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 케이스릴러
전건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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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케이스릴러 작가 공모 당선작. 나는 참 장르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고즈넉의 케이스릴러를 즐겨보곤 하는데, 게다가 전건우 작가라니 아주 삼박자가 탁탁 들어 맞는다고나 할까. 전건우 작가는 < 고시원 기담 >으로 만났었는데 꽤 가독성이 좋은 글을 쓰는것 같다. 그 책도 살짝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 있었던 글이었다. 이 이야기도 그런 요소가 들어가 있고, 대놓고 표지에 '호러 스릴러'라 칭한다. 물론, 전건우 작가가 공포이야기에 강점을 나타내긴 하지만 < 살롱 드 홈즈 > 같은 생활밀착형 이야기도 꽤 재미나게 쓰는 천상 이야기꾼인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도 꽤 기대가 컸는데,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속도로 이 책에 빠져 들었다.


강원도 산골짝 소복리에 사는 선우는 항상 첫눈이 내릴즈음이면 그 악몽을 꾼다. 어릴적 여행을 간다며 엄마가 물과 함께 건네준 알약. 아직 약을 삼키지 못하는 선우는 씹어먹다가 쓴맛에 엄마, 아빠 몰래 약을 뱉어버렸다. 눈이 그치면 여행에 나서자며 한숨 자라던 엄마의 말에 선우는 살짝 잠이 들지만 곧 매캐한 연기속에 잠이 깨고 만다. 차안을 가득 메운 연기에 선우는 문을 열고 나가려난데, 눈이 허옇게 뒤집힌 채로 엄마는 선우를 놔주지 않는다. 같이 가자고.. 그 순간 비명을 지르며 선우는 잠에서 깬다. 그렇게 선우는 가족을 잃고 소복리에서 할머니와 산다. 이 악몽을 꾸고 나면 꼭 그렇게 첫눈이 내리게 된다.


선우가 사는 소복리에는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 붉은 집이 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곳에 집주인이 돌아왔다. 그 뒤로 소복리 동네의 개들이 참혹하게 죽으며 묘상한 표식이 등장하게 되고 사람들이 실종된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것을 감지한 선우, 그리고 이곳 출신인 말단 순경 동수. 소복리에 위험이 생겼다고 등장한 무녀, 신부, 스님, 수녀님등.. 폭설로 고립되어 버린 산속 마을에 부활을 꿈꾸는 마귀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전건우 작가는 주류에서 벗어나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살롱 드 홈즈 > 작가의 말 중) 그래서인지 여기 < 마귀 >에 등장하는 어벤저스들은 사실 좀 오합지졸들이다. 그래서 어쩌면 독자들과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실, 이런일들은 정말 소설에서나 나올 일들이야라고 말할수도 있지만 그 소복리 어벤저스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는 인물들이기에, 이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었던 건 아닐까도 싶다. 이런 이야기를 보고 살짝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 나이는 지났지만, 간만에 이 <마귀>를 읽고, 어렸을적에 지금보면 귀신분장도 꽤 허접했을 그런 '전설의 고향'을 보며 이불속에서 바들바들 떨던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밤에 읽는건 권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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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새벽은 언제쯤 괜찮아지려나 - 리커버 개정증보판
지민석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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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먼동이 트려 할 무렵.. 예전에 대학을 다닐때인지 대학을 졸업하고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때, 딱 한번 해돋이를 본적이 있다. 그 뒤로도 보려했지만 구름에 가려서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것보다 불쑥 구름이 사이로 한뼘은 더 넘게 솟아오른 해를 보거나 하면서 실패를 했었다. 온전히 수평선에서 빼꼼 드러내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은 한번뿐이었다. 태양이 떠오르기전에 검었던 하늘이 천천히 붉어지는 그때는 이제 곧 해돋이가 시작이 된다는 설렘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찌보면 그 무렵은 희망이 찬 순간일테다. 그런데, 이 제목 < 네 새벽은 언제쯤 괜찮아지려나 >라는 뜻은 희망이 보이지 않고 고독해 보이는 그 새벽을 말하는것 같다. 그저 까만 하늘에 저 멀리 오징어배 등불만이 있어서 좀처럼 하늘이 붉어지지 않을것 같은 그런 맘속을 토닥토닥 달래주는 그런 에세이라고 하겠다.


