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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의 세계사
올댓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참 유명했던 광고 카피다. 아무래도 침대는 우리가 잠을 청하며 피로를 회복해야 하는 가장 사적이고 편안한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던 문구가 아니였을까.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온 수천 년에 걸쳐 진화된 침대의 역사 이야기를 읽고보니, 참 흥미로운 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침대의 역사, 수면의 역사와 결혼과 성, 출산과 침대, 임종 침대, 침대 공유, 여행용 침대, 정치 무대로서의 침대, 프라이버시 개념과 침대, 그리고 미래의 침대의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침대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사후세계로 건너가는 핵심 연결고리였고,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유쾌한 사교장이었으며,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침대 시트에 싸인채 영국군을 지휘했다(p.7)고 한다. 그렇게 침대는 오픈된 공간에서 지금은 아주 깊숙한 사적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사실, 소제목만으로는 공감할 수 있는데, 내밀한 이야기로 들어가면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흥미있었던 내용중의 하나가 바로 옛 서양의 왕실의 침대 이야기이다. 침대는 필연적으로 왕의 상징이었고, 그곳에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아직 침대가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힘든 업무를 보다가도 쉬어야 하기도 했겠지만, 하지만 당시 침대에서 판결은 그다지 정의롭지 못했었나보다.17세기 말에 프랑스 작가이자 의사였던 베르나라 르 보비에 드 퐁트넬은 "정의의 침대에서 정의가 잠들었다"라고 썼다(p.237)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의가 발휘되어야 하는 곳에서는 잠들어 있으니 문제였구나. 게다가 대놓고 침대위에서 정의가 잠들었으니 말 다했다. 또한 황실의 결혼식에서도 침대는 중요한 역할을 했었는데, 1430년 필립 선공과 이사벨라의 결혼을 위해 제작된 혼인 침대는 길이가 5.79m이고 너비가 3.8m로 기네스북에도 실려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큰 장소였길래 침대가 저리 넓었을까. 뛰어다녀도 될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바닥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딱딱한 바닥이 몸에 무리가 있는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침대 생활을 한다. 그리고 내 침대는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그리고 나만의 휴식을 취할수 있는 아주 편안한 공간이다. 늘상 한켠에 자리잡고 있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새롭게 다가갈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