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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부조리한 상황, 부조리한 트릭과 복선 하지만 이상하게 납득 가는 이야기!"
아마도 요 말은 출판사측에서 정한 문구가 아니였을까 싶다. 그에 딱 어울리는 6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ABC 살인』, 『사내 편애』, 『피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밤을 보는 고양이』,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이 여섯편의 단편중에 단연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작품이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는 『ABC 살인사건』과 『밤을 보는 고양이』였다. 원래 구라치 준은 1994년에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일요일 밤에는 나가고 싶지 않아』로 와카타케 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고 한다. 어쩌면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마지막 이야기인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이 더 반갑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자는 '좀처럼 일을 안하기로 정평이 난 일본의 추리 작가'라는 설명이 있을 정도로 작품을 적게 쓰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보다는 제목때문에 난 이 책에 끌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그다지 재밌다는 생각을 못했지만도. 이유는 아무래도 태평양 전쟁 말기, 실험실에서 한 병사의 시체가 발견되는 이야기라 좀 거부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괜히, 그들이 했던 실험이 떠오르고... 별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본다.
『ABC 살인』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을 패러디 한 작품이라고 한다. 묻지마 살인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은 유심히 그 사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A도시의 A씨, B도시의 B씨가 살해되자 문득 자신의 동생이 D도시의 D씨이므로 이 사건이 마치 연쇄살인인것처럼 동생을 죽인다면 자신은 용의자에서 벗어날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소 C도시의 C씨를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한다. 이제 자연스레 동생을 살해하면 된다. 그런데 느닷없이 D도시의 D씨가 살해된다. 한번이 아니라 연이어 D도시의 D씨가 살해된다. 이일을 어쩌랴. 그렇게도 소리소문없이 사람을 죽이고픈 사람이 많은가. 하긴 나도 정말로 저 사람은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요때를 노려 살해해보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간혹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있다. 변명 없는 무덤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것은 아니지. 실제로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을 일이다. 그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사람이든 동물이든 남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말로 천벌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밤을 보는 고양이』는 살짝 무서울뻔 했다. 주인공은 휴가를 내고 시골 할머니댁에 내려왔다. 마음의 평안을 주는 곳. 할머니는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마치 무언가를 보듯 허공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귀신이라도 보는 것일까. 하지만 동물들의 통찰력(?)은 대단한것 같다.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변화를 혹여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도 느끼는 듯하다. 옆집 할머니가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지만 백수인 아들은 할머니 몫의 연금을 타내려고 모든 사람들이 잠든 한밤중에 뒷마당을 파는 것이었다. 예사롭지 못했던 그날의 흙냄새에 고양이가 반응을 한 것이었다. 하마터면 귀신 나오는줄 알고 식겁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무리 지을즈음 할머니의 한마디. 정말로 고양이만 그런건지, 동물들은 다 그런것인지 궁금하다. 궁금하다면 책을 확인하는 방법이...(나중에 이 리뷰를 보고 나도 몰라서 책을 다시 찾아보지나 않을지 걱정)
정말로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었는지 아닌지는 비밀. 그래야 독자들도 궁금하고 출판사도 이런 리뷰를 좋아하지 않을까. 뭐, 이건 이웃에게 나눔받은 책이니 서평단인것처럼 좋은식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나는 책들에 대해서 비판하고 재미있네 없네, 서평단이니 더 재미있네 이런식으로 리뷰를 쓰고 싶지는 않다. 내가 평론가도 아니고, 내가 받아들이는 그만큼만 적으면 되지 않을까. 마치 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니 내게 잘 보여라라는 식의 리뷰는 내 성격상 쓰지도 못할뿐더러 그렇게 내게 리뷰를 부탁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나는 재미를 못느꼈다면 나와 안맞아서 그럴테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 그럴테지 생각하는 편이다. 원래 단편에는 약한 편이긴 하지만 이 책은 그닥 나의 약한편이 드러나지 않아서 좋은것 같다. 그만큼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