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고래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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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몽실북클럽 3월 스토킹 도서

"하얗게 얼어붙은 바다에 잠겨 있는 고래를 본 적이 있는가?(p.11)"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 실제로 그렇게 얼음속에 갇힌 고래가 있는지 궁금하다. 얼음속에 갇힌 고래. 막대한 비용을 들어 구출을 시도했지만 살릴수 가 없었다. 괴롭게 숨 쉬던 고래가 한마디 또 한마리 가라 앉는 모습이 안타깝다라는 뉴스. 지금 저기에 있는 생명이 내일이 되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현실은 아마도 주인공 아시자와 리호코가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짐작하게 된다.


'도라에몽'을 좋아하던 사진작가 아버지는 암에 걸려 가족들에게 부담주기 싫다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그 사이 리호코의 엄마도 암에 걸려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도라에몽'을 보지 않아서 각 챕터에 붙은 요술문이나 불쌍해지는 메달, 만약에 상자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여기 등장인물들은 '도라에몽'과 하나로 연결이 된다.


리호코가 겪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암담하다. 그래도 나름 씩씩하게 지내고자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어린 고등학생이다 보니, 불안해 보이는 모습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 선배인 벳쇼가 자신의 사진 모델을 제안한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차츰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게 된다. 게다가 자신과의 관계를 비밀에 부치며 공개적인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전 남자친구의 스토커적인 집착으로 자꾸만 상황은 악화되가기만 한다.


그동안의 츠지무라 작품에서 느꼈듯이 이 작품도 마지막에서 끈을 쫘악 옭아매듯 모든 상황을 정리시켜주는 힘이 꽤 대단하다.(나의 표현력 미안) 그녀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더욱더 치밀해져서 의심스러웠던 부분의 간극을 빈틈없이 메꾸어 나가기 때문에 나는 츠지무라의 이야기가 좋은 것 같다. 꽤 제목에 이끌렸던 작품이었는데, 오도 가도 못하던 고래의 이야기가 참 마음 아팠는데, 그래도 이 이야기는 얼음고래와 같은 결말이 아니어서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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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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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었다. 읽고 말미에는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게 벌써 10년이 조금 넘게 흘렀다. 그 책을 읽을 때는 내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많은 모습이 달라졌다. 엄마는 정기적으로 큰 병원을 다니게 되었고, 엄마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고,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참으로 힘들었고, 딸아이는 또 훌쩍 커버렸다. 그렇게 시간은 나를 이 자리로 데리고 왔다.


저자의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지난해 '매거진 창비'에서 6개월간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수정, 보완하여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여동생을 따라 나서자 J시의 오래된 집에는 아버지 홀로 남게 되었다. 몇년전 사고로 딸을 잃은 헌은 크게 상실을 겪고 있는바 가족들의 일에는 무덤덤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울었다는 말을 듣고는 엄마가 없는 동안 아버지 곁에 가있어야 겠다는 마음 먹고 아버지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생활하면서 수시로 울던 아버지, 느닷없이 밤에 없어지면 가슴을 쓸어가며 이곳저곳 아버지를 찾아가며 곳곳에 얽힌 아버지의 모습 속으로 빠져들게끔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10여년전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읽을 때, 이 이야기도 함께 읽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쩌면 그때도 이 소설을 보면서 울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직은 잘 몰라서, 그냥 꽤 슬프겠지라는 감정만 솟아 올랐을것 같다. 하지만 몇년전 엄마의 병을 받아들이면서 나는 참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딸아이도 내 나이가 되었을때 이런 감정들을 받아들이면서 참으로 많이 힘이 들겠구나라는 생각들을 말이다. 이 소설은 읽는 독자의 입장에 따라 참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인것 같다.


근데, 이 소설 마치 작가의 자전적 소설 같다. 작중 '헌'이 스물두살때 '겨울 우화'라는 글로 문예....라고 하는 곳에서 등단을 했다고 했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니 '헌'과 꼭 닮았다. 그냥 휘리릭 넘긴 작가의 말에 언급이 되었었나? 아니면 운좋게 내가 알아차린 걸까. 다시 내용들을 리셋하고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읽혀지지 않을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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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강펀치 안전가옥 쇼-트 7
설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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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서 제일 기분이 좋았던 점은 우선 작고 가벼웠다는 것이다. 항상 가방에 책을 넣어 가지고 다녀서, 가방끈을 끊어먹은게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딱 좋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주로 지하철에서 읽는 내게 책을 들고 읽으면 손목에 무리가 가기 일쑤인데, 이 책은 그런면에서 엄지 척!!을 들수 밖에 없다.


