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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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 할 수 있을까"란 책이 떠올랐다. 정말로 이해 할 수 있는 그런 살인자들.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범죄를 저지르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이들을 해한자들.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물어야지. 물어야한다지만 마음 한켠에는 집행관들을 처벌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 조금씩은 자리잡고 있을테다.

최주호 교수는 동창이라는 허동식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던... 그에게 친일파였던 한 인물의 자료를 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는다. 고작 오랜만에 동창이라 찾아온 이에게 정수기 한대쯤 사주면 될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 그런데 자료를 넘겨주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인물이 살해당했다. 일제가 행했던 잔혹한 고문을 당한채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칼럼에 언급했던 이가 사면을 받자마자 살해당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에 대해 애석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죽인 이들을 응원한다. 이 책을 읽어나갈 수록 이 일은 절대 소설속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바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돈으로 권력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그것을 덮어버린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벌을 주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만 손해를 보는 그런 세상이 아닌가.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늘상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라 말하는 것은 어디선가 영웅같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때문이 아닌가. 어떤 것을 바란다기 보다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서 절대로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속이 뻥 뚫리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현실을 너무나도 잘 반영한 소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잊지를 말기를. 우리 심장도 불타고 있다는 것을.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언젠가 죗값을 치르기를. 과거에는 그러고도 살아남았을런지 모르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으니까. 내일은 또 달라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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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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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자기 영역에 침범한 고양이를 하악질을 해대는 녀석이 있는 반면, 몸이 아픈 고양이를 거두는 고양이도 있다. 우리 동네 내 길고양이친구들을 보면 온몸이 노란 치즈 고양이(노랑)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살가와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부르기만 해도 발라당을 선뵈는 아이였다. 귀갓길에 만난 노랑이가 반가워서 무턱대고 불렀더니 볼일도 봐야겠고, 대답도 해야겠고 정말로 개냥이스러운 고양이였는데, 괜시리 점박이 고양이(쭈니)를 볼라치면 시비를 걸곤 했다. 내가 본 쭈니는 하악질을 해대던 노랑이를 본체만체 하면서 상대도 하지 않는다. 노랑이보다는 조금 못생긴 쭈니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친화적인건 아니다. 그냥 내 갈길을 간다라는 마이 웨이적 스타일일까. 그런데 혼자 다니는 줄 알았던 쭈니는 언젠가부터 새끼 고양이(솔)이를 데리고 다녔다.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어서, 지가 낳은 새끼인지 내가 원래 알았던 녀석이라면 수컷이었을텐데(동물단체에 도움을 받아 중성화수술을 시킨 고양이와 비슷한데 구분이 안됨) 어쨌든 추운겨울에도 녀석을 데리고 다녔었다. 그리고 먹이로 신경질을 좀 내던 앞발이 조금 아픈 여울이와 함께 다닌다. 그래서, 못보던 어린 고양이가 있으면 슬며시 쭈니가 챙겨줬음 하는 그런 바램도 가져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딸아이의 증언에 따르면 쭈니가 엄청 하악질을 해대며 노랑이를 밀어붙이더란다. 아마도 그 착한 쭈니가 화를 낸걸 보면 노랑이가 너무 나냈나?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동네 고양이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거나 몸이 아픈 친구들에 수호자가 되어주는 아이이들을 보면 그야말로 고양이에게도 배울게 많은 것 같다. 길에서 산다고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녀석들. 아마도 저자도 그런 매력에 폭빠진 것이 아니였을까. 아침마다 창가에서 자신이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고양이 브록시를 자신의 뮤즈라 소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장황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아마도 브록시를 모델로 했을까, 예쁜 고양이 일러스트로 인해서, 자꾸만 입꼬리도 한껏 올라가게 만든다.


원래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뒤로부터 한껏 고양이의 매력에 감동하는 중이다. 아마도 고양이한테 배울것도 많은것 같다. 조금은 쉽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답게, 너답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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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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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총격이 시작되었다. 리디아는 아들 루카를 안고 샤워실에 숨었다. 혹시 숨소리라도 들릴세라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리디아의 가족은 몰살당했다. 루카와 리디아 단 둘만을 남겨두고 말이다. 행복했던 가족 모임이 한순간에 이 모자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아마도 며칠 전 남편이 썼던 기사때문에 마약조직 우두머리의 심기를 건드린것 같다. 그 우두머리는 리디아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루카를 살리기 위해선 떠나야 한다. 무조건 멀리, 삶의 터전이 있던 이 곳에서 멀리 떠나야 한다. 리디아는 자신의 집에 들르지도 못한채 엄마집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 싸늘하게 식은 가족들을 뒤로 한채 서둘러 길을 떠난다.


