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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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지하에 누구도 볼 수 없게 가둬진 '피에타'상이 있다. '피에타'라고 하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상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다른 '피에타'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다양한 피에타상이 있었다. 이러니까 나는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수도원 지하에 봉인된 비탈리아니 피에타상에 얽힌 이야기를 쫓는 현재의 이야기와 그 조각상을 조각했다는 '미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흔히들 "난장이"라고 불뤼는 왜소증인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는 미켈란젤로보다 더 뛰어난 조각가가 되라는 뜻에서 어머니가 붙혀준 이름이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부모님이 부르던 '미모'로 불뤼기를 더 원했었다. 아버지가 전쟁으로 사망하면서 먼 친척뻘(실은 친척도 아니었다) 삼촌에게 맡겨지게 되었다. 삼촌과 머물게 되었던 곳에서 이탈리아의 명문가의 딸인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당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는 책을 읽을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지만, 비올라는 책을 읽고 또한 미모와도 격없이 지내게 되었다. 비올라는 하늘을 나는게 꿈이었고, 미모는 위대한 조각가가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비올라는 재능을 가지고 있던 미모를 더욱더 빛나게 하기 위해 조각하는 입장이 아니었나 모르겠다. 생년월일까지 같은 두사람을 비올라는 "우주적 쌍둥이"라고 칭하며 절친이 되어간다.

비올라의 약혼이 발표되던 날, 비올라는 하늘을 날고자 해서 만들던 캐노피를 메고 지붕위를 내달렸지만 추락하고 말았고, 미모는 삼촌의 심부름으로 피렌체로 떠나면서 이별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네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장바티스트 소설은 처음 읽는 것이지만, 600여페이지의 많은 분량이지만 정신없이 읽어나가게 된다. 왜소증을 갖고 있는 소년과 억압과 가문에 뜻을 따라야만 했던 소녀. 어쩌면 주어진 운명을 수긍하는 것보다 투쟁하며 극복해 나가는 점이, 오늘의 이 허탈한 마음에 위로가 될런지 모르겠다. 장바티스트는 영화감독으로서도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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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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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 새는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더 좋은 말도 있을텐데.. 도둑질은^^;; 하지만 저자도 현재는 22마리 고양이들의 집사가 되었다면 뭐... 동의할 수 있지 않는지... 사실, 나도 예전에는 고양이보다 강아지파였는데, 내 마음속에 고양이가 들어온 후로는 왜 길에 고양이들이 눈에 띄는지, 초면인 고양이들에게도 인사를 하면서 다니는지.. 고양이는 그런 존재인 것만 같다. 미치지 않고서는 못 배길것 같은 존재이다.

저자는 원래 게임 회사 UI 디자이너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에 사직서를 날리고 8마리 고양이를 데리고 제주도로 떠났다. 정착한 제주도에서 묘연을 맺은 고양이들의 시중을 들면서 살고 있다. 어느날 첫 인연을 맺은 고양이, 그 매력에 빠져 팔불출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가 우연스레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 내가 판다에 빠져서 알고리즘에 순 판다만 뜨던데, 베베집사의 유튜브를 한번 방문에 봐야겠다. 그러면 판다에 쏠린 내 관심이 또다시 랜선집사로 거듭나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여기 소개된 고양이들의 눈망울들은 어찌나 이렇게 예쁜지, 도무지 그 눈을 보고서는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여러 고양이들 사연중에서 눈에 띄는 아이는 두번째로 입양했던 페르시안 고양이 '포우'다. 페르시안 고양이는 긴털이 참 예쁘다. 그런데, 긴 털을 관리하기가 벅차서 파양되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락사 위기에 놓여 있던 포우는 베베집사에게 입양이 되어 집고양이가 되었다. 그런데, 아기고양이를 품어주는 모습이나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친구를 곁에서 지켜주는 모습이 애잔했다.

또 눈길이 끌었던 아이들은 '레아'와 '토르'였다. 인스타에서 인연을 맺은 집사의 고양이였는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동생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안되서 입양을 보냈는데,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의사를 밝혀와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임보를 하면서 좋은 입양처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이곳저곳으로 다니다 보니 아이들이 불안함에 아팠던 것을 계기로 그냥 이 집의 가족이 되었다.

