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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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때 연주는 공무원이 되었다. 미련없이 학교는 그만두고 공무원 생활에 뛰어 들었다. 최종학력이 고졸이었어도 아쉽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꽤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도울 생각도, 도울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남들은 그녀를 "찔피노"라고 부른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NO) 나올 년'..... 뭐 그래도 상관없다. 더군다나 올해 있을 승급 심사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를 해온 가운데 얼마전 사업계획서가 채택되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의 단점을 타개하겠다데 의의를 둔, 파견형이 아닌 주도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사업. 바로 "카페 네버랜드"

카페 네버랜드에 걸맞게 바리스타용 앞치마에는 '피터 팬', '후크선장', '똑딱 악어', '팅커벨', '웬디'가 수놓아 있었다. 냉혈한 한연주와 할아버지 4인방의 카페가 출격을 한다. 초반에는 파리만 날려서 어째 불안했지만, 불협화음 속에서도 수제청 만들기, 점심메뉴, 타로점에 버금가는 화투점, 대망할매의 고민상담소까지 점차 눈길을 끌면서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매상이 점점 오르게 된다.

카페 네버랜드의 이야기는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각자의 숨겨진 사정이 있지만 서로 변해가는 모습들, 그리고 이해하는 모습들이 어쩐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세상이 너무나도 각박해져서 말한마디 걸기가 무서워지는 판국에 간간히 들려오는 살아갈 맛이 난다는 미담들을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사업이 성공하고 승급심사를 통과한 연주의 조바심 나는 행보 또한 심금을 울린다. 절대로 오지랖을 펼치면서 살지는 않을꺼야라는 생각 때문에 남들에게 "찔피노"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그래도 심성만은 숨길수가 없었을 것 같다. 자신의 행보에 오점을 남길수도 있는 행동은 아마도 다 그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기 때문일 테다. 카페에 가게 되면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엔 '카페 라떼'로 귀결대는 나인데, 오늘은 어째 네버랜드에 가서 준섭 할아버지가 만든 수제과일청 에이드를 맛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따듯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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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어 떠난 30일간의 제주 이야기
임기헌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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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우울증은 참 무섭다. 요즘들어 이러다가 우울증에 빠지는 건 아닐까 나도 생각을 한다. 혼자일때, 이런 기분이 우울증일까 하기도 하지만, 금방 회복을 하니까 뭐 그런 우울증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유가 있으니까.. 아니... 모든 이들이 이유가 있으려나...저자도 불혹의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에 무너질 수가 없어서 택한 방법이 인생의 잠시 쉼표를 찍고, 제주도행을 택했다. 제주도에서 한달을 살면서 밤낮으로 올레길을 걷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치유의 과정을 스스로 담고자 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참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고, 어느날 문득 삶이 무료해질 때도 있다. 그야말로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제주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지금은.. 아니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온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면 그냥 쉬고 싶은 것일까. 뭐지... 별로 안 심각한데 쓰다 보니 엄청 심각해 보이는데... 아냐 아냐... 단지 휴가가 필요할 뿐이다. 3박4일은 짧고 '제주에서 한달 살기' 요런거 말이다...(작가님은 심각한데 너무 가볍게 또 흘러가서 죄송)

제주에 머물렀던 이야기라 이 책에 끌렸었다. 제주도에 많은 익스트림 체험들이 많지만 나는 그보다는 자연을 보는게 더 좋다. 나이 들은 것일까. 용암동굴이던가, 해변가들, 그리고 올레길.. 하고 있는 일 때문에 한달을 비운다는 것은 좀 힘들지만 나름 길게 시간을 보내다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상 많이 각박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펜더믹으로 거리두기를 너무 많이 둬서 그런가 너무나 고립된 세상에서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스스로에게도 잠시 휴식을 주는 것을 어떨까 싶다. 아... 제주도에 가고 싶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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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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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마을의 작은 오르골 가게. 이 가게의 특별한 상품은 점원이 만들어주는 '손님의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을 담은 오르골이다. 기존에 있는 오르골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에 흐르는 곡을 담아 나만의 오르골을 만들 수 있는 가게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이. 엄마는 수술을 할까 말까 걱정중이다. 그런데 이 아이의 마음을 읽겠다고. 하지만 완성된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아이에게 불러주던 자장가였다. 귀가 잘 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생각났던 일이, 아이를 재울때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었다. 어느날은 눈을 감고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물론 내 아이는 귀가 잘 들리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그냥 전해 지는게 아닐까.

문득, 나는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음악과 관련된 그런 순간을 별로 기억나지 않는데... 이 가게를 가보고 싶네. 과연 나는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을 것인지..

그런데 살짝 제목에 의문이 들었었다. "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라는데 너무나도 잔잔하다는 거지. 오르골 가게 점장의 특별한 '소리가 너무나도 잘 들려서'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 오르골 가게의 비밀이다.(?)

이 능력을 다른데 사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힐링 소설이다. 그런데.. 내게는 조금 미약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오르골 가게가 있다면 한번은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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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 - 도시산책자의 마을 여행
박수현.조연진 지음 / 바람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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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를 가거나 국내의 다른 곳들을 여행하기도 하지만, 도시 산책을 하듯 마을을 여행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서울의 '중랑구'를 여행하며 적은 여행 에세이이다. 사실 내게도 '중랑'은 낯설지 않다. 내 어린시절과 고등학생때까지 살았기 때문에 더욱더 이 책이 반갑다. 중랑구도 낯설지는 않지만, 내 생각엔 동대문구도 낯설지 않아서 찾아 봤었는데, 내 어린시절에는 동대문구였다가 1988년 동대문구에서 중랑구로 분리 신설되었다고 한다. 내가 살았던 곳은 중랑천과 가까운 곳이었다. 지금은 중랑천 옆으로 동부 간선 도로가 뻗어 있어서 나도 출퇴근길에 애용을 하지만, 나는 그 도로가 생기기 전을 기억한다.(도대체 내 나이 몇인겨) 당시 냄새도 나고 했어서 '개천'이라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었다. 한번은 친구들과 놀다가 물에 발이 빠진 적이 있었는데, 발이 썩는줄 알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었다. 게다가 동부간선도로가 개통을 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나를 부모님이 실어나르기도 했었다.

