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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고즈넉한 마을, 한 노파가 세운다는 박물관의 기사로 일하기 위해 '나'는 이곳을 찾았다. 괴팍한 노파의 반응으로 볼때 채용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다음날 떠날 계획이었지만, 채용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어머니 특유의 수줍음 같은, 극히 일상적인 감정 표현이었다니... 나라면 솔직히 이런 고용주와는 일을 못할것 같다.
노파가 만들려는 박물관은 '침묵 박물관'이다. 떠난자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그런 박물관이다.
"매일 다양한 유품을 접하면서 깨달았어. 유품은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물건인데, 왠지 사후 세계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러니까, 과거를 가둬놓은 상자가 아니라 미래를 투영하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어."(p.118,119)
글세.. 아직 가까운 사람의 유품이란 것을 만나본적이 없어서인지 유품에 대한 느낌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품으로 그 사람과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간직하는 것은 꽤 좋은 느낌이다. 화자인 '나'도 어머니의 <안네의 일기>를 보면서 마음의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신상에 일어나는 일 가운데 쓸모 없는건 하나도 없어.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고, 그리고 가치가 있어."(p.143)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것은 왜 이들은 유품을 모으기 위해 정당한 방법을 쓰지는 않는다. 박물관을 열었을 때 관련된 방문객들이 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다. 아주 오랫동안 살다 수명을 다해서 마감하기도 하고, 요절하기도 하며, 또한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도 50년만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 곳에 유일한 외지인인 화자에게 무언가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여전한 헛다리는 어쩔수 없다.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침묵박물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줄지 알았는데 급작스런 살인사건이 등장하게 된다. 사라진 영혼들의 유일한 안식처를 자처하는 침묵 박물관에선 더 수집할 수 있는 유품이 생기고 박물관이 확대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문득 드는 생각은 내 가족들은 나의 유품으로 어떠한 것을 간직하며 어떻게 기억될 것일까 하는 것이다. 혹은 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는 모습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를 좋게 생각하고 그리워 하든, 나를 비난하든 그것은 어쩌면 내가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결정하는것 같다. 먼 훗날 내 유품을 보며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