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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
아야세 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저자는 한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놀랄 만한 이야기, 그러나 이면에서는 극히 현실적인 주제를 탐구하여 내면의 변화와 확장을 유도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언급했다.(출판사 서평 中)
그래서인지, 살짝 놀랍기도 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담겨있다. 『치자나무』, 『꽃벌레』, 『사랑의 스커트』, 『짐승들』, 『얇은 천』, 『가지와 여주』, 『산의 동창회』의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첫번째 이야기인 『치자나무』는 무심결에 읽다가 깜짝 놀랐다. '나'는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열여덟 살의 배우 지망생이었고, 아쓰타 씨는 스폰서 기업 중 한 곳의 사장이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을 불륜으로 지내오다가 이제는 못 만날것 같다고 말하며 헤어지자고 한다. 참... 이게 뭔 경우람.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아내는 사랑한다는...결국엔 이렇게 끝이 나는 이야기다. 평생 먹고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쓰타는 무엇이라도 받아달라고 한다. "그럼 팔을 줘요(p.11)" 뭐래? 어떻게 팔을 준담 하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긴 순간 아쓰다 씨는 다른 한 손으로 힘을 잃은 왼쪽 팔을 붙잡아 가볍게 돌려서 피부를 쭈욱 찢으며 신중하게 떼어냈다.(p.12) 정말로 독자들을 놀라게 하고자 의도했다면, 여기 독자 한명은 정말로 놀랐으니 작가의 뜻대로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산의 동창회』도 꽤 독특했다. 살짝 SF같은 스타일이라고 할까. "동창 중에서 아직 한 번도 알을 낳지 않은 건 니우라까지 세명이래."(p.227) 세번의 산란을 끝낸 여자는 대부분 기운이 다해서 숨이 끊어진다고 한다.(p.228) 참 사람에게는 익숙치 않은 용어들이 나온다. 알, 산란, 발정.. 니우라는 친구들의 삶과 죽음을 목격하며 긴긴 겨울이 끝나고 나서는 "아주 오래 산 사람"으로 불리게 된다. 글쎄,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전의 영화 < 워터 월드 >도 생각이 났고, 지금처럼 코로나도 지속되고, 계속 병들어 가는 지구에서 훗날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변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뭔가 평범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소설들인것만 같다.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전작은 이번과는 다르게 리얼리티가 강한 소설을 써왔다고 하는데 그 또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