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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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30년생, 올해로 90세인 노작가 니시무라 교타로. 그는 일본의 '국민' 추리소설가라고 한다. 하지만 왜 나는 그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까. 아니면 작가이름을 유심히 본게 얼마 안되서 읽었어도 인식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클로즈드 서클, 쌍둥이, 미싱 링크, 알리바이 공작등 본격 요소를 골고루 담은 본격 미스터리의 고전이자 교과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교과서가 아무래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아닐까. 요즘 들어서 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형식을 빌어 오는 추리소설이 등장하는 것을 볼때, 단연코 추리소설계에서 범접할수 없는건 그녀일것이다. 어렸을 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고 요즘은 뜸했는데, 아무래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이 소설을 시작하면서 재밌었던 부분은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마치 소설속 인물들이 초대장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이 추리소설의 메인 트릭은 쌍둥이를 활용한 것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로널드 녹스가 제시한 '탐정 소설 십계'를 보면 그 열번째로 '쌍둥이를 활용한 역할 바꾸기 트릭은 사전에 독자에게 알려야 공정하다"라는 항목이 있습니다"라고는 하는데, 가르쳐줘도 못받아 먹는 사람이 여기 하나 있으니 말이다.


이 살인은 두가지 사건이 전혀 상반된 이야기처럼 진행이 된다. 하나는 저자가 초반에 밝힌 쌍둥이가 등장하는 강도사건이다. 흰색 장갑을 꼈으나 얼굴은 전혀 가리지 않았던 쌍둥이 형제. 그들은 대담하게 연말 호황을 누리는 가게들을 찾아서 돈을 갈취한다. 그들은 잡고 보니 너무 닮아서 피해자들도 형제중 누가 실제로 강도를 저질렀는지 지목하지 못한다. 범인을 알고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다른 하나는 숙박비와 여행비를 모두 부담하겠다며 호텔로 초대하는 초대장을 받고 '관설장'에 모여든 사람들이다. 폭설이 내려 외부로 나갈수 있는 수단이 모두 끊긴채 고립된 곳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사람이 살해되기 시작한다.


서로 상관 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이 하나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범인들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그들의 이유가 정당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게 남에게 입히는 경우가 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말이다. 뭐, 요즘 세상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몰지각하게 구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소설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재밌고, 가독성이 빠른 이야기지만, 실제 상황으로 본다면 이렇게 무자비하게 굴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소설보다 더한것도 있으니 뭐 말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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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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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마을, 한 노파가 세운다는 박물관의 기사로 일하기 위해 '나'는 이곳을 찾았다. 괴팍한 노파의 반응으로 볼때 채용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다음날 떠날 계획이었지만, 채용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어머니 특유의 수줍음 같은, 극히 일상적인 감정 표현이었다니... 나라면 솔직히 이런 고용주와는 일을 못할것 같다.


노파가 만들려는 박물관은 '침묵 박물관'이다. 떠난자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그런 박물관이다.


"매일 다양한 유품을 접하면서 깨달았어. 유품은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물건인데, 왠지 사후 세계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러니까, 과거를 가둬놓은 상자가 아니라 미래를 투영하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어."(p.118,119)


글세.. 아직 가까운 사람의 유품이란 것을 만나본적이 없어서인지 유품에 대한 느낌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품으로 그 사람과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간직하는 것은 꽤 좋은 느낌이다. 화자인 '나'도 어머니의 <안네의 일기>를 보면서 마음의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신상에 일어나는 일 가운데 쓸모 없는건 하나도 없어.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고, 그리고 가치가 있어."(p.143)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것은 왜 이들은 유품을 모으기 위해 정당한 방법을 쓰지는 않는다. 박물관을 열었을 때 관련된 방문객들이 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다. 아주 오랫동안 살다 수명을 다해서 마감하기도 하고, 요절하기도 하며, 또한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도 50년만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 곳에 유일한 외지인인 화자에게 무언가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여전한 헛다리는 어쩔수 없다.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침묵박물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줄지 알았는데 급작스런 살인사건이 등장하게 된다. 사라진 영혼들의 유일한 안식처를 자처하는 침묵 박물관에선 더 수집할 수 있는 유품이 생기고 박물관이 확대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문득 드는 생각은 내 가족들은 나의 유품으로 어떠한 것을 간직하며 어떻게 기억될 것일까 하는 것이다. 혹은 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는 모습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를 좋게 생각하고 그리워 하든, 나를 비난하든 그것은 어쩌면 내가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결정하는것 같다. 먼 훗날 내 유품을 보며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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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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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전쯤인가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어째 제목이 비슷하다 했는데, 역시나 같은 저자의 책이다. 저자는 1994년부터 베를린에서 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는 할아버지 발두르 폰 쉬라크가 나치 정권에서 청년돌격대의 대장으로 활약한 전력이 있어, 과거의 죄과를 씻기 위해 법률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특히나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진술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12가지의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가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12가지 충격 실화'라고 부제를 밝히고 있는데, 정말로 실제로 있을수 있는 이야기인가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네 세상은 믿기 힘든일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난다.


