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시간
정유정 지음 / 밝은세상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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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과 유진.

어쩌면 이름이 뒤바뀐것 같은, 그래서 글초반에 누가 재원인지, 유진인지 혼동이 되었다. 왜, 재원이는 남자라고, 유진이는 여자라고 생각을 했을까?

문득, 20살적에 대학신입생 시절에 생각이 나기도 했다. '이지영' 이름을 보고 60명 정원에 겨우 여자는 4명인 공대에서 여학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주인공은 남자아이였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어울리지 않게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래서 그날 이후로 이름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똑같은 우를 범하고 말았다. 분명 한 사람은 아이 엄마였고, 유진이를 만났는데.. 둘이 여자인데.. 하면서... 잠시동안 소설초반에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헤메고 말았다.

 

'네가 부르면 언제든지 올께'라는 24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진이는 미국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재원이는 이세상에 안녕을 고했다. 딸을 남겨둔채로...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을 했다. 어쩜 허무하기도 했던 시작이었다. 왜 그녀는 딸아이를 놓고 세상을 등져야만 했을까.. 그리고 마법처럼 그렇게 시간이 되돌려졌다.

 

재원이와 유진이는 핏줄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남매(?)였다. 재원이는 아빠를 따라, 유진이는 엄마를 따라... 그래서 남매로 엮어진 것이었다. 항상 비밀을 품고 있던 재원이..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생각했지만 역시나 엄마의 남자들이 그랬듯 하나도 나아진게 없는 그리고 어쩜 더 비참해졌을 유진이... 아마도 그들은 행복을 꿈꾸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다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목 수술후 밤무대에서 노래조차 할수 없었던 재원이 아버지, 남자들에게 쉽사리 정을 퍼주어서 결국에는 맞으면서 돈도 빼앗겨 버리던 유진이 엄마, 결국엔 의붓아버지의 노름빚으로 인해 유진이 엄마는 도망을 쳤고, 찾아나섰다가 광주민주화운동에 휩싸여 그만 재원이읭 아버지는 목숨을 잃고 만다. 나병환자인 재원이 엄마를 찾으러 나선 3일동안의 짧은 여행에서 이 어린 연인들은 서로 미워하다가, 이해하다가, 그렇게 세상속으로 팽개쳐버린 어른들에게 분노하다가 둘이 서로 의지하게 되고 막연한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흘러서 재원이에게 유진이 돌아왔건만 결국 그녀는 그렇게 딸아이만 유진에게 남겨둔채 숨을 거두고 만다. 아마도 재원이는 엄마의 나병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자신의 고통을 고스란히 딸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았던듯 하다. 그래서, 삶의 끝에서 유진이를 불러냈었던 것 같다.

 

작가의 사랑이야기는 참 애달프다. < 이별보다 슬픈 약속 >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루어진듯 아닌듯 가슴이 먹먹해지고 애달프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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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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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제목도 독특했고, 표지도 뭔가 으스스한 기분이 듣게한다. '어떻게 내가 죽은 집이 존재할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읽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유령이 나와서 떠돌아 다니는 것도 아니고(아마도 유령 이야기였다면 화가 났을런지도 모르겠다.) 먼 기억 저편에 숨어있던 진실을 찾기 위함이었다.

 

나카노는 7년전 헤어진 사야카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낯선 제안, 전혀 기억에 없는 어릴적 기억을 찾아 함께 가주지 않겠냐는.. 그리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카노는 왠지 모르게 그녀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동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게 멈춰버린것만 같은 산골에 자리잡은 집. 그곳에서 유스케라는 소년이 남긴 일기장을 읽게 된다.

 

살인사건이나, 잔혹한 사건은 없었지만 과거를 쫓는 두 사람과 함께 하다보면 약간의 으스스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쉽사리 책을 손에서 놓을수는 없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집안밖에는 수많은 복선들이 있었고, 두 사람의 아픈 기억들도 하나씩 하나씩 펼쳐지게 된다. 그리고 맞닿뜨리게 되는 놀라운 사실들....

 

어쩌면 나 역시 낡은 그 집에 죽어 있는 건 아닐까. 어린 시절에 죽은 내가. 그 집에서 줄곧 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누구에게나 '옛날에 자신이 죽은 집'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곳에 누워 있을 게 분명한 자신의 사체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척하는 것일뿐.(p.320)

 