이 소설은 리디아와 루카의 멕시코를 탈출하는 기나긴 여정을 보여준다. 그저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긴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우리나라에서도 난민에 대해서 꽤 문제가 많았었다. 그런데... 사실 잘 모르겠다. 난민이 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 어쩌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 시대나, 한국전쟁 당시 외국으로 갔던 우리 국민들도 난민이지 않았을까. 지금과 그때의 난민은 다른가. 북한을 탈출해서 오는 그들도 난민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난민에 대해서 논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나도 얕다. 역시 소설을 읽다가도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은 그냥 난민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들의 사연이 너무나도 절박하다. 그리고 그 처절한 여정에서 만남 두 자매 솔레다드와 레베카. 두 자매의 이야기를 보는 순간 이 세상 어디에서도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또 얼마나 가여운지 느낄수 있었다. 그냥 이 어린 두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가끔 가다가 우리나라의 교통이나 치안문제 같은 것들이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인듯 했다. 아니면 내겐 아직 그렇게 아픈 기억이 없어서일까?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들이 한번씩 책에서 손을 떼고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그리고 리디아가 알게된 새로운 사실까지...


잔혹했던 현실이고, 부정하고픈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어딘가에 분명 오직 살기 위해서 달리는 기차 지붕위로 뛰어내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꼭 원하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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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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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더더 책이 좋아지는 것 같다. 계속해서 책들은 쌓이고, 그런데도 또 다른 책들에 눈독을 들이고, 내게 온 책들은 절대로 다시는 밖으로 내놓지 않으려는, 그래, 나는 책덕후다. 그나마 지금은 책을 나눔들도 하고, 도서관 책들을 빌려서 읽기도 하기때문에 책장들이 안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1년에 100권은 거뜬하게 넘게 읽으면서 최근 2년동안은 200권도 훨씬 넘겨서 읽으니 그 책들이 만약 집에 있었다면 아마도 사람들이 밖으로 나갈판이다. 이걸 주객전도라고 해야하나. 그런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을 다룬 이 책 <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은 카툰 에세이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책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 보는 것 같다. 항상 가방에는 책을 들고 다닌다. 읽지 않더라도 책을 갖고 다니지 않으면 주인과 떨어져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동물같다. 그래서 가방끈을 여러개 끊어 먹었다. 그 덕에 가방을 고를땐 디자인을 보는게 아니라 가방끈이 튼튼한지부터 살피게 되었다. 그리고, 제일로 좋아하는 장소는 도서관, 서점. 어디를 가도 서점이 있으면 반갑고, 책구경 하는 것도 즐겁고, 이렇게 많은 책이 있는데 다 못 읽고 죽을까 무지 걱정 되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이 다 여기에 담겨있다. 역시 책덕후들이 책을 사랑하는 법들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어디에도 책만 한 세상은 없다(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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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김민현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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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죽었다. 자신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인 우진은 "자연사 아닐까. 이 정도면 호상이네."라고는 했지만.... 주현은 토막 살해되었다. 아마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해서 악귀가 될 여지가 농후해서 우진은 능글맞게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그를 저승으로 인도하려고 하나보다. 누가 봐도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주현은 기억에는 남아 있지만 자신은 살해 당한게 맞고 이렇게 죽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야했다.


이 < 경계인 >이라는 책에서는 흥미롭게 저승과 이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내가 기억하는 저승사자는 그 옛날 "전설의 고향"에서나 보던 검은 갓에 검은 도폿자락을 걸친 다소 눈이 퀭했던 모습이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서 저승도 최첨단으로 바뀐것일까. 이 소설에서 저승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승이라고 하면 괜히 지옥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냥 죽은 사람들이 또 다른 세계를 형성하면 살아가는 그런 모습일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해준다.


뜻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한 주현은 우진의 도움으로 이승에 7일동안 머물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서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않는 이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그가 바로 흡혈귀인 성민이다. 그와 함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찾아야 한다.


주현이 자신의 죽음의 진실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때마다 정말로 세상이 이 이야기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곳에서도 억울한 죽음들이 많다. 이유도 범인도 모르는 그런 억울한 죽음들과 남겨진 가족들에게 주현이처럼 사건의 전말을 밝힐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수만 있다면.. 물론 죽음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 의해 어떤 이유에 의해, 게다가 범인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면 떠나는 입장에서도 편안하지 않을까.


다소 토막살인이라는 것은 좀 으스스한 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범인을 쫒는 7일간의 기록은 엄청 몰입하면서 읽었다. 이승을 떠나는 사람들의(물론 범죄에 얽히지 않은 이들) 마지막 여행처럼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할수 있게 주어지는 시간이나, 불법적인 것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재산들로 저승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나도 좋았다. 정말로 저승의 모습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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