특히나 「변호인」이란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변호사가 된 셰이마가 맡은 사건의 의뢰인은 심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한 여성이 증인으로 등장을 한다. 그녀는 루마니아의 작은 농촌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피고는 그녀에게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해준다고 약속하고 베를린으로 데려와서는 그녀를 강간하고, 위협했으며, 윤락가에서 일하게 했다. 몸과 마음이 병든 그녀가 더이상 일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엄청난 폭력 끝에 칼로 오른쪽 눈을 찔르고 병원 문앞에 던져 놓고 떠났다고 증언했다. 셰이마는 변호인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거부당했고, 계속 재판을 진행해여 피고는 징역 1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고심끝에 그녀는 항소를 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 결정을 했다. 이유는 당시 재판부에서 증인이 증언하는 동안 피고를 재판에서 배제했다는 사실이다. 피고는 형사소송의 주체이므로 자신의 재판에서 참여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재판부의 이런 사소한 실수가 다시 공판이 진행되었고, 새로 시작된 재판에 증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첫 증언 이후에 살해되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결국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피고의 무죄방면이 선고되었다. 변호사 윤리장전 제19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한다.


참 씁쓸한 이야기들이 많다. 증인도 얼마나 고심한 끝에 증언을 하게 된 것인데, 그것이 아주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사소한 실수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목숨을 잃었다. 참..이럴때 법이란 참 무심하다. 법은 약자의 편이 아니라 돈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시작전에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 말이 무색하다. 정말 모든 사람이 법앞에 평등할까. 법 앞에 평등했다면 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생겨나지 않았을꺼 같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이 많은걸 보면 절대로 법은 평등하지 않을꺼 같다. 참 씁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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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이별
박민형 지음 / 경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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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상흔들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음... 이게 과연 첫사랑의 상흔일까. 솔직히 이건 범죄다...읽는 내내 속터졌다. 20년인 세월을 말이다...


현순은 대학에 진학한 후 동아리에서 만난 호철과 사랑에 빠진다. 함께 농활 봉사를 떠났다가 늦은밤 호철을 기다리던 원두막에서 그녀는 호철의 친구인 천석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현순은 그의 몸에서 뜯어낸 메달만을 손에 쥐고 누군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호철은 곧 군입대를 하고, 임신을 알게된 현순은 세상을 포기하려 한다. 천석은 성애가 떠나,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서 그날밤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순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성애가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현순은 자신의 아이를 가지지 않았던가. 천석은 자신이 그날 널 범했던 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녀와 결혼한다. 그 이유때문에 현순은 모진 시집살이도 견디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20년의 세월을 살아간다.


얼마전에 한 가수가 자신이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고백을 했다. 그것을 이겨내는데 11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동안 수치심과 우울증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왜 아니었겠는가. 그 옛날에는 성폭행 당한 여자를 가해자와 결혼하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와 결혼하는게 말이 되는가. 자신을 성폭행한 이와 살면서 자신을 포기한 현순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남자든 여자든간에 물론 여자가 비중이 더 높겠지만 그 성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한지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피해를 당한 이들을 조롱하지 않던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현실이 아니던가. 특히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하기에 그런 범죄가 끊이지 않고, 또한 피해받은 여성에게 비난을 쏟아붇는다고 한다. 왜 여성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 가르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많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잉태된 아이는 잘못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갖게된 아이에 대해서 여성에게 모성애를 강요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현순이 자신의 인생을 찾은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자신의 인생을 찾은것이 아니라 20년동안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것이다. 애써 상처를 지우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더 관대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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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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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 광복절 기념행사장, 국민들은 생방송으로 퍼스트레이디의 저격사건을 지켜봐야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시작은 여기서가 아니었다. 그 전, 일본에서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의 납치 사건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익히 들어는 봤으나 자세하게 알지 못했고, 그 두 사건의 연관관계까지 잘 알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내가 너무 무지했던 탓이다. 아무래도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해야겠다.


당시 재일교포였던 문세광은 어떠한 제지 없이 행사장에 들어왔고,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엇나간 총탄에 영부인은 쓰러지고 말았다. 뒤늦은 총성에 어린 여고생도 희생되었다. 인권변호사였던 신민규는 문세광의 국선변호인을 맡았다. 과연 많은 국민들의 눈앞에서 영부인을 저격한 사람에게 어떠한 변호를 해야 하는가. 하지만 신변호사는 무언가 의심쩍은 사실을 발견하고 진실에 접근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진실에 근접할수록 그에게 알수없는 어떤 강압적인 힘들이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다. 대통령 암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그 암살을 막으려다 영부인과 민간인이 그 과정에서 희생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기에 오발이거나 총격 중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적인 은폐가 시작되고, 터무니 없는 사실들이 나열됨으로서 무언가 배후가 있다는 것이 짐작이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대중은 큰 거짓말일수록 더 잘 속는다..... 어설픈 거짓말보다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거짓말일수록, 사람들은 설마 하는 생각에 더욱 믿는다는 말입니다.(p.236)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과거에는 묻힐수 있는 거짓말이었을지 모르지만 현재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그런 거짓에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을 바로 쳐다볼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세상에 알아서 안되는 진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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