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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동물
황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한나는 국경 수비대원이다. 과거 학교 총기사건의 피해자였고, 트라우마 치료시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었다. 딸 러너는 한나가 임신중 마약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탯줄을 끊자마자 신생아 마약 금단증세를 보였으며 오래 살지 못할꺼라는 말과는 달리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러너와 살기 위해서 그녀는 군대에 입대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러너와 외식을 하러 나간사이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자신을 음해하려던 상관을 피해 러너와 한국으로 탈출하게 된다.
부모님과 동생이 있는 흰섬. 그녀가 있던 엘파소와는 달리 평화로운 이곳에 가운데 갑작스럽게 마약중독자 재활센터에서 원인모를 이유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감염자와 비감염자와의 대치속에 한나는 간염자를 죽이는 것에 반대하며 그들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대구지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던때가 생각이 났다. 대구지역을 봉쇄한다느니 루머가 돌기도 했고, 가족들이 걱정돼서 대구지역 외로 이동했다가 확진되면 비난을 쏟아부었다. 여기 나오는 마약좀비만큼 급속도로 그리고 당장에 생명에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집단 이기심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한나처럼 감염자들을 가두었다가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과연 내 가족에게 거침없이 총구를 겨눌수 있는 것일까. 정말로 더이상의 피해를 막겠다고 봉쇄여부를 국민투표로 정한다면 나는 과연 어느곳에 투표할수 있을까.
이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문상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모였는데, 한 친구가 코로나에 걸렸고, 우연찮게 저자만이 코로나에 확진을 받았다. 치료를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때 그에게 코로나보다 더 무섭고 두려웠던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자신이 복귀하면 휴직하겠다는 동료부터, 아직은 재택근무가 나을것 같다는 회사측과. 결국 그는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선착장에 모여 하염없이 먼 바다를 지켜보던 좀비로 변한 사람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차별 비감염자를 공격하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구조해달라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니었을지. 그래서 누군가 구조를 하러 오라고 그렇게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속에서는 이를 이용하는 검은속내를 가진 이들도 보인다.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케케묵은 비리들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을 갖는 건, 주저앉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가는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사람은 손에 쥔 것에 의해 지배받지. 그러니 당신은 아름다운 것을 손에 쥐기 바라.(p.334)
부디 아름다운 것을 손에 쥔 사람들이 이겨나가는 세상이 되길. 그런 사람들만이 살아남길 간절히 바래본다.
아름다운 것을 손에 쥐고 나는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