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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아주 오래전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었다. 읽고 말미에는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게 벌써 10년이 조금 넘게 흘렀다. 그 책을 읽을 때는 내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많은 모습이 달라졌다. 엄마는 정기적으로 큰 병원을 다니게 되었고, 엄마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고,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참으로 힘들었고, 딸아이는 또 훌쩍 커버렸다. 그렇게 시간은 나를 이 자리로 데리고 왔다.
저자의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지난해 '매거진 창비'에서 6개월간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수정, 보완하여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여동생을 따라 나서자 J시의 오래된 집에는 아버지 홀로 남게 되었다. 몇년전 사고로 딸을 잃은 헌은 크게 상실을 겪고 있는바 가족들의 일에는 무덤덤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울었다는 말을 듣고는 엄마가 없는 동안 아버지 곁에 가있어야 겠다는 마음 먹고 아버지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생활하면서 수시로 울던 아버지, 느닷없이 밤에 없어지면 가슴을 쓸어가며 이곳저곳 아버지를 찾아가며 곳곳에 얽힌 아버지의 모습 속으로 빠져들게끔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10여년전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읽을 때, 이 이야기도 함께 읽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쩌면 그때도 이 소설을 보면서 울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직은 잘 몰라서, 그냥 꽤 슬프겠지라는 감정만 솟아 올랐을것 같다. 하지만 몇년전 엄마의 병을 받아들이면서 나는 참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딸아이도 내 나이가 되었을때 이런 감정들을 받아들이면서 참으로 많이 힘이 들겠구나라는 생각들을 말이다. 이 소설은 읽는 독자의 입장에 따라 참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인것 같다.
근데, 이 소설 마치 작가의 자전적 소설 같다. 작중 '헌'이 스물두살때 '겨울 우화'라는 글로 문예....라고 하는 곳에서 등단을 했다고 했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니 '헌'과 꼭 닮았다. 그냥 휘리릭 넘긴 작가의 말에 언급이 되었었나? 아니면 운좋게 내가 알아차린 걸까. 다시 내용들을 리셋하고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읽혀지지 않을가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