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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거침없는 총격이 시작되었다. 리디아는 아들 루카를 안고 샤워실에 숨었다. 혹시 숨소리라도 들릴세라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리디아의 가족은 몰살당했다. 루카와 리디아 단 둘만을 남겨두고 말이다. 행복했던 가족 모임이 한순간에 이 모자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아마도 며칠 전 남편이 썼던 기사때문에 마약조직 우두머리의 심기를 건드린것 같다. 그 우두머리는 리디아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루카를 살리기 위해선 떠나야 한다. 무조건 멀리, 삶의 터전이 있던 이 곳에서 멀리 떠나야 한다. 리디아는 자신의 집에 들르지도 못한채 엄마집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 싸늘하게 식은 가족들을 뒤로 한채 서둘러 길을 떠난다.
이 소설은 리디아와 루카의 멕시코를 탈출하는 기나긴 여정을 보여준다. 그저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긴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우리나라에서도 난민에 대해서 꽤 문제가 많았었다. 그런데... 사실 잘 모르겠다. 난민이 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 어쩌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 시대나, 한국전쟁 당시 외국으로 갔던 우리 국민들도 난민이지 않았을까. 지금과 그때의 난민은 다른가. 북한을 탈출해서 오는 그들도 난민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난민에 대해서 논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나도 얕다. 역시 소설을 읽다가도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은 그냥 난민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들의 사연이 너무나도 절박하다. 그리고 그 처절한 여정에서 만남 두 자매 솔레다드와 레베카. 두 자매의 이야기를 보는 순간 이 세상 어디에서도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또 얼마나 가여운지 느낄수 있었다. 그냥 이 어린 두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가끔 가다가 우리나라의 교통이나 치안문제 같은 것들이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인듯 했다. 아니면 내겐 아직 그렇게 아픈 기억이 없어서일까?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들이 한번씩 책에서 손을 떼고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그리고 리디아가 알게된 새로운 사실까지...
잔혹했던 현실이고, 부정하고픈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어딘가에 분명 오직 살기 위해서 달리는 기차 지붕위로 뛰어내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꼭 원하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