사야카는 자신의 무덤을 발견했다. 아니 그 집은 유스케의 무덤이기도 했다.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사야카는 다시 사야카로 태어난 것이다. 저자가 나카노의 입을 빌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옛날에 자신이 죽은 집'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나를 잃어버리고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게 되는 시절... 생명이 다해서 죽은것이 아니라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 시절. 혹은 인간은 모두 외톨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는 집. 어쩜 그곳은 또 하나의 무덤이 될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럼 언제 다시 살아날수 있을까? 너무 오래전에 외톨이라는 걸 깨달아 버리면 너무 오랜 시간을 아무런 의미없이 살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것 같다. 아마도 자아를 찾게되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얼마전에 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을 보게 되었다. 왜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흐르는지 알수 없다는 딸과는 다르게 그분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늦은 나이에 자신의 직업이나 생활을 잠깐 뒤로 한채 예전 하고 싶던 일을 할수 있다는게 아마도 나를 감동시켰던 것은 아닐까.. 초등생인 딸은 아직 모르는 그런 감동.. 그런것들이 아마도 자아를 찾게되는 다시 살아나는 순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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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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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 오레엔탈 특급 살인 사건 >을 만난것 같았다. 근데, 읽다보니 조금 틀림을 알았다. 그래도 참 흥미로웠던 것은 약간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1753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저택에 살고 있는 샤프 모녀는 어느날 유괴를 당했다는 누명을 쓰게된다. 유괴를 당했다고 하는 베티 케인이라는 어린 소녀는 정확하게 자신을 쿠타한 모녀와 프랜차이즈 저택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샤프 모녀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만 하는 것일까?

 

참 대책이 없는 일이다. 억울하고 속터질 일이다. 삼자대면을 한들 눈 똑바로 뜨고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여기 샤프 모녀만큼은 아니지만서도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을 없는것 같다. 요즘 우리동네 한 할머니 분도 마치 베티 케인처럼 행동하신다. 본인께서 이야기를 만들어 소문을 퍼트린다는 것이다. 우리동네에도 여러 피해자들이 생겼다. 나이가 제법 많으신 노인분이시라 참 동네 사람들도 대충 난감해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걸 노인네 노망이라고 해야하는지 그저 우리 동네에서 한번 웃고 넘어가지만 만약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걸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여기 샤프 모녀도 역시 그런일 없다고 주장하지만 신문에까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실리다 보니 모르는 이들로부터 테러도 서슴치 않고 당하고 만다.

 

그럼 말이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더군다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던 사람을 이렇게 모함할수 있을까. 아마도 이들은 도덕성이 결여되지 않았을까 라고 단정짓고 싶다.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의 '도덕성 결여'라는 것은 나 아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죄인것 같다. 그래서 더 큰 벌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엘리자베스 캐닝은 당시 추방형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마더 웰스와 메리 스콰이어 - 이 소설속에 샤프 모녀 -는 과연 어떤식으로 그들의 상처를 치유받아야 할 것인지 읽는 내내 씁쓸한 마음을 지워버릴수가 없었다.

 

원래 추리소설이라 하면 제일 먼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긴박하게 진행되는 것을 좋아하는 내 타입으로서는 좀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지만 마지막에 통쾌하게 베티 케인의 거짓이 밝혀지는 곳에서는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부디 이 세상에서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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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전쟁
사라 치룰 지음, 박미화 옮김 / 엘도라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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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자원을 둘러싼 세계의 숨막히는 각축전이 시작됐다!!

 

예전부터 망간단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었다.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자원이 될것이라고 들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망간단괴뿐만 아니라 그 깊은 심해에는 메탄하이드레이트에서부터 많은 자원들을 품고있다. 마치 세상에 그 비밀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아주 조심스럽게 말이다.

 

바다는 항상 육지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생략) 빛이 도달하지 않는 깊은 곳에서 심해가 시작된다. 일부 학자들은 바람과 해수면의 온기에 영향을 받지 는 수심 200미터부터를 심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심 800미터부터 심해가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해양학자 대다수가 수심 1000미터부터를 심해로 규정하고 있다. 수심 1000미터부터는 정밀한 기계로도 태양광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심 1000미터 이상의 해저지역들은 지구 표면의 60퍼센트를 덮고 있다. 그러므로 해저는 지구에서 가장 넓은 생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p. 23)

 

빛도 닿지 않은 심해, 인간이 지구상에서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지역!!!

얼마전 '싱크홀'이라는 책을 읽었다. 싱크홀이란 지반이 붕괴되어 생기는 수직 원통모양의 거대한 구멍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다에 생기면 '블루홀'이라고 한다. '블루홀'이라는 곳도 수심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들었다.

1.JPG

 

이 '블루홀'이라는 곳에 다이빙하는 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수심을 알지 못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꽤나 신비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심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을 읽을 때에 왠지 모를 신비감이 들었던 것 같았다.

 

2.JPG

 

물속은 수심 10미터를 내려갈때마다 기압이 1기압씩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깊이 들어가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매우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6,00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는 고성능 로봇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6,000미터는 우리가 도전할수 있는 한계라고 한다. 하지만 심해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북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는 수심 11,034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한다.