또 하나 기억이 남는 것은 "망우역사공원"이다. 예전에는 1년에 몇번씩 이곳에 갔었다. 그러니까 '망우리 공동묘지'라고 불뤼었던 시절, 할아버지 산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옮겼지만 한때는 이 곳에 가는게 전쟁이었다. 한식날과 추석날에 갔으니 엄청난 교통정체 부터 당시 명절때는 일방통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한용운님의 묘를 본적이 있었다. 묘역이 어딘줄 몰랐는데 나중에 발견을 했다고 했는데, 이미 나는 거기에 있는 줄 알았기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내가 발견한 건가?'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망우역사공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낯선 곳이 아니고 내가 예전에 살았기 때문에 지도에서도 찾아보고 옛추억에 빠지기도 한다. 중랑역 근처의 시장은 어릴적 엄마 손을 붙잡고 갔었던 곳이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서 혼자 갔다는 기억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항상 학교를 배정받고 이사를 갔기에 통학과정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중학생때도 이화교를 건너서 신이문역까지 걸어서 전철을 타고 다녔었다. 그래서 이 곳에 언급되는 지명이나 다리 이름도 낯설지 않다. 또한 조금 아쉬웠던 것은 고등학교가 상봉시외터미널 근처에 있었는데, 동서울 터미널이 생겨서 노선이 너무 겹치고 경춘선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이용고객을 잃으면서 2022년에 터미널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했단다. 지금 현재는 원주노선만 운행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저 한 도시를 여행한 에세이지만 내게는 옛추억까지 여행을 선사했다. 지도를 찾아가며 어디에 있는지, 나는 예전에 이 곳엘 갔던가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무더위가 사그라 들면 한번 옛추억을 찾아서 '중랑'에 여행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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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사라진 학교 마름모 청소년 문학
소향 외 지음 / 마름모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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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시험은 긴장의 순간이었다. 시험날 학교에 늦는 꿈을 꾸거나 이제 풀기 시작했는데 벌써 시험 시간이 다 끝나가는 그런 꿈을 꾸기도 했다. 잠에서 깨어나선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얼마나 안도의 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시험에 대해서 무감각해졌을 때가 대학교 3학년 시절이었다. 전공 과목마다 퀴즈와 시험을 번갈아 보는 통에.. 아마도 거의 매주에 한번씩 시험을 보지 않았나 싶은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시험을 하나 보자고 하면, 어떨런지.. 긴장감에 예전에 꾸었던 꿈을 꿀까.. 아니면 시험에 무뎌진 그런 맘이려나..

이 책은 「나의 유토피아 방문기(소향)」, 「김민준 던전 일기(김이환)」, 「띠링, 이름표가 울리면(윤자영)」, 「마더의 결단(정명섭)」의 4편으로 구성된 엔솔로지이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시험이 없어졌음 하는 생각도 하기는 했으나, 이제는 어느정도 시험이라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간혹 '나중에 써먹을 것도 아니면서... 왜 배우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인데,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지금 세대의 문제는 단순하게 시험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과도한 경쟁, 지나친 이기주의가 시험의 본질을 망치고, 교권을 추락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유토피아 방문기」에서도 보면 지원은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작곡과에 갈 것도 아니고, 피아노 연주도 그리 수준급은 아니다. 작곡만 하기에는 수학적 재능이 아깝다는 아빠의 말도 맞는 것 같다. 작곡은 취미생활도 해도 되니까.. 게다가 윤후는 내 곡을 기똥차게 연주를 한다. 그리고 둘만이 하는 비밀 릴레이 작곡은 둘 사이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윤후가 사라졌다. 한동안 멍하던 윤후는 전학을 갔다느니, 유학을 갔다드니 하는 소문을 남긴채 사라지고 말았다. 수학 시험을 망친 어느날, 지원은 갑자기 말랑해진 문을 통해 평행세계로 이동한다. 시험이 없는 그 곳에서 윤후를 만난다. 그리고 자연스레 갑자기 변해버린 윤후의 비밀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많은 아이들과 릴레이 작곡을 하던 윤후를 본 후 더이상 특별한 관계가 아닌 것 같고, 시험이 없는 곳에선 '공부를 잘 했던 나'는 특별난 것도 없는 것 같아 본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원은 그토록 준비를 했건만 과고 입시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의외로 특목고에 관심이 없어 보였던 온유가 합격을 했다. 온유의 합격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지원은 허탈하기만 하다.

온유의 합격 스토리를 읽고 나선 나도 허탈했다. 그 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해진 일상 아닌가. 수시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은 생활기록부의 노예가 되어가고, '세특'이라는 일부 기재사항은 아이들 손이 아니라 부모들 손에서 씌여지고 있는 현실. 모든 아이들은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트랙에서는 아이들만 뛰어야 하지만, 공정하지 못한 어른들이 난입으로 시험은, 교육은 변질되어만 간다. 소설들에 등장하는 시험이 사라진 학교도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별로 좋은 세상은 아닌것 같다. 아이들도 과연 그런 세상을 원할까. 무엇이 먼저 변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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