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의 나무들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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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인 장수정님 2013년부터 2018년에 걸쳐 매달 한 편씩 신문에 기고했던 숲 에세이들을 모아 책을 내셨다. 숲해설가라는 말을 읽으니 예전에 몇번인가 갔었던 휴양림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코로나로 이래저래 불편한 상황에서 휴양림에 가서 뭔가 상쾌한 나무냄새들을 맡으면 좋으련만 말이다. 저자가 아무래도 숲해설가이면서 에세이마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 어디선가 상쾌한 숲향기를 맡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아는 곳이 나오면 참 반갑고 가만히 그곳이 내게는 어땠나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이 책을 읽다가 아는 곳이 한군데 나왔다. 『그의 불륜한 애인들』이라는 글속 '중랑천을 달리던 중'에서 아~ 바로 거기라고 알아차렸다. 나도 늘상 출퇴근 길을 통해서 오가던 길이었으니 말이다. 어린시절 이 중랑천길은 내 기억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 풀들이 엄청나게 큰키를 자랑했었고, 냄새도 좀 심하게 났었던, 개천이라는 말은 그때는 더러운 물이 흐르는 뜻인줄 알았으니 말이다. 풀들이 우거져서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몰래, 친구들과 놀러 가기도 했던 곳인고, 개천물에 발이 빠지고선 이젠 썩게 되는구나 생각해서 울고 말았던 그 추억이 있던 길에 지금은 30년이 가까이 되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있으니 말이다. 물론 처음에 길이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개통구간을 늘여서 한강의 강변북로에 진입하게 만든다. 물론 이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피란길처럼 정체구간이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리 자주 차를 갖고 다니지는 않치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차문을 열고 운전을 하게 되면 계절따라 녹음이 우거지다가 또 황량해지다가 그런 모습을 보곤 했는데, 요즘엔 길을 늘린다고 공사가 한창이고 가끔 지날때마다 바뀐 모습에 그 전에 봤던 풀들은 어디로 갔는데 도무지 찾을수가 없는 곳도 있다. 그래도 예전에 발이 썩어 없어질까 두려웠던 그 물에는 이름 모를 새들도 날아오곤 한다.

이 수필집을 읽으면 내가 가봤었던 이름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숲들이 생각난다. 아침고요수목원 근처의 어느 펜션, 제주의 또 어떤 숲, 설악산 어느 산장에선가 눈뜬 새벽의 아침같은... 그동안은 어쩜 그런 숲을 그리고 나무를 잊고 살았던 것만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숲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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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난임이다 - 난임은 희망의 메시지, 개정판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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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난임으로 진단받은 대상자는 여성 16만 명, 남성 8만 2천명으로, 2004년 기준으로 할 때 그동안 여성은 1.5배 증가한 반면, 남성도 3.7배 증가하였다.(p.10~11)라고 말한다. 사실, 난임인 여성이 원래부터 많은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중에서 함께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은 탓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여성이 병원을 찾은뒤에 그 다음에 남성들이 마지못해 찾기 때문에 아마도 난임인 남성의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만혼도 많아지고 있고, 여성들도 적극 사회생활을 하고, 또한 저자처럼 아이 갖는 것을 미루는 부부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불임이라고 단정 짓는 것보다 난임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나은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갖게되는 과정까지 숱한 검사와 도전과 그리고 실패했을때의 좌절까지 견뎌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스란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정말로 힘든 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임신을 했다는 것을 말하는 그런 책은 아니다. 불임이라는 말이 난임이라는 말로 바뀌듯 난임이라는 말도 어쩌면 이제 사라질지 모르겠다. 많은 난임 부부들이 자녀를 출산하고도 그 과정이 힘이 들고 돌아보기 힘들어서 말을 아끼지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이 난임 커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처음부터 시험관 아기를 권하던 의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좀 미뤘던 것에 관한 실수도 밝힌다. 조급한 마음에 혹은 자연임신이 되지 않을까 했던 기대때문에 괜한 조바심으로 시간을 보낸던 것이 아니었나도 싶었고, 그저 스케쥴만 맞추려고 의사를 선택하는 것보다 자신과 의사와의 유대관계의 중요성도 피력하고 있다.