리뷰를 쓰면서 작고 가벼운것만 언급하다니, 재미는 별로인가보다 하면 절대 금물! 나는 원래 단편에 매우 약한편인데 이 책에는 세편의 단편이 들어 있다. 첫편을 읽어 보고, "오호라~ 재밌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니, 내게는 정말로 안성맞춤인 책이 아니겠는가. 책일 읽을때 분량이 많은게 부담이라는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이 책에는 『사뭇 강펀치』, 『그녀가 말하길』, 『앙금』, 이렇게 세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뭇 강펀치』는 스포츠계의 어두운 단면에 굴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한 열 여섯살의 현진의 이야기를 다룬다. 폭력과 비리를 일삼던 감독에게 강펀치를 날리는 현진. 요즘 터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실제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접어버린 많은 선수들이 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죽음으로 실상이 밝혀지기를 고대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기도 했지만 스리슬쩍 묻혀 버리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부모님을 등에 업은 동료 선수와 그에 동조하는 감독으로 인해 자신의 체급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지만 체급을 낮춰 출전하며 무리한 감량과 혹독한 폭력에 노출된 현진은 신문사에 제보했지만 의도치 않게 궁지에 몰리게 된다. 현진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그녀의 선수생활에 빨간불이 켜지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로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까 실망하게 될즈음 현진은 모두에게 강펀치를 날리게 된다.


나머지 이야기들의 주인공들도 현진과 다를게 없다. 자신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그에 맞서 싸워나가는 모습들을 볼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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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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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이면... 글쎄 아직 내가 그때는 어려서(?) 음악에 대한 것은 잘 몰랐나. 지금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즈음은 테이프로만 들었던 것 같다. 엘피판은 내겐 너무 비싸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턴테이블은 거실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차지하기 쉽지 않았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대학생이 되어 시디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집에서 턴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어서 한동안 엘피판을 들었었다. 큰 차이는 잘 몰랐지만, 아무래도 시디보다는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었다는 기억은 있다. 지금은 글쎄, 엘피판을 구할수는 있을까..


프랭크는 유니티스트리트에 음반가게를 운영한다. 그는 엘피판만을 고집한다. 세월이 변해감에 따라 음반사 영업사원들이 시디를 권하지만 프랭크는 거절한다. 프랭크는 음악에 조회가 매우 깊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어울릴만한 그리고 짧은 구절만 알고 있어도 어떤 음악인지 정확하게 찾아준다. 그래서 먼길을 마다않고 찾아오느느 사람들도 있다. 어느날, 프랭크의 음반 가게 앞에 녹색 코트를 입은 여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이웃들과 그녀를 가게 안으로 옮긴다. 잠시 후 그녀는 정신이 들지만 서둘러 사라지고 만다.


프랭크는 자꾸 그녀가 생각나며 다시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거짓말처럼 그녀가 다시 찾아오게 된다. 첫사랑과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끌리지만 다가가지 못했던 프랭크는 과연 사랑을 이룰수 있을까.


유니티스트리트는 새로운 개발을 위해 개발회사가 높은 가격에 가게를 팔라고 종용한다.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산업들과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꼭 새로운 것이 좋은것 만은 아닌데 말이다. 요즘 우리 동네에도 여기저기 조금만 부지가 있다면 아파트에 오피스텔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내가 사는 이곳으로 처음 이사올 때는 왠지 모르게 시골로 이사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솟아오른 건물들 투성이다. 도시의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이 세련되 보이지만 한편으로 옛모습이 그립기도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가끔씩 엘피판이 탁탁 튀면서 사과하는 디제이의 정겹던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하다. 프랭크는 자신의 신조를 지킬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을 이룰수 있을까. 잔잔하면서도 추억에 젖어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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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 부티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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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3월 스토킹 도서

정말로 강