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훔치다
조완선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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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낡고 오래된 신문에서 뜻하지 않았던 기사에서 시작된 소설..

서울의 문화재 밀매 시장에서 초조대장경 인쇄본이 은밀하게 유통된다. 초조대장경은 팔만대장경의 큰형뻘인데, 한국의 전설적인 도굴꾼이 일본 안국사에서 초조대장경 인쇄본을 훔쳐와서 그것이 한국의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에 일본정부는 한국 도굴꾼을 수사하라고 한국정부를 압박했고, 한국정보는 개인소장품이라는 이유를 들어 일본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2001년 공소 시효가 끝나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약탈한 문화재를 당당하게 우리것이니 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본정부!! 그야말로 적반하장격이 아닐수 없다. 비단, 일본의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우리가 약했기에 우리의 문화를 많은 곳에 빼앗기지 않았던가.. 그것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서 반환되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것이 너무나도 많음이 속상할 따름이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소설에서는 한국인 도굴꾼 장재석과 일본인 도굴꾼 하야코가 등장하게 된다. 둘은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초조대장경'을 찾아 나서는데 아무래도 재석의 편에 서서 소설을 읽어 나간것 같기도 하다.

 

또한 이 소설에서 '초조대장경'의 인쇄본이 아닌 그 경판을 쫓는 과정을 보면서 초조대장경에 담겨져 있는 그 영험함은 느낄수 있었다. 천년의 세월동안 간직한 조국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절절히 담겨져 있는 귀중한 물건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일어났던 승병들의 이야기도 얽히면서 왜 이민족이 우리나라를 침범하면서 대장경을 불태우려했는지 짐작할수 있다. 아마도 그들은 그 보물들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로 단결하는 것을 두려워했을것이 분명하다.

 

결국 아무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초조대장경이 편안한 안식처를 찾기를 바라는 맘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방문했던 이 땅의 수많은 사찰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들이 많이 숨겨져 있을것이다. 화마를 피하기 위해서 경회루 앞 연못에서 발견된 용처럼 우리나라의 복을 바라는 많은 유물들이 어딘가에 많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후손들의 영원한 안녕을 바랬던 우리 조상들의 위대함이 또 한번 맘으로 느낄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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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놀 청소년문학 14
로즈 임피 지음, 서민아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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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제목을 만났을때는 좀 주책맞은 엄마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자꾸만 황당한 일을 꾸미는 엄마덕(?)에 남모를 고민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끔은 코드가 잘맞는다며 좋아하거나, 때로는 내가 못살아 하면서 나를 챙기는 딸아이와 같은 아이가 나올꺼라 생각했지만 좀 뜻밖이라고나 할까??

 

조던의 기억속에 엄마가 잠깐 나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데비는 땅속에 있다. 땅속에 조금 넓은 공간을 만들어놓고 지상에서 생활하듯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앉아있기도 약간 불편한 관과 같은 상자에서 엄마는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150일을 지낼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 조던은 13살로 괜한 엄마의 계획으로 누나는 집을 나가고 자신은 강아지가 생겼지만 왠지 모를 우울함을 갖고 있다.

 

엄마가 일을 하기때문에 어렸을적에는 오히려 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우리딸, 그리고 7살에 학교에 들어간탓에 이제 중학생이 되지만 지금 13살이 되는 우리딸을 생각해봤다. 딸아이는 어렸을적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쫓아다니며 의지했지만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는 학교에 할머니가 오시는것을 매우 싫어했고, 더이상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행가는 것을 싫어하고 엄마하고만 쑥덕쑥덕 이야기를 한다. 중학생이 되지만 아직도 밤에 무섭다고 전등을 키고 자는 우리딸을 보면서 조던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어쩌면 엄마의 입장보다 조던이 더 이해가 가고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13살,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나이이고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할텐데..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조금씩 친구의 문제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던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만 같아 흐뭇하기도 했다. 물론 가끔은 나도 일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아이 옆에 있고싶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에게 묻혀 엄마 스스로를 지워가는 것도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다. 언젠가는 아이도 엄마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날이 올테고 너무나 가족에게만 매달리고 있다가 문득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엄마의 삶이 불안할지도 모르지 않을까...

 

조금씩 조던이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를 거치면서 어떠한 기록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이 결국엔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할망정 엄마도 무언가를 해냈다던 자신감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행복한것 아닌지 모르겠다. 문득 조던이 엄마의 기록이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할찌도 모르는 상황을 알고 엄마의 지금 도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형에게 물은적이 있다. 그때 형은 "엄마가 그렇게 하기로 목표를 세웠다는 데 의미가 있는거야"라고 답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군가가 알아주는것만이 중요하지 않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고 그렇게 하기로 목표를 세웠다는데 의미가 있는것이다.

 

아직은 어리고 엄마품이 그리운 조던이지만 그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한층 성숙해진 조던을 보면 엄마도 대견스러우면서도 한켠으로 섭섭한 모습이 생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게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막을수 있으랴.. 나는 그렇게 오늘도 어른이 되어가는 조던처럼 또 부쩍 자란 딸아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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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브라운아이즈 윤건의 커피에세이
윤건 외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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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무척이나 커피를 좋아라하는 편인데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지는 몰랐다. 아마도 나는 종류를 떠나서 그저 마시는 것만을 좋아라하는 것같다. 이 책은 커피와 함께 세사람의 친구들이 기억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어 풀어나가는 사랑에 대한 옴니버스 에세이이다.

 

한 잔에 커피와 그 향과 함께 피어나는 이야기들....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사랑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이 있었다.

