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책을 읽을때는 누가 썼는지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그저 제목이 눈에 띄는 것을 선택해서 봤는데 요즘에는 어떤 책이 맘에 들게 되면 그 저자의 책을 찾아 읽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꼭 리뷰를 쓰니 나의 독서가 조금은 성숙하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완득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작가라 할까.. <완득이>를 읽었을 때는 새삼 처음 만나는 문체덕분으로 정신을 홀딱 빼았겨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석권하며 2008년 가장 주목해야 할 거물급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이 단연 돋보인다고 평가된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공개입양한 가족이 중심인 소설이다. 하늘이는 기억에는 없었지만 아기였을때 지금 부모에게 공개입양된 아이였다. 부모님은 모두 의사이고 국내 입양단체 홍보대사이기도 하며, 하늘이를 매우 사랑한다. 하지만 하늘이는 '가슴으로 낳았다'라는 말을 제일로 싫어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하늘이는 어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에 들어섰기에 고민이 많은게 아닐까 싶다. 우리 나라가 예전부터 너무 혈연주의가 강력했기 때문에 입양을 그다지 탐탁지 않은듯 싶다. 예전에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이야기한 다큐를 보고나서 훗날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중에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을 줄이는 방법으로 혈액형부터 여러 가지를 생각했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건 진정한 의미의 입양이 아닌것 같다. 너무나도 입양하는 부모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그런거랄까.. 여기 하늘이 엄마도 하늘이가 어렸을적 심장수술을 했을때 옆에서 극진히 간호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엄마는 가슴으로 낳은 것을 강조하는 엄마!! 그래서 하늘이가 싫었던 것 같다. 아마도 엄마는 하늘이가 겪을 정체성 혼란을 지레짐작하고 먼저 방어막을 친게 아닐까 싶다. 어쩜 입양된 아이보다는 입양을 결심한 부모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가야하지 않은까 싶다. 어쩜 그런면에서는 하늘이 할머니의 자세가 더욱더 바람직해 보인다. 겉으로는 친손녀가 아니기 때문에 막 대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친엄마는 뻐꾸기마냥 넘의 둥지에 새끼 놔두고 없어지고, 양엄마는 해마마냥 애비헌티 척 앵겨 주고 나몰라라 허니, 하늘이 쟈가, 뻐꾸기 새끼여, 해마 새끼여?"(p.93) 겉으로는 가스나 가스나 하면서도 속으로는 뻐꾸기 새끼가 될까, 해마 새끼가 될까 내심 걱정을 해주시는 할머니의 말이 무책임한 어른들을 단단히 꾸짖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요즘 세상 정말이지 배가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모를세상이다. 그런 세상속에 꼭 혈연으로 묶여져 있는 것만이 진정한 가족은 아닌것 같다. 하늘이네 가족은 또 다른 가족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가족이 된다는 것.. 많은 사랑과 인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해주는 소설이다.
제복경관이란 우리나라의 그냥 파출소 순경아저씨와 똑같은 것인지... 제복수사란 말이 아직도 잘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수사와 체포 권한이 없는 제복경관인 것이다. 마을의 순찰업무를 보고 수사관에게 협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인데... 내가 치안 시스템에 무지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제도가 우리의 그것과는 틀린것인지 읽는 내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홋카이도를 무대로 벌어졌다. 다섯건의 사건을 그린 연작 단편집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형사물이라든지 추리소설분야를 좋아하는 탓에 제목을 보고 선택한 것인지만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시스템 때문에 어쩌면 책속에 내용에 빠져든다기 보다는 이 한권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앞선것 같다. 지지부진하게 책을 몇일 들고다니면서 감동을 받거나 재미있게 책을 덮은 것보다는 마치 끝내야만 하는 숙제를 마친 느낌만 갖게 되어 뭔가가 아쉽긴하다. 다섯편중에서 그래도 내용이 머리속에 남아 있는 것은 첫번째 '일탈'과 '가장제'이다. 저자는 처음 단편이었던것이 시리즈물에 되면서 과연 작은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수 있을까 고민부터 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일탈'은 청소년 문제였고, '가장제'는 13년전의 사건과 연관있는 아동유괴 사건이었다. 인구 6천명의 작은 시골마을에 이러한 일이 계속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그다지 높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범죄가 일어난다면 이 작은 마을은 인적이 끊어지는 흉흉한 마을이 되지 않을까 싶다. 1~2년전인가, 아마도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겨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혹시 목격자를 찾는다는 문구를 본적이 있는데 벌써 기억속에서 지워진것이 안면이 있는 사람들의 사고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사건을 접하든 어느 책을 읽든 간에 공감하는게 있어야지만 한다는 것을 또한번 절실하게 느낀다. 제복경관이라는 직업의 무지때문에 먼 이웃의 사건이기 때문에 벌써 기억속에서 없어져가는 현실이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유기동물에 관한 포토에세이 일본에서는 유기동물이 발견되면 보호소에서 3일동안 보호하다가 주인이 찾아오지 않거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살처분된다고 한다. 