가끔 아동학대 사건이나 방임 및 유기 사건이 벌어지면 정말로 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태어나면 좋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간절이 원하던 사람들이라면 함부로 아이들을 다루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을 정리하다가 최초의 시험관 아이로 태어난 이를 찾아봤다. 그녀는 1978년 영국에서 태어난 여성이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단지 태어남에 있어, 과학의 힘을 조금 필요로 했을 뿐입니다." 맞다, 발전된 과학의 힘을 조금 받은들 어떠랴. 모두들 평범하고 소중한 아이들인데 말이다. 이제 '난임'이라는 장벽을 허물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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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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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몽블랑 도서

정수리가 햇볕에 뜨거워질 때까지 인사는 이어졌고, 결국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버렸다. 우리는 물이 돼버린 아이스크림을 들고 털레털레 동리 쪽으로 걸었다. 복자가 다시 얼리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p.25)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다시 얼리면 얼마든지 먹을수 있다는 복자의 말은 아마도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작가의 메세지를 가장 잘 설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가죽 도매상을 했던 부모님의 부도로 인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데라는 말만 안들었어도 비참해 보이질 않을텐데. 그런데 영초롱은 나하고는 다른것 같다. 어린 나이지만 서울에 남고 싶어 부모님에게 제안서를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직도 흔하게 남아있는 여성이라는 그리고 약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어차피 부모가 데리고 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이유라도 대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힐수 있는 이야기를 했을까. 물론 줄곧 도시에서만 살았던 내 입장 그리고 내 나이가 되서야 보면 제주도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야 하는 기회라는걸 얻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알겠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13살에게는 마치 내쳐지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나마 복자에게만 마음을 열었던 영초롱은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인해 둘의 사이가 소원해져 버리게 된다.

 

판사가 된 영초롱은 거침없는 말투로 제주로 징계성 인사이동을 받게 된다. 중립을 지키는 입장에서 참 거침없는 말투겠지만, 정말로 답답함 상황이다. 나라면 더욱 심한 욕을 해댔을지도 모르겠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평등했던 법이라면 이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분에 못이겨 억울한 사람을 제외하고라도 정말로 순수하게 억울한 사람이 많은걸 보면 법은 아무래도 평등치 않은것만 같다. 어쨌든 다시 돌아온 제주도. 그곳에서 영초롱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다시 만나게 된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다(p.243)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 속에서는 크고 작은 실패(좌절, 어려움,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들이 나온다. 어린날의 실패든, 어른이 되고 난 후의 좌절이든 간에 그것 자체가 내 삶을 부정하는 그런 일이 되지는 말아야 할것만 같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다시 얼리면 먹을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실패는 다시 극복하면 더 나은 성공을 가져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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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 더 비기닝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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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김재희 작가님 신작이네요^^ 경성탐정이상 보고 완전 팬되었어요^^ 새로운 이야기 완전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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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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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뉴욕,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당신이 아버지에게 어떤 분이었는지 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안젤라의 편지. 89세 노인이 된 비비안은 1940년 여름 19살이던 시절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이 무르익던 그해, 모든 과목에서 낙제하자 학교에서 쫓겨나자 부모님은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페그 고모에게 보내버렸다. 하지만 집에서보다도 뉴욕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더 빛이 나는 것만 같다. 89살의 비비안이 회고록 형태의 편지로 이어나가는 이야기에는 막 도시에 눈을 뜬 설레임이 전해져 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20살 대학생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졌다. 비비안처럼 그리 자유롭지도 그리 독립적이지도 않았으면서도 젊은날이 왜 떠오른건지. "젊음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은 오직 낭비하는 것뿐"이라는 말에 걸맞게 질주하던 비비안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게 된다.


이 소설은 또 다른 여성으로서의 성장 소설같다. 열아홉 세상에 내던져진 이제 막 어른이 된 그녀는 그저 방탕하고 예뻐보이기만을 목표로 삼았던 것 같았지만, 또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그날의 기억들이 결코 무모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철없어 보이고 무모해 보일지라도 한번쯤은 겪게 되는 과도기적인 그런 시절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내가 돌아보는 내 젊은 시절과 또 비비안의 나이가 되어서 되돌아보는 그때의 감정들은 어떨까.


이 책을 저자의 전작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화제작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그 전작을 영화로도 책으로도 즐기기 못했다. 이 <시티 오브 걸스>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긴 했다고 하지만 이 책의 필력으로 볼때, 다른 책도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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