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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며, 이 소설 < 우주를 삼킨 소년 >은 자전적 경험을 담은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생동감이 있었을까. 이 소설은 거친 삶 속에 놓여진 열 두살 엘리 벨의 성장 소설이다. 언젠가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놀랄정도로 빨리 적응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엘리와 형 오거스트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의 나이이다. 내 딸아이의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마냥 어린것만 같은 나이이지만, 소설속 엘리에게는 어리게만 보이지는 않기도 하다. 아이들은 항상 어른들의 울타리에서 걱정 없이 컸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현실이나 소설속이나, 물론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긴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내심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보면 띠지의 " 2021년 우리는 '엘리'와 한 번 더 성장할 것이다.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제제'와 그랬든!"이라는 말을 엘리가 제제와 닮았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다. 그래서, 읽어나가면서 제제보다는 엘리는 < 자기 앞의 생 >의 모모와 닮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나는 제제 이야기를 보면서 성장했고, 모모 이야기를 성장했고, 또 역시나 그렇듯 엘리를 보면서도 성장한 것 같다.
말을 잊은듯 허공에 글씨는 쓰는 형 오거스트, 마약에 빠진 엄마,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했던 장본인, 하지만 다시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던 새아빠 라일, 전설의 탈옥왕인 베이비시터인 슬림 할아버지. 그리고 책읽고 술 마시는 것밖에 없는 아빠. 어느날, 라일이 다른 마약 조직과 거래한 것을 알게된 보스인 타이터스가 엘리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라일은 그들에게 끌려갔고, 엄마는 마약거래 혐의로 수감되고, 엘리는 검지를 잘리게 되는 일이 생겼다. 형 오거스트는 친부인 로버트에게 보내진 것을 안 엘리는 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예요?"(p.223)
엘리는 곧잘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p.224)
그럼, 엘리 나는 좋은 사람일까.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새아빠 라일은 좋은 사람인지, 아빠는 좋은 사람인지? 참 어렵고도 힘든 질문이다. 나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일테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이지 않을까.
"난 좋은 사람이야." 슬림 할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면도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지(p.223)
엘리에 대한 답은 일찌감치 슬림 할아버지가 내어준게 아닐까. 정말로 이 소설을 읽으면 엘리와 함께 또 성장을 하는것만 같다. 제제와 모모와 함께 할때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제발 그러지말자...라는 안타까운 맘이 있었지만, 엘리는 어쩐지 든든한 생각이 든다. 670여페이지나 되서 움찔했지만 한 번 잡으면 놓을수가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