병이 들었다거나 늙었다거나 이사를 간다거나라는 이유로 주인이 직접 보호소로 데려오는 경우에는 당장 살처분 된다고 한다. 마취를 시키고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스실에서 고통받다가 죽는다고 한다. 이 책에 실려져 있는 사진속 주인공들은 이미 살처분되어 이세상에 없는 친구들이다. 너무 속상하고 해처롭다. 그들도 분명 이세상에 그냥 태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한달 보호소에서 거처하다가 살처분된다고 한다. 근데, 현재는 열흘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마취하지도 않고 근육이완제를 주사한다고 한다. 금전적인 문제로 마취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이 책에 부록책자로 "유기동물 행복한 입행 이야기; 다시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라는 것도 있었다. 여기는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을 찾은 아이들의 행복한 이야기가 있다. 본 책에서는 안타깝게 봤지만 이 부록책자에서는 행복해 하면서 읽었다. 물론 그 친구들의 아픔은 슬프지만 그들을 가족으로 맞게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소를 짓게 한다. 햄스터를 기르는 우리 아이~ 동물을 참 좋아한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꼭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을 하기로 했다. 근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동물농장'에서 자주 보았던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살처분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에게 이쁜 강아지를 입양하게 된다면 그런곳 말고 살처분을 시키는 보호소에 갈것이다. 그렇게 외롭게 힘들게 그 아이들을 놓치고 싶진 않다. 꼭 그 아이들에게 가족이 되어주어야겠다.
저자의 전작인 < 위저드 베이커리 >는 참으로 특이한 소재의 이야기였는데 < 아가미 > 또한 상상 이상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캐빈 코스트너'의 < 워터 월드 >가 생각이 났다. 벌써 17년이 된 영화이다. 그 영화는 빙하가 다 녹고 나서 육지를 찾아 헤메는 가운데 돌연변이로 여러 사람 가운데 아마도 주인공인 캐빈 코스트너는 아가미를 가지고 있었다. 물갈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여기의 '곤'은 돌연변이로 아가미를 갖게된건 아니라고 본다. 세상끝으로 내몰렸던 아버지의 품에 안겨 호수로 뛰어들게 된다. 아버지는 결국 목숨을 잃었지만 물속에서 죽음과 맞닥뜨린 순간 희박한 산소를 찾아 호흡하려는 본능적 의지가 아이의 목에 아가미를 탄생시켰다. 곤은 노인의 손에 구해져서 노인의 손자인 강하와 함께 새로운 가족과 이름을 갖게 된다. < 위저드 베이커리 >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현실과 다른 생소했던 소재때문에 약간 검색을 해보았다. '비극으로 끝나 안타깝다'라는 이야기를 보고나서 걱정을 많이했다. 곤이 죽게되는 것일까.. 세상에 고립이 되어가는 것일까.. 걱정속에 이야기를 읽어나갔지만 내 생각에는 비극은 아닌거 같다. 어쩔수 없는 이유때문에 새로 얻은 가족을 떠나 왔지만 항상 그의 마음속에는 그들이 있었고, 1년에 한번쯤은 '강' 사진을 보낼수 있는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기다리는 강하가 있었고... 허나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린 강하와 노인을 찾기 위해 물속을 찾아다니는 곤이 그다지 비극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쩜 현실세계에서 '남들과 다르다'라는 이유로 아가미를 숨기고 밤마다 호수를 헤엄쳐 다니는 곤이 그들을 찾아 헤매는 것은 어쩜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잃어버린 그에게 삶의 목표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들을 찾지 못한다 해도... 책속에 강하, 이녕, 해류처럼 곤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랑이 다르듯 결말을 바라보는 시선또한 제각각이 아닐까 본다.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깊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 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고 두 다리가 생긴 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 버릴까?(p.187) 하지만 곤은 부서져 버리지 않을꺼 같다.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것만 같다. 나도 곤을 만나고 싶다.
2006년 독일에서 출간된 「TATORT FORSCHUNG(범죄현장 탐구)」 시리즈의 『다빈치와 수제자』.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과학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에 대해 배워나가는, 청소년을 위한 과학 탐정 소설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연구 노트를 도둑맞고 그의 제자인 살라이가 여자친구인 카테리나와 함께 그 노트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흔히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하면 미술가, 모느리자로 더 유명하지만 그는 화가뿐만 아니라 과학자였으며 발명가였고, 건축가, 조각가였다. 그야말로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뽐낸 다제다능한 천재라고 할수 있다.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역사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즐거운 실험'이라는 부분을 통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딸아이때문에 어린이들의 책도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긴 한데,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이들도 읽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기에 지루하지 않고, 챕터 사이의 질문을 달아놓았기 때문에 그림을 잘 살펴본다면 탐정이 될수 있음을 느낄수 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