 

SDC10005.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지의 심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그곳에 무한하게 많이 매장되어 있는 천연자원때문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래전부터 일본과 독도를 가지고 옥신각신 하고 있는 이유이다.(일본은 너무나도 뻔뻔한것 같다. 이미 여러 역사서에서도 오래전부터 우리 영토였던 곳을 안하무인격으로 시시탐탐 노리다니 말이다.)  비단 우리나라의 경우뿐만은 아니고 인접한 나라에서는 항상 빚어지고 있는 일이다. 바로 수많은 보물을 품고있는 바다를 차지하려 하는 조용하고도 날카로운 싸움일 것이다. 해양은 통상 해양법상 12해리 안쪽의 바다는 명백한 그나라의 영토인 것이다. 그리고 200해리까지는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한다.이 200해리 수역이 겹치는 경우 해당 국가들은 합의 하에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배타적 경제수역 밖에 있는 부분이 공해라고 하는 국제수역이다. 세계 바다의 65퍼센트는 그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은 곳이다.

 

따라서 우리의 독도라든지 세계의 영토분쟁으로 칼날을 세우고 있는 곳은 바로 200해리 수역이 겹치는 배타적 경제수역에 있는 곳을 말한다. 0.2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돌섬을 가지고 이렇게 날카롭게 구는 것은 독도를 비롯한 그 인근에 있는 바다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다가 품고있는 수많은 자원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350해리까지 영유권을 주장할수 있기때문에 앞으로 공해는 많이 줄어들게 될것이며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보여지는 분쟁이 많은 나라들로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천연자원을 위해 끊임없이 심해를 연구하고 도전하고 있지만 딴으로는 누구를 위한 개발이고 연구인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전세계가 노리는 60%의 주인 없는 바다'라는 제목에 살짝 심기가 불편해졌다. 과연 주인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말이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곳에 이미 태고적부터 살아오고 있는 생물들은 과연 주인이 아닌지 말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자원을 위해 심해를 탐험하고 개발하려 하고 있지만 우리의 개발로 인해 서서히 사라져갈 생명체들은 그들의 터전을 잃는 것이 아닌지 말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일까?

 

3.JPG

 

'블랙스모커'는 해저의 지각 속에서 마그마가 식어서 굳어질 때에 정출되는 고온의 수용액이 바닷물과 반응하여 검은 연기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말한다. 블랙스모커가 발견된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는 해구들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깊은 블랙스모커의 발견으로 태양 없이도 생태계가 작동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신비로운 그 심해를 인간의 개발로 인해 파괴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수 없다. 일례로 멕시코만에서 있었던 심해 유전 유출사고가 바로 그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펼쳐지는 심해의 영상(물론 블루홀의 영상을 봤기 때문에 생각할수 있었을꺼 같음)들에 심취해 있기도 했지만 해양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들을 보면서 솔직히 그냥 그 바다를 가만히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만큼이나 심해는 그 비밀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서문에서도 밝혔지만 사람들은 심해는 지구의 보물창고라 생각하겠지만 결코 심해는 그 보물창고를 쉽사리 열어줄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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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살 정은이
정유정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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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사는 열한살 정은이의 성장기를 그렸다고나 하겠다.

1974년에 열한살이던.. 나보다 딱 10살이 더 많은 정은이 이야기이다...

그당시 매우 드물게도 정은이 엄마도 공무원으로 일을 했고, 아빠는 광주(도시)에서 공무원 일을 하시는 그야말로 주말부부 가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보다 앞세대이긴 하지만서도 살짝 옛추억에 젖어들었다. 그야말로 어린이 정은이가 사춘기 소녀 정은이로 거듭나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요즘 우리 딸세대들은 학교갔다가 돌아오면 학원으로 바쁘지만 이 때 정은이는 산으로 들로 친구들과 뛰어다닌다. 소풍을 쫓아가겠다고 떼쓰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즐겨야 할 소풍을 동생 뒤치닥거리로 다 망쳐놨어도 동생을 업고 집에 지쳐서 돌아오기도 한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학교입학하기전에 교회에서 소풍을 갔더랬는데, 아마도 재미가 없었는지 집에가겠다고 오빠랑 둘이서만 대열에서 이탈을 했었다. 어린아이가 걷기에는 힘든 그 길을 아마도 몇시간을 걸어서 왔던것 같았다.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이었던 우리가 없어져서 집이며 교회며 한창 소동이 일어났던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서 말이다. 그야말로 우리는 뻔뻔하게 고요히 집에 들어섰다. 소풍갔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그 곳을 이잡듯 아이들을 찾고 있었고, 집이 발칵 뒤집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뻔뻔하게 등장했던 것 같다.

 

아마도 뒤돌아보면 모든 사람들이 추억들을 가지고 있을게다. 하지만 30~40대의 나이가 되면 미처 그런것들을 추억하기도 전에 생활에 지쳐가고 있을테다. 그럴때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기라도 한듯 아련한 옛기억 속에 빠져들수 있을것 같다. 특히나 애기였을 적서부터 함께 뛰놀던 친구 승룡이와 미묘한 첫사랑의 시작이 왠지 귀엽기만 하다. 비록 그 사랑을 서로 알지 못하고 겉돌다가 은정이가 도시로 떠나기 직전에서야 알게 된것이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내내 행복했다. 정은이의 어린시절이 재미있어서 행복했고,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라서 행복했고, 구수한 사투리가 재미있었다..그리고, 내 어린시절이 다시 오지 않을거라 왠지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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