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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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다. 그리고 그가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 4기 암환자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완치 목적이 아닌 생명 연장 목적의 함암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한다. 따라서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암이라고 하면 무조건 죽음에 이르는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만 일찍 발견된다면, 혹은 많은 의학의 발전으로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암이라는 병은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 삶이 영원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할 것인가.


이제는 하늘의 별이된 배우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암이여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었기에 더욱 좋았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앞으로의 예후를 볼때 어느정도 남으신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어떤 환자는 그동안 못해봤던 다 해보고 떠나야겠다는 이도 있지만 그저 10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선뜻 꺼내지 못하고 막연히 그런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과연 나는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금에서는 전자의 경우처럼 해보고 싶은 것을 하면서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당장 닥친다면 또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이고,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의 숙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인생의 숙제를 풀든 풀지 않든, 어떻게 풀든 결국 죽는 순간 그 결과는 자신이 안아드는 것일테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로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p.63)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기대여명이 1년여밖에 남지 않았던 환자의 결혼소식이었다. 저자는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자도 이를 알았고, 완치 목적의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고 한다. 둘은 결혼했고, 영원한 해피엔딩이 되지는 못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어떤 이는 끝이 예정되어 있기에 사랑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했고, 슬픈 결말을 알고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순간 그녀의 선택을 나의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저자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무슨 상관일까. 결국 당사자들이 결정하고 행하는 것이 아닐까. 슬픈결말도 그들이 선택한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요즘 우리들은 남의 일들에 대해서 조언이라고 왈가왈부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어찌보면 무례한 행동일 것이다.


예전에 어떤 사건을 보면 그저 안타깝기만 했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났던 그때는 뉴스조차 맘대로 보지 못했다. 마침 그때 딸아이가 당시 아이들과 서너살 아래였을뿐이다. 마치 내가 당한 일처럼 눈물부터 나와 도저히 뉴스를 볼 수 없었다. 실제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그 심정을 알지 못한다. 혹은 나이가 들어감에 느끼는 감정들이 틀려진다. 실제로 경험한 일은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들이 한걸음 더 다가와 맘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이제는 결코 먼시간들이 아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제목처럼 어떤 죽음이 내게 던진 말들을 오늘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만 같다. 결코 나의 삶을 낭비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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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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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핑 더 벨벳 >은 세라 워터스의 데뷔작이기도 하면서 빅토리아 3부작의 첫 서막을 여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 끌림 >, < 핑거스미스>로 이어진다. 특히나 < 핑거스미스 >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이라고 한다. 원래 영화가 나올때 원작이라고 해서 먼저 < 핑거 스미스 >를 읽어봤었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지 이야기 자체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 핑거스미스 >에 비해 이 < 티핑 더 벨벳 >의 이야기의 흐름은 큰 반전이랄 것은 없지만 낸시의 삶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험난하기만 하다.


제목 " 티핑 더 벨벳 "은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로 여성의 성기를 입술이나 혀로 자극하는 행위를 의미한다.(p.536) 제목에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작가는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구상하고 1ㅣ988년 발표해 메티 트래스크상과 람다 문학상을 받았다.


바닷가 마을에서 굴식당에서 일하던 열여덟의 낸시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남장 여자인 키티를 만나면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평범했던 낸시는 키티를 사랑함을 느꼈고, 그녀와 함께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그녀의 인생은 키티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와 함께 남장 여자 가수로 데뷔를 하고 승승장구를 하면서 낸시는 행복이 계속될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남들에게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픈 키티는 매니저와의 결혼을 결정하고, 낸시와의 팀은 해체하고 매니저인 윌터와 새 팀을 꾸리려 한다. 가족보다도 소중했던 키티의 배신으로 낸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키티만을 믿고 런던으로 왔던 낸시에게 그녀의 배신은 정말로 극복하기 힘든 일이었다. 낸시의 나이가 그리 적은것은 아니지만 내 나이가 많아지고 나니, 20살 초반의 그녀가 너무나도 여리고 그냥 인생을 강물 흘러가듯이 버려두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낸시의 회고록 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키티의 삶은 어떤지 잘은 모르지만, 그녀의 삶도 결코 순탄하지 않기만을 바란다면 내가 너무나도 나쁜 것일까.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드는 의문점은 이 시대에 동성애자들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성소수자에 대한 나의 의견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난히 그리 많아 보이는 것은 아마도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아니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봤다. 여중, 여고를 다니던 시절, 보이시한 선배에게 열광하던 것을 보면 어쩜 그녀들도 억압되었던 시대탓도 무시는 못할 것 같다.