사진으로 보니 너무나도 예쁜 고양이들, 아무래도 또 그 고양이를 만나러 베베집사네 유튜브로 놀러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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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이란 말씀이야!
정미 지음, 김송이 그림 / 책과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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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의 창고에 갇힌 '책이야'. 사실 책이야는 학교 창의 활동으로 책만들기를 했는데, 그때 책 표지에 붙어 있던 책 속 캐릭터이다. 아직 책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이야는 누군가가 책을 완성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왜 고물상이냐. 책만들기를 했던 아이가 고물상 앞에 떨어드리고 말았는데, 분실물 보관함에 버려졌다가 고물상 창고로 오게 되었다. 책이야는 비닐로 코팅된 종이 인형인데, 어서 아이들이 상상력을 더해 자신을 책으로 완성시켜 주었으면 하는데, 창고에서 만난 낡은 책 속에서 불쑥 나타난 할아버지에게서 '상상의 책방'에 대해서 듣게 된다. 그곳에서 책이야는 아이들을 만날수 있을 테다. 하지만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게임 캐릭터가 득실되는 PC방을 지나가야 한다. 과연 책이야는 상상의 책방으로 갈 수 있을까.

아마도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책을 읽으려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게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책 캐릭터와 게임 캐릭터와의 대결 구도를 설정한 것 같다. 만약에 아니라면 내가 어른이어서 그렇게 느낀 것일까. 요즘엔 책을 손에 든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건널목에 신호등을 보도블럭 끝자락에까지 설치했을까.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급한일 때문이라면 모르지만,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느라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한 길에서도 타인에게까지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책이야는 어딘지 모르게 그 옛날 '말괄량이 삐삐'를 생각나게 한다. 엉뚱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어쩌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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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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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청 다모로 일하고 있는 '설'. 얼굴 한쪽에는 계집종이라는 뜻의 한자 '비'(婢)가 낙인 찍히듯 인두로 지진 자국이 있다. 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치다가 잡힌 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언니는 오라버니의 무덤을 꼭 찾으라고 했었다. 열두해가 지나도록 연락 없는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을 했다.

정조가 승하한 직후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다모로 일하는 설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드라마 "다모"가 떠올랐다. 설을 꽤 신임하는 한종사관까지..마치 예전 드라마의 추억과 함께 이 소설은 드라마 한편을 보고 있는 듯하다.

젊은 여인의 시신이 발견된다. 입고 있는 화려한 옷으로 보아 양반일테다. 여성 피해자를 검시하는 일이 다모인 설의 역할이다. 피해자는 오판서 대감의 여식이다. 오 소저는 '종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종인 소이에게도 글을 가르치기도 했었다. 아마도 조선 후기시대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이름'들이라는 사람들은 여성들, 노비들, 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는데, 가제본이다 보니 결말까지 읽지 못해서 더 두고봐야할 듯 싶긴하다. 그래도 설은 자신의 상관인 한종사관에게 충심을 드러내면서 그가 은근하게 받는 모함까지 진실을 밝혀내고자 노력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설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시기부터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우리 문화보다는 서양문화에 더 익숙했던 허주은 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번역이 필요한 소설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영어로는 어떻게 씌여지는지 괜시리 궁금해지기도 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 붉은 궁 >도 읽었었는데, '이 책은 제가 한국 역사에 바치는 첫 번째 러브레터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니 < 붉은 궁 >보다 먼저 집필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설의 활약도 궁금하고 혹시 설의 오빠와 한종사관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결말을 향해 가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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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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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도 같았던 옛파트너 메리 랭커스터는 데커에게 새벽에 전화를 건다. 기억이 사라지던 메리는 자신의 딸이 잠시동안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 큰 충격이었을까. 모든 것을 기억하던 데커와는 반대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메리는 잊기 전에 모든 기억을 안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데커 시리즈는 그의 가족이 모두 살해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늘상 외롭고 어두워 보였는데, 어째 이 시리즈를 읽어가면서 데커에게 새로운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단짝과 같았던 재미슨은 정식 FBI 요원이 되서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고, 새로운 파트너 흑인 싱글맘 화이트를 만나게 된다. 화이트는 데커와 겉도는듯 했지만, 아이를 잃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서로 마음을 열면서 사건에 임하게 된다. 두 사람이 맡은 사건은 부촌에 사는 판사와 그 경호인의 사망사건이다. 1층에서는 경호인이, 2층에서 침실에서 판사가 죽은채 발견되었는데, 두 사람의 살해 방법이 각가 총과 칼로 인한 것이었다. 데커는 하나의 사건현장에서 조심스레 두개의 사건이 아닌지 의심을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완벽한 기억력을 자랑하던 데커가 네번째 이야기 < 폴른 >에서부터 하도 머리를 강타당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었는데, 인지 연구소에서도 변화가 생겼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이번 사선을 해결하면서도 간혹 어떤 이미지를 연결시키는데 명확하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무래도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가 데커인가보다.


"위험이 가중된다는 건, 우리가 진실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데커에게 위험을 가중된다. 어쩌면 데커는 확신에 차오르고 있겠지만, 이 시리즈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혹시나 그 위험이 데커를 우리에게서 앗아갈까 두려우면서도 이 책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옛 파트너 메리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고, 눈엣가시 같지만 내칠수 없는 데커가 FBI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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