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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밑의 개
나하이 지음 / 좋은땅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손가락만큼 작은개, 엄지는 이제 열 살, 미소의 눈밑에서 자기만을 고집하는 개입니다.
엄지는 떼를 쓰고 심술을 부리면서도 늘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런 엄지의 투정에도 사랑해주며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는 미소는 엄마들의 모습입니다.(p.4, 작가의 말 中)
작가의 말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모습이나 엄마의 모습은 생각치 않았다. 솔직히 읽을때는 그냥 강아지 엄지 그대로, 미소 그대로 보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엄지와 미소의 관계가 그런 관계이더라. 비록 어리긴 하지만 열살 미소에게 의지하며 살았던 손가락만큼 작은개 엄지는 커다란 개 메롱이의 꼬임에 빠져 험난한 커다란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자신과 같은 작은 나라를 찾아서..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다. 먹는것에서부터 자는것 까지 참으로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때론 주어진 환경에 나이를 막론하고 나름의 적응을 하지 않는가 싶기도 하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혼자서 잘 다녀올까, 찻길은 잘 건널지, 도서관은 혼자서 찾아갈지 모든것이 불안했고, 또한 아이만 같았다. 당시 mbc에서 방영되던 휴먼다큐에 나온 "붕어빵 엄마"에 나온 사연을 본적이 있는데, 엄마는 위의 투병중이었고, 또 생계를 위해 붕어빵을 팔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딸이 더 어린 동생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찾아가는것이나 동생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내 딸아이보다 더 어린 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더라. 우리딸도 저런 상황이었다면 더 의젓하고 혼자서 할수 있는 일이 더 많았겠지 하면서도 그 아이들이 너무 일찍 어른이 되버린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길고양이들을 밥을 주다보면 아주 어린 아이가 독립을 했는지 혼자서 초록잎이 신기해 구경을 하면서 다니기도 하고 그보다 더 큰 아이를 아직도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도 마주하게 된다. 잘모르는 어린 엄마 고양이가 아이를 너무 일찍 세상에 내놓았는지, 아니면 아직도 독립시키기는 이르다며 과잉보호하며 여직 끼고 다니는 엄마 고양이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적응을 해 나가는것 같다고 본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덜하지도 않은 그 시점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부모의 미숙함이 문제라고 할까.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엄마의 깊은 사랑을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어른인 나는 역시 집나가면 고생이라는 생각과 엄지가 본인에게 닥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스스로 단단해지길 빌었다. 비록 약간은 단단해진것 같지만 언제나 미소의 보호아래에 있을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무릇 인간이란 동물은 가장 오래 자식들을 끼고 사는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선 나름 적응하기 마련이지만 엄지가 자신을 도와준 개 나나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후 고양이 고등어에게 맞서는 것처럼, 무작정인 보호보다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수 있도록의 도움이면 충분하리라 본다. 하지만 나도 아직 내년이면 성인이 될 아이를, 딸아이의 표현을 빌어 물고빨고 하는걸 보면, 나도 어쩔수 없는 미숙한 엄마일뿐이다.
<어릴적 그책(곽아름)>이란 책을 읽고 문득 학생시절 읽었던 책이 생각나 다시 읽은적이 있었다. 똑같은 책이지만 중학생 시절의 내가 읽었던 느낌과 어른이 되서 지금 읽는 느낌은 너무나도 다른것에 나 자신도 놀랐었다. 이런 동화 한편도 지금의 내가 읽게 되니 참 다르게 해석이 되는듯 하다. 아무래도 세상살기는 내게도 녹록치 않아서일까. 그래서 가끔 동화를 읽는것도 좋은듯 싶다. 이 책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화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