작가는 이 시대의 후속작을 쓰게 된다면 그것은 키티의 이야기일 것 같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도대체 왜, 그녀는 어떤 생각으로 낸시를 배신하게 되었으며 낸시가 떠난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낸시 입장에서 글을 읽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키티가 비겁한 변명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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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동물
황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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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작가님 새 이야기 완전 궁금합니다.. 이번엔 사회파SF 미스터리라고 하던데 엄청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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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3650일 - 길고양이를 거둔 지도 10년이 되었다
조선희 지음 / 천수천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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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넓은 집에 산다면 아마 나도 밥한그릇 내놓으며 그들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한테나 넙죽넙죽 발라당을 선뵈던 고양이가 있었다. 볼일이 급한지도 모르고, 노랑아~라고 부르면, 대답도 해야겠고, 볼일도 봐야했던 참 살가운 고양이인데, 1년째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누군가의 집고양이가 됐는지, 아니며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지 소식이라도 한번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끔씩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집은 마당도 없고, 아직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여건도 안되고, 그저 내가 해줄건 소복한 고봉밥을 주는 것뿐이다. 가끔씩 녀석들 좋아하는 참치캔이나 넉넉히 올려주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길가에 돌아다니던 개들도 몇녀석 있었는데,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도시여서 그런가. 하지만 여기서도 여지없이 고양이들을 보인다. 비교적 우리 동네는 고양이들에게 우호적인 느낌을 받긴 하지만 도시속의 그들의 길생활은 참으로 녹록치 않다. 어디에선가, 캣맘이라도 만나서 먹이 걱정을 조금 덜면 그네들도 여가생활을 즐길수도 있다고 했다.

이 책속 저자들과 함께하는 고양이들은 참 행복한 아이들이다. 그나마 때되면 밥도 챙겨주고, 때때로 생선도 챙겨주고 산으로 들로 뛰어놀러 다니는 고양이들이니 도시의 아이들보다 좀 행복하지 않을까. 아닌가... 가끔 길거리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을 보면 애잔하다... 아마도 사람을 보면 먼저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속에 꼬리를 번쩍 든 고양이군단을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마도 저자는 믿어도 되는 사람, 반가운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종종 고양이들이 다른 동물들을 학대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말 못하는 짐승한테 무슨짓인지.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그에 대한 댓가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또 휴대폰으로 한파주의보 소식이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더 추운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고양이들을 통 보지 못했다. 다만 꼭꼭 채워놓은 밥그릇이 빈 것으로만 어디서 잘 견디고 있나보다라는 생각만 할 뿐이다.

각자 마을에 흩어져 나름대로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찾아들어 밥 먹고 놀다라 저녁을 먹고 날이 저물면 각자 자기 처소로 돌아간다. 오늘밤도 무사히 잘 자고 고운 꿈꾸길.(p.343)

저자의 마음이 어떤건지 알겠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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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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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었을 때부터 무척 궁금한 책이었는데, 아마도 나처럼 궁금했던 사람들이 많았었나보다. 도서관에서도 예약하느라 매우 힘들었고,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려서 책을 만날수 있었다. 청소라는 것이 그리 특별난 것이 아니지만,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라는 문구가 참으로 궁금했던것 같다. 사실 이런 직종이 있는 것은 예전 좋아했던 CSI 미국드라마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사건현장 조사가 끝나면 청소업체에서 뒷마무리를 한다는 것을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들은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사건은 일어날텐데, 경찰조사가 끝나면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남은 가족들의 몫인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족으로서도 어쩌면 힘든 일일테다.

1장의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라는 이야기를 보면..스스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발견이 늦어서, 그리고 이웃들의 신고에 의해서 알게되는 곳. 그들도 어떤 사연들이 있을 텐데, 어찌 나는 홀로 삶을 마감했을 그들 생각이 아니라, 집 소유의 사람들, 이웃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어쩜 아직 나는 그리 성숙하지 못했던 탓이 아닐까라는 반성을 하면서도 훗날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될때는 병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내 유품을 정리하는 가족들은 슬프겠지만 많은 다른 이들에게 폐는 안끼치지 않을까라는 좁은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인생사 모르는 일 아닐까.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죽음까지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을까. 작년에 읽었던 <작열>이라는 책에서 주인공이 자살을 결심했을 때, 함께 자살하고자 했던 이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죽고난 다음의 모습들이 혹여 나중에 발견되서 수습해주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먹는것도 삼가하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가급적 손쉽게 수습할 수 있도록 애를 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죽음 뒤에 모습들도 책임져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게된다. 너무나도 나는 야박한 사람인가. 오죽하면 삶을 포기하려는 그들의 남은 뒷자리를 생각해주지 못하는것 같기도 하니 말이다.

특별한 직업.. 분명 저자의 직업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죽음과 함께 또 다른 삶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것 같다. 그래서, 이 회사의 블로그에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특수 청소 서비스"라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우리는 그동안 삶이라는 눈 앞에 펼쳐진 방향만을 보고 걷느라 등짝까지 살펴볼 기회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p.249) 그렇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번도 내가 떠난 자리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나를 일깨워준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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