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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나는 죄인이다. 이 책의 초반을 읽을때는 잘 몰랐는데, 읽으면서 보니 나는 죄가 많았다. 이 세상에 여자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죄인이 되고 말았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또 한번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그런 책인것 같다. 예전에 < 명예살인(수아드) >이라는 책에서도, < 천 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 >을 읽을 때에도 나는 그래도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다. 이 땅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에게는 유죄를 판결했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에서는 성폭행 혹은 성희롱 당하는 여성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딸아이도 가끔 다음 생에는 꼭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세상에서 범죄에 더 노출되는 것 같다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사실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여성들은 성폭행등의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단정함을 강요받는다. 너희들의 옷차림이 남성들을 자극시킨다. 왜 우리는 여성들에게 성폭행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는가. 그건 남성들에게 성폭행하지 말라고, 그것은 범죄라고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젊은 혈기에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 이 세상에 한사람의 인격을 철저히 짓밟는 범죄행위라고 왜 가르치지 않는가. 미투운동이 한창일 때,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하면서 왜 정작 피해자에겐 한마디 사과의 말을 못하는 것인지. 오히려 피해입은 여성으로 하여금 꽃뱀이지 않느냐며 더 몰아세우는 것인지, 왜 갈수록 더 어린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겁탈하는지, 왜 그들은 그것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낱 호기심이었다고 하는지 참 답답할 뿐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들리는 비명』에서는 말 그대로 가정에서의 문제점을 다룬다. 사실 호주제의 폐지에 대해서,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까짓거 지속이 된들, 아니면 폐지한들 무슨 문제가 있는가 했는데. 정말 이점에서 나는 매우 반성을 해야할것 같다.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한 문제에서도 문제점을 알지 못하니 정당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족의 의미를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꼭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가족의 형태도 많이 생겨났다. 호주제라는 것이 호주를 정점으로 가(家)라는 관념적 집합체를 구성, 유지하고 이러한 '가'를 원칙적으로 남계 혈통(아들, 손자)에게 대대로 승계시키는 제도를 말한다(p.96)라는데 이 몹슬것은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하여 들여온 것으로 한단다. 이제보니 없어지길 잘했다. 세상이 바뀌면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잘못된것은 고쳐야 하는 것이지 전통도 아닌 것을 전통이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통이란 말인가.
『'도구'로만 존재하는 여성의 자궁』에서는 낙태죄와 미혼모에 관련된 이야기, 『용서받은 자들 뒤에 용서한 적 없는 이들』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미군 기지촌 위안부 소송등을 다루고 있다. 이 사회 어느 곳에서도 여성을 위한 자리는 없는 것 같다. 그야말로 한 인간으로서 대우 받기 위해서는 여성들을 날마다 전쟁을 치루고 있는듯하다. 언제쯤 당당하게 살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