 가장해 누군가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 샘의 죽음도 단순한 사고만은 아닌 것 같다.

이사회에 속한 그들은 모두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친족 경영이었다 하더라도(사실 사위들이었지. 착한 여우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물게 되는 법이니까. 이럴땐 잘해 주는 사람을 먼저 의심해 봐야 한다. 초반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잘 쫓아가다가 미끼를 덥석 물어버려서 삼천포로 빠져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두꺼워서 언제 읽나라는 생각은 잠시 했지만,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손에 잡으면 결말을 보기까지 책을 놓을 수 없다. 시드니 셀던 작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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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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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 맘에 든다. 그리고 동의한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지 않은가. 세상은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가는 거지. 드문드문 인스타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작가를 처음 만나지만 작가는 이미 인스타그램, 트위터, 메일링 서비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연재했던 것을 이 책에 모았다고 한다. 노래가 좋아서 예고에 입학했는데, 노래만큼이나 자주 했던 일은 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 우울함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풀면서 친구들과 돌려 읽은게 바로 "썩어라 수시생"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대학입시를 해치우고 유학을 떠났다고 하니 아마도 이 에세이의 캐릭터 "씅팡"은 작가 본인이 아닐까 싶다.

6년동안 재잘대던 친구와 더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매우 우울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을 20대때 읽었다면 매우 공감하고 어떻게 일을 해결 할 수 있을까 고민했겠지만 지금의 내 나이가 되다보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평생 갈 수 없는 관계는 6년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소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살던 룸메이트들이 이사를 나가고 혼자 있게 된 어느날 도둑을 맞게 되었다. 말이 통하는 국내였어도 두려울 텐데 먼 타국땅에서는 더 두려웠을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지갑마저 소매치기를 당하고 말았다. 항상 불행한 일들은 함께 몰려 다닌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떨어질 때가 또 존재하더라.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지금 당장 뭔가가 풀리지 않더라도 정말 해뜰날도 있지 않겠는가.

세상이 나한테 왜 이렇게 모질게 대하나, 너무 이상하다, 너무 수상스럽다, 싶지만 그래도 그렇게, 이상하게 사는 게 인생 아니겠어요?(p.350)

날로 변해가는 요즘 세상, 하루하루 너무 잘 살아내고 있는게 아닐까. 조금 이상하게 살면 어때.. 하지만 남에게 너무 피해는 주지 말고^^

그리고 중간중간 작가가 선사하는 음악이 너무나도 좋다. QR코드를 찍으면 들으며 에세이를 읽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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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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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선 < 죽은 자의 집 청소 >가 생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김완 작가가 추천하기도 한 책이다. '특수 청소 전문회사 데드 모닝'은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업체이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여러 사연을 만날 수가 있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날, 와타루는 작은 식당에서 상복을 입은 사사가와를 만난다. 그의 상복을 더렵혀서 세탁을 해 준뒤 돌려주면서 사사와가가 운영하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 모닝"에서 일하게 된다.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와타루는 그저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 하루만 일을 하기로 했지만, 벌레와 냄새가 가득한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토를 하고 만다. 또한 실수로 유품을 망가트리고 유족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사사가와는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은 돌아가신 분이라고 말한다. 이미 죽고 없는 사과를 받을 수 없지만 사사가와는 내가 아끼는 물건처럼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사사가와에게도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밝은 아침이 될 수 없고, "데드 모닝"이어야만 했던 사연을 접하고 나면, 이별하는 과정과 그 후에 오는 상실감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를 읽을 때는 그저 살면서 내 앞에 펼쳐진 방향만을 보고 걷느라 미처 내 뒷모습을 살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던 반면,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떠나버린 자와 남겨진 자 사이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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