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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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유리 고코로"라는 말은 살인노트의 주인공이 어린 시절 의사가 한 "요리도코로(안식처)"라는 말을 잘못 들은 것이다. 일본어를 잘 알지 못하지 도대체 "유리고코로"가 무엇인지 찾아봤다. 그러다가 이 이야기도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에서는 어지간하면 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이 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런건 좀 싫다. 일부러 찾아 보지 않으니 뭐 상관없지만 말이다.


료스케의 주변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첫번째는 그의 연인인 지에의 실종이었다. 부모님을 만나뵙고는 두달도 되지 않아 그녀가 사라졌다. 텅 비어버린 그녀의 집. 과연 그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두번째는 아버지가 말기 췌장암이라는 사실이다. 얼마 안 있어 아버지가 곁을 떠나시리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두달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건강도 좋지 않은 아버지를 보러 료스케는 본가에 갔지만 아버지는 외출중이었고, 우연하게 핸드백과 어머니의 이름이 씌어진 포장지로 싸여 있던 한 묶음의 머리와 4권의 노트를 발견한다. 문득 어렸을 적에 한동안 앓고 돌아온 집에 어머니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뭘까... 왜 기억속 어머니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료스케는 노트를 펴본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이야기인줄 모르지만 어떤 수기가 쓰여있다. 살인을 고백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누마타 마호카루라는 작가는 처음 만나는 작가이다. 그리고 이 책은 꽤 오래전에 발표가 되었었던 작품이다. 2012년에 최고의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소설에 수여하는 "오야부 하루히코 대상"을 수상했다. 주부, 승려, CEO등 독특한 이력을 소유한 늦깍이 작가라고 하는데, 그녀는 바로 이 <유리고코로>로 일본 전역에 '누마타 붐'을 일으켰다고 한다.


료스케가 찾아낸 노트 속 주인공은 어렸을때부터 병원을 다녔었다. 의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안식처가 본인에게는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살인을 하면서 유리고코로를 찾았다. 아마도 그녀는 사이코패쓰인듯 하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최고의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소설이라 인정받았고, 일본 평론가들은 누마타의 작품세계를 놓고 '이야미스'('싫다'라는 '이야'와 미스터리의 줄임말 '미스'의 합성서, 보기 싫지만 끝까지 단숨에 보게 되는 미스터리라는 뜻)라는 이름을 붙여 새로운 장르를 추대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감에 따라 '이야미스'라기 보다는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아마도 승려를 경험했기에, 자비와 연민이 담긴 불교의 세계가 녹아 있는 것도 같다(p.327)는 역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과 슬픔을 건드린 미스터리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결말에 도달하게 되면, 감동을 받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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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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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의 < 끌림 >, 개인적으로 < 티핑 더 벨벳 >, < 핑거스미스 >까지 다 읽어 완성하였으나, < 핑거스미스 >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이라 해서 5년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어느정도 기억을 하고 있으나,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마련했다. 아마도 국내 출판도 순서대로는 아니고 < 핑거스미스 >를 필두로 < 티핑 더 벨벳 >, < 끌림 > 순이라고 한다. 다른 여타 작가의 작품도 임팩트가 큰 것부터 시작으로 출간이 되다보니 이해가 된다. 더군다가 < 핑거스미스 >는 영화 "아가씨"의 덕을 많이 봤던듯하다. 나도 역시 그 덕에 궁금해서 읽어봤으니 말이다. 900페이지에 육박하는데도 말이다. 결코 그 반전이 무거운 책들 들었던 내 손을 무색하게 만들지 않았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 핑거스미스 >보다는 덜 하지만 < 티핑 더 벨벳 >보다는 좀 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책에서도 그녀를 "매력적인 역사 소설을 발표하여 퀴어 문학의 지평을 넓혀 온 작가"로 소개하고 있는 만큼 < 티핑 더 벨벳 >만큼은 아니어도 여성간의 사랑이 눈길을 끈다. 마거릿은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 그녀는 연이은 악재에 충격을 받아서 몰핀은 마시고 거의 죽을뻔 했을때 발견되었고, 밤마다 엄마가 주는 약을 먹으며 잠이 든다. 아마도 그런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동생들은 결혼을 하게 되는데, 아직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그런 마거릿은 밀뱅크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을 방문하는 자선활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영매 셀리나 앤 도스. 그녀에게 끌림을 느끼며 천천히 빠져들게 된다.

맨처음 등장하는 이야기는 모호했지만 셀리나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어떤 사건으로 감옥에 오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주된 이야기는 마거릿의 시각으로 진행되어 간다. 감옥에는 자살 미수범으로 수감 생활을 하는 여성도 있다. 어찌보면 마거릿도 자살 미수나 다름없지만 신분의 차이가 어떤이는 범죄자로 분류하지만 또 어떤 이는 범죄자가 아니게 된다. 마거릿의 이야기는 현재의 시간으로 진행되며 길지 않은 셀리나의 이야기는 몇년 앞선 시간의 이야기이다. 겉모습은 자유롭지만 엄마에게 구속당하던 마거릿은 셀리나에 대한 사랑을 느끼며 그녀와 함께 도피를 꿈꾼다. 과연 그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작에 비해서 선정적인 묘사는 없지만 감옥이라는 배경과 등장인물이 영매라는 직업으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마거릿이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고픈 욕망을 배가 되도록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몰입하면서 이 두꺼운 책의 책장을 넘기지 않았나 싶다. 비록 다음 작품을 읽어는 봤지만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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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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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은 "수박 겉핥기"이다. 이 속담은 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것 같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속담이 머리에 떠오른 이유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았다. 너무 깊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얕게도 아닌 일반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흥미있는 내용에 대해서 전문적인 책을 찾아 본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이 책 중에서 몇가지 시선을 끄는 말이 있었다. 첫번째는 "시간은 주기적으로 있는 어떤 것을 <관찰>해서 얻어낸 <개념>이다.(p.50)"라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보면,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관찰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케플러의 법칙만 보더라도 그의 집념의 관찰과 관측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 사실을 배울때는 그저 외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케플러의 오랜 노력을 알았을 때는 그냥 지나갈수 없는 이론이 되어버렸다.