항상 알람처럼 모닝콜을 해주던 사람. 그리고 그가 있어 독립적인 내가 매우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 갔는데, 어느날 내일부터는 깨워줄수 없기에 알람 맞춰놓고 자라는 말한마디와 함께 그저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남자...

그리고 후에 알게된 소식! 여자친구와 어학연수를 갔다는...

물론 그에게도 사정이 없진 않았을것이다. 그녀를 떠나는 것이 맘에 걸려 마지막까지 잘해주려 애를 썼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연이 제일 맘에 아팠던 것은 무책임했던 '그'때문이었다. 홀연히 사라지고 다른이에게서 들었던 소식에 의하면 그는 양다리였을까? 아니면 피치못할 집안의 정략결혼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혼자 감당하려 했다고 변명이라도 그녀에게 했어야 했다. 후에 알게되더라도 그녀는 황당함에 배신감에 분노에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녀가 사실을 받아들임에 있어 아파하더라도 차라리 정확한 이유를 알아야만 그녀의 회복의 시간도 더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그가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졌든 그냥 사라졌든 그녀는 상처를 받았을테니까 말이다...

 

"그의 존재를 지울 수는 없겠지만 한대 그가 나의 남자였다는 것을 좋은 추억으로 담아두고 싶다. 내가 그의 여자였었다는 것을 그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라고 글은 마감하고 있지만 더불어 '그래도 그건 사랑이었다. 사랑했으니까 괜찮다'라고 했지만 사랑했기에 시작과 끝은 더욱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의를 갖추지 않았기에 이별의 아픔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않는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커피는 사랑과 닮은것 같다. 때론 달콤하기도 하지만 때론 씁쓸하기만 해서 그런가...

그래서 그런 말도 있는 것 같다.

"커피의 맛을 알게되면 그때는 어른이 되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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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라
정헌재 글.그림.사진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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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살기에 너무나도 갑갑하다. 오늘 받아본 가스요금 고지서는 지난달보다 4만원이나 더 나왔다. 날씨가 추웠던 탓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가스비도 인상되었나보다. 요번달에는 교통비도 오른다고 하던데 말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딸아이의 교복을 샀다. 그것도 보니 작년 공동구매보다 4만원이나 올랐다. 어제 뉴스에서는 교복회사가 담합을 해서 20%나 올려 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4만원이 딱 20%이니 아마도 뉴스가 맞나보다.

 

꼬물꼬물하던 딸아이가 어느새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된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나보다 키가 더 커서 나를 내려다볼것만 같다. 이렇게 딸아이가 커가는 것 외에 그리 기분좋은 일은 없는것 같다. 물가는 오르고, 날씨는 춥고, 월급은 안오르고...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것 같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동지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꼬....

 

저자는 어쩌면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것일까... 그저 다른 생각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냥 무심코 바라만 보아도 머리가 상쾌해지는 하늘과 구름과.. 꽃들.... 세상살아가는게 뭐 그리 바빴는지 그냥 살짝만 고개들어 바라보면 될것을 요근래 하늘을 한번도 제대로 바라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어른이 되어서일찌도 모르겠다. 원두커피맛을 제대로 알게되면 어른이 된것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내 생각에는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없으면 어른이 되었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요즘에는 하늘을 제대로 바라볼 여유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는것 같다. 아이들도 학교에 학원에 바쁘니 말이다.

 

단 한 장의 그림,

단 한 장의 사진,

단 한 줄의 글이

당신의 가슴에 말을 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시작글 中)

 

길을 걷다가도 아니면 일을 하다가도 잠시 주변을 둘러봐야겠다. 어쩜 가끔은 바쁘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내 가슴에 말을 걸수 없을정도로 전투적으로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야겠다. 그래서 내 기분이 좋아지면 내 주위가 푸른빛으로 아니면 희망의 빛으로 그것도 아니면 그냥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빛으로 빛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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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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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되면 문을 여는 식당, 그리고 아침 7시면 문을 닫는 "심야식당"

정해진 특별한 메뉴는 없지만 손님이 주문하면 만들어주는 그런 소박한 식당이다...

다양한 손님과 다양한 음식들이 그곳에 가면 만날수 있다... ^^

 

예전에 학원에서 일을 했을때, 자정이 다되서 끝나고 나면 흔히 갈수 있는 곳이 술집이나 부담스런 고깃집정도...

몇시간을 떠들고 나면 집에 갈때쯤이면 배가 항상 고팠다. 그런 술 여러잔과 부담스러운 안주를 먹었었는데.. 이런 심야식당은 그때의 나에게 필요하지 않았었을까? 왠지 탐이 나는 심야식당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식당처럼 주인장을 둘러싸고 'ㄷ'자형 테이블에 앉으면 혼자서 식당에 가도 쑥쑤럽지 않을듯하다. 그리고 일행이 아니더라도 자주 마주치다보면 도란도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면 정도 쌓을수 있기도 해서 정이 갈것만 같다.

 

야근하느라 지친 사람도,

사랑이 깨져서 우는 사람도,

꿂을 잃고 실망하는 사람도,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도,

일에 쫓기는 사람도,

상사를 잘못 만나서 하소연하고 싶은 사람도,

행복해서 날아오를 것 같은 사람도

 

배를 채우고, 마음도 채우고,

모두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거리 한구석의 안식처

(본문中)

 

끝까지 읽었는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에 이런 글귀가... '심야식당'에 가면 정말로 그런 평범한 이웃을 만날것 같다. 우리가 어디서든 마추칠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그곳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면서 마음도 채울수 있었으면 좋겠다. 심야식당에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했던 혹은 느꼈던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그런 안식처가 우리 동네에는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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