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고양이와 3650일 - 길고양이를 거둔 지도 10년이 되었다
조선희 지음 / 천수천안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마당이 넓은 집에 산다면 아마 나도 밥한그릇 내놓으며 그들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한테나 넙죽넙죽 발라당을 선뵈던 고양이가 있었다. 볼일이 급한지도 모르고, 노랑아~라고 부르면, 대답도 해야겠고, 볼일도 봐야했던 참 살가운 고양이인데, 1년째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누군가의 집고양이가 됐는지, 아니며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지 소식이라도 한번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끔씩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집은 마당도 없고, 아직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여건도 안되고, 그저 내가 해줄건 소복한 고봉밥을 주는 것뿐이다. 가끔씩 녀석들 좋아하는 참치캔이나 넉넉히 올려주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길가에 돌아다니던 개들도 몇녀석 있었는데,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도시여서 그런가. 하지만 여기서도 여지없이 고양이들을 보인다. 비교적 우리 동네는 고양이들에게 우호적인 느낌을 받긴 하지만 도시속의 그들의 길생활은 참으로 녹록치 않다. 어디에선가, 캣맘이라도 만나서 먹이 걱정을 조금 덜면 그네들도 여가생활을 즐길수도 있다고 했다.
이 책속 저자들과 함께하는 고양이들은 참 행복한 아이들이다. 그나마 때되면 밥도 챙겨주고, 때때로 생선도 챙겨주고 산으로 들로 뛰어놀러 다니는 고양이들이니 도시의 아이들보다 좀 행복하지 않을까. 아닌가... 가끔 길거리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을 보면 애잔하다... 아마도 사람을 보면 먼저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속에 꼬리를 번쩍 든 고양이군단을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마도 저자는 믿어도 되는 사람, 반가운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종종 고양이들이 다른 동물들을 학대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말 못하는 짐승한테 무슨짓인지.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그에 대한 댓가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또 휴대폰으로 한파주의보 소식이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더 추운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고양이들을 통 보지 못했다. 다만 꼭꼭 채워놓은 밥그릇이 빈 것으로만 어디서 잘 견디고 있나보다라는 생각만 할 뿐이다.
각자 마을에 흩어져 나름대로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찾아들어 밥 먹고 놀다라 저녁을 먹고 날이 저물면 각자 자기 처소로 돌아간다. 오늘밤도 무사히 잘 자고 고운 꿈꾸길.(p.343)
저자의 마음이 어떤건지 알겠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