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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갑자기 '히가시노 게이고'에 폭 빠졌다. 그의 소설을 읽기 위해 찾아 수첩에 적었더니 그 분량이 꽤 많았다.(가끔 내 이런 집착적인 면이... 놀랍다...) 더군다나 그의 작품은 영화화되거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품하나하나를 그냥 스쳐지나갈수 없도록 이야기 어디에서나 나오는 그런 치밀함.. 그런점이 독자로 하여금 저자에게 빠져들게 하는 그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다이스케는 말이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왠지 눈물이 났다.
“저기…….” 고이치가 말했다.
“우리, 저 별똥별 같다.” 무슨 말인지 몰라 다이스케가 입을 다물고 있자 그는 말을 이었다.
"기약도 없이 날아갈 수밖에 없고, 어디서 다 타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고이치는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한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다고.
그러니까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 본문中 1권 p.81 >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아리아케' 삼남매, 그들은 재혼가정의 아이들이었기때문에 고이치와 다이스케만이 친형제이고 시즈나는 혈연관계가 아니다. 아지만 앞서 본문에서도 보았듯이 그들은 한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다고 생각했기에 부모를 잃은 고작 초등학생 아이들이지만 꼭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이 이야기는 피해자의 유족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큰 사건의 피해자..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어 가는 시점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게되면 그들은 차츰 잊혀지게 된다. 하지만 유족의 삶은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 가해자에 대한 복수에 집착해서 살아가는 삶! 그들에게 남은 인생이라는 것은 불행할수 밖에 없다.
이번 겨울 너무나도 우리를 충격에 빠트렸던 학교폭력이 가지고 왔던 엄청난 파장을 겪었다.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게될 딸을 가진 나로서도 그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어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한 학생의 가족이 지난주까지 집에 찾아왔다. 그들을 만나는 것이 고통스럽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한 만큼 벌을 받고 책임을 지는 것 자체가 사과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그냥 넘어가려 한다면 그건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니다.”그리고 민사소송 제기 여부에 대해 "이달 말께 소송을 제기할까 한다. 학교법인과 교장을 비롯한 학교 책임자들, 가해학생 부모를 상대로 할 생각이다. 잘못한 사람은 민형사 책임을 진다는 선례를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아들이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항상 빈다고 했다. 남겨진 유족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다시한번 뼈져리게 느낄수 있는 사건이 아닐수 없다.
<유성의 인연>의 말미에서도 실제 부모를 살해했던 사람은 고이치에게 죄를 고백하고 아리아케 삼남매가 그동안 범인을 잡기 위해 증거조작을 했다는 것을 모두 자기탓이라는 편지를 남기고 육교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한다. 과연 그것으로 모든 속죄가 가능한것인가?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해 어린 삼남매가 느꼈을 공포와 그간의 삶들이 다 속죄가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날이갈수록 이기적이 되는 사회,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그리고 죄를 저지르고 죄의식이 없는 청소년들...자꾸만 메말라가는 사회가 오늘은 왠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