두번째는 "우리 몸에는 약 100조 개 세포가 있다. 그리고 두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있다. 우연하게도 우주엔 100조 가량의 별들이 있고, 우리 은하에는 무려 1000억 개의 별이 있다.(p.172)" 어쩌면 이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고집 피우고 싶은 사람들이 억지로 끼워맞추는 이야기일테다. 어쩌면 이건 우연일 것이다. 이 무한한 우주에 생명체는 지구에만 있을리는 없다. 그저 인간이 제일 위대하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 뿐일테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사람이라는게 창피할 정도이다. 아동학대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가운데 생후 2주된 아이의 일은 정말이지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킨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굳게 믿는 진리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 사람들은 종교인들이어야 할 것 같은데, 엉뚱하게도 과학자들이 고난과 박해를 겪었다.(p.192, 193) 항상 종교와 과학은 충돌해왔다. 순수한 종교적 믿음도 있었겠지만 혹자들은 신을 등에 엎고 이익을 취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이 세상에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명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 입장은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나의 믿음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믿음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인이자 과학자가 아닐까. 갈릴레오는 간신히 종교심판은 면했지만 자택감금 당하던 중에 죽었다고 한다. 지구가 움직이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그의 신념을 깨트리려 했을까. 하지만 1992년 로마 교황청은 갈릴레이가 주장했던 지동설이 옳았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옳았던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겠지만. 359년이 흐른 뒤에야 교황청은 자신들의 무지와 실수를 인정했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대립되야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둘은 대립각을 세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열중해야 하는 문제이지 결코 대립되서는 안된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다.


저자들은 부부다. 물리학자와 소설가이다. 이 책에서 쉽게 말에 문과와 이과의 대립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도 은연중에 이과체질이지 않을까 생각하지 슬쩍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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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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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돌았고, 별안간 철수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어거스틴은 이에 불응하고 남았다. 다시 데리러 올 수 없다는 말에도 그는 북극에 남기로 했다. 연구원들이 철수한 후 발견한 여자아이 아이리스. 그녀와 함께 버려진 북극 연구소에서 세상에 통신을 하려 하지만 마치 텅 비어 버린 것 같이 고립된 것만 같다.​


목성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탐사선에 설리. 아무도 목성을 다녀올 수 있는 정도면 지금보다도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목성의 위성에 남겨진 로봇에서 보내오는 자료는 계속해서 수신되는데, 지구와의 교신이 끊겨 매우 당혹스럽다. 떠나온 지구보다 돌아갈 지구가 불안한 건 왜일까.​


어거스틴과 설리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이 된다. 어거스틴과 설리는 혼자는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독해 보인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그 둘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또한 결말을 향해 달려갈 때 의도치 않은 이름이 등장하면서 고민에 빠진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아마도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짐작을 할 수도 있을것 같다.​


이 소설의 원제인 "굿모닝, 미드나이트(Good Morning, Midnight)"낮을 떠나보내고 밤을 맞이하는 인간의 절망적인 기쁨을 노래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p.371)​


제목도 살짝 어딘가 맞지 않지만 "절망적인 기쁨을 노래한다"는 것 자체도 뭔가 모순적인 것만 같다. 아무런 빛도 없는 어둠속으로 향해 내려가는 이 야기의 결말은 열려있다. 남을 수도 그렇다고 떠날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세상의 종말에 과한 아름답고 쓸쓸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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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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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가끔은 난감한 이야기가 있다. 내게는 단편이 그렇다. 이 소설은 단편은 아니지만 제목처럼 마치 한씬 한씬 장면이 펼쳐지고 있어서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아마도 내 성향때문인지, 나는 시나 단편에는 맥을 못 추는 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정말로 지극히 나의 주관적 해석이다. 뭐..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으니 그렇게 쓰는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포착됨을 거부하는 문체와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 김엄지라고 하는데, 아마도 내게는 처음 만나는 작가라 익숙하지 않아, 이 소설의 서술되는 방식이 좀 낯설기도 하다.


'R'은 기억을 잃었다. 8개월 전 미끄러져 5미터 밑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그는 기억을 못하는게 많다. 기억상실증이라기 보다는 드문드문 기억나지 않는게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와 별반 다를게 없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 있기는 한데, R과 비교해 본다면 그가 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아내와 떠난 제인해변에서도 아내를 잃었다. 그녀와 함께 떠나는 온 것인지, 애초에 혼자온 여행이었는지 자신도 사실을 잘 인지 못해서 보는 나도 조금은 혼란스러울까. 마지막을 덮으면서 혹시나 R이 아내를 해친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장르소설을 많이 읽은 탓일까. 어찌보면 R은 현대인의 모습인 것만 같다. 어디 제 정신으로 살아갈만한 세상은 아닌것 같다. 현실인지 아니면 내가 부정하고픈 세계인지 혼미한 그런 R들이 여기 저기 방황하고 있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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