외로움은 마음의 짐이다. 저마다 살아가면서 마음 속에 돌덩어리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작은 돌멩이든 큰 바위든 나에게 무거운 존재인 건 변하지 않는다. 돌멩이가 쌓이면 바위보다 무겁기도 할 테고, 바위가 쪼개지면 돌멩이가 되기도 하니까.(p.60)


내 젊은날에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두려웠었다. 누군가 함께 해야했고,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일, 영화를 보는일등은 혼자서 해서는 안되는 일인줄 알았다. 만약 함께할 이가 없다면 그것이 외로움이고 쓸쓸함이고 고독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무엇을 하는 것이 그다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차분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간혹, 식구들이 있는 집에서는 조용히 책보는 것이 여의치 않아 카페를 찾아 혼자서 커피한잔 시켜 놓고 독서를 즐긴다. 그것은 외로움이라기 보다 해가 떠오르기를 고대하는 곧이어 동이 터오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혹시 나를 힘들게 하는 그런 감정들에 가려져

행복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닐까요.

손만 뻗으면 행복이 놓여 있으면 좋겠습니다.

외로움을 쉽게 찾았던 것처럼,

행복도 우리 곁에 가까이 머물러 있지 않을까요.(p.63)


한때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다. 아무리 떨어져도 바닥은 보이지 않고 바닥인가 싶으면 또 추락하고..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니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었다. 결코 내게는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음을.. 하지만 언제나 동이 터오고 아침이 찾아올거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에세이는 나를 다독이고, 위로를 건넨다. 부디 아프지 마세요. 몸도 마음도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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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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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홀레 11편 < The Thirst >

이리 해리홀레의 광팬이 될줄은 몰랐다. 요 네스뵈의 다른 이야기들은 아직 읽어보지 않고 지금은 해리홀레의 이야기만 읽고 있는 편이다. 해리홀레의 이야기만 읽어도 벌써 11권째이니 말이다. 쪼르륵 책장에 서있는 책들을 보면 뿌듯하다.


작가의 말에서 아주 재밌는 말을 보았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열한 번째 작품이라 이제는 내가 아주 잘 아는 인물이 나온다. 너무도 잘 알아서 과연 그에 관해 할 이야기가 남아 있기는 한지, 솔직히 지겹지는 않은지, 하는 물음이 늘 따라다닌다.(p.698, 699) 항상 다음편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이야기가 몇개 있다. 이 해리이야기도 그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 번역되어 출간하는 속도가 좀 늦은편이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다음편에서 해리를 또 만날수 있다는 생각으로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제 고만 해리이야기를 마무리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별로 식상하지도 지겹지도 않으니 계속해서 이야기를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특히, 저자는 행복한 해리가 낯설어서 글을 쓰기가 힘들었다고 하지만, 내 마음은 해리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좀 있다. <팬텀>에서 총을 맞은 해리 때문에 다음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잘못될까봐 참 걱정했었다. 책속 주인공을 걱정하는 나도 우습지만, 너무나도 해리에게 가혹한 탓에 따지고도 싶었다. '우리 해리한테 왜그러세요.', '이제 우리 해리 좀 행복하게 해주면 안되요?'라고 요구하고 싶지만 해리가 행복해지만 이 시리즈가 끝날것만 같아서, 마음 아프지만 우리 해리 조금만 덜 아프게 해줬으면 한다. 저자도 행복한 해리가 낯설다니, 자신이 얼마나 해리를 못살게 굴었는지 알겠지.


<폴리스>를 읽고 근 1년만에 <목마름>을 읽어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낯설었는데, 읽으면서 기억이 나서 너무나도 다행이다. 아무래도 1편부터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편에 이어 계속해서 경찰대학교 강사로 일하는 해리. 행복한 가운데 악몽을 꾸게 된다. 그런 가운데, 오슬로에서는 목에 도저히 사람이 낼수 없는 섬뜩한 상처로 사망한 희생자가 연이어 생기게 된다. 경찰청장인 미카엘은 올레그의 과거을 빌미로 해리에게 이 사건을 맡도록 종용한다. 조사를 시작하는 해리, 그는 모든 정황이 예전에 교도소를 탈옥한 발렌틴에게 향하는 것을 느끼고 발렌틴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이 책도 거의 700여페이지에 달한다. 하지만 해리의 팬이라면 이 두께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것도 얇다고 탓하지 않을까.. 해리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그 어느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몰입하고 싶다. 그것이 작가 요 네스뵈의 매력이고 또, 해리홀레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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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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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스토킹 10월 도서

