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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몽실북클럽 몽블랑 도서
정수리가 햇볕에 뜨거워질 때까지 인사는 이어졌고, 결국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버렸다. 우리는 물이 돼버린 아이스크림을 들고 털레털레 동리 쪽으로 걸었다. 복자가 다시 얼리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p.25)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다시 얼리면 얼마든지 먹을수 있다는 복자의 말은 아마도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작가의 메세지를 가장 잘 설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가죽 도매상을 했던 부모님의 부도로 인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데라는 말만 안들었어도 비참해 보이질 않을텐데. 그런데 영초롱은 나하고는 다른것 같다. 어린 나이지만 서울에 남고 싶어 부모님에게 제안서를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직도 흔하게 남아있는 여성이라는 그리고 약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어차피 부모가 데리고 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이유라도 대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힐수 있는 이야기를 했을까. 물론 줄곧 도시에서만 살았던 내 입장 그리고 내 나이가 되서야 보면 제주도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야 하는 기회라는걸 얻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알겠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13살에게는 마치 내쳐지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나마 복자에게만 마음을 열었던 영초롱은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인해 둘의 사이가 소원해져 버리게 된다.
판사가 된 영초롱은 거침없는 말투로 제주로 징계성 인사이동을 받게 된다. 중립을 지키는 입장에서 참 거침없는 말투겠지만, 정말로 답답함 상황이다. 나라면 더욱 심한 욕을 해댔을지도 모르겠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평등했던 법이라면 이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분에 못이겨 억울한 사람을 제외하고라도 정말로 순수하게 억울한 사람이 많은걸 보면 법은 아무래도 평등치 않은것만 같다. 어쨌든 다시 돌아온 제주도. 그곳에서 영초롱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다시 만나게 된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다(p.243)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 속에서는 크고 작은 실패(좌절, 어려움,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들이 나온다. 어린날의 실패든, 어른이 되고 난 후의 좌절이든 간에 그것 자체가 내 삶을 부정하는 그런 일이 되지는 말아야 할것만 같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다시 얼리면 먹을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실패는 다시 극복하면 더 나은 성공을 가져올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