도나토 카리시라는 작가가 이름만 보고 일본작가인줄 알았을 정도인데, 지난 5개월동안 정말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꽤 오래전에 이 책도 출간이 되었었는데, 나는 왜 이제껏 도나토를 알지 못했을까. 아마도 동호회를 알지 못해서 그런가보다. 지금은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들과 책들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을 덮었을때, 아.. 이게 첫시작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5일전, 1년전, 이렇게 과거를 오고가며 차츰 차츰 사건에 접근을 한다. 처음에는 살짝 혼란스럽긴 했지만, 차츰 차츰 사건을 따라 갈수가 있었다. 새벽, 아주 한적한 곳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구급차에 타고 있었던 당직 인턴이었던 모니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죽음의 문을 넘나들고 있는 남자의 흉부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날 죽여라' 그런데, 모니카는 구석에 있던 롤러스케이트를 보았다. 자신의 쌍동이 동생의 물건. 그녀의 동생은 목이 잘린 시체로 생을 마감해야만 했었다. 그 상황에서 그를 살려야 하는 의사 모니카. 하지만 그녀의 원수나 마찬가지인 범인.. 과연 살려야 할까, 말아야 하나.


산드라는 과학수사대의 법사진 전문가이다. 그녀의 남편 다비드는 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남편의 사고에 의심을 품은 인터폴 형사 샬버의 전화를 받는다. 진실을 알기 위해 그녀는 길을 나선다. 그리고 바티칸에 축적된 방대한 범죄 기록을 바탕으로 세상 이면에서 악을 쫓는 프로파일러이자 신부인 마르쿠스는 사라진 여대생을 조사한다. 다비드가 남긴 사진이 산드라를 마르쿠스에게 안내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도나토가 잊을 수 없는 두 번의 만남 속에서 탄생했다고 그는 밝힌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그 두번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이 이야기에 녹아 있다. 다른 이가 먼저 이 실화를 쓸까 두려웠다는 작가의 조바심이 충분이 이해 간다라는 말이 공감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도나토 그는 매번 작품마다 꼭 한번씩 독자의 뒷통수를 때린다. 이번이 다섯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속지 말자고 긴장을 하면서 읽었건만, 그에게 뒷통수를 한대 또 얻어맞고 말았다. 정말로 그는 천재적인 작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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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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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 여행이란 말은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나의 여행은 전투적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미리 검색해두지 않으면 불안해서 다닐수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그도 이젠 힘들것만 같다. 저자처럼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그냥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것이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우연찮게 가게되었던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 던져준 산호를 잠수해서 물어오는 래브라도리트리버의 이름을 듣고 나서 영감이 떠올라 썼던 <카후를 기다리며>로 제1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오키나와 말로 카후라는 말은 '행복' 또는 '좋은 소식'라고 한단다. 정말로 카후가 저자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오지 않았던가.


미술에 관련된 일을 했던 저자는 프리랜서로 전환한 후에 불시에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은 어떤 기분일까. 그것은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터인데 말이다. 아마도 나도 은퇴를 하고나면 그렇게 살고 싶다. 가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물론 나의 껌딱지들을 떼놓고 혼자서 가야겠지, 또한 뒹굴뒹굴대면서 책도 읽고 싶고 그렇다. 아무래도 저자는 미술에 관련된 일을 해서 그런지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고흐의 이야기도 그렇고 모네의 이야기도 그렇고, 모네의 이야기는 미쉘뷔시의 <검은 수련>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였다.


바람이 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떠나는 여행자를 가리킨다는 저자의 무척 주관적이 들어간 해석의 방랑가라는 말이 참 부럽다. 목표도 없이 그저 마음가는 대로 가다가 소설가가 될 기회를 잡았던것 같다. 아마도 저자의 그런 기회가 없었더라면 내가 이 책을 만날수가 없었을테구나. 나도 그런 목적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누가 또 아랴. 나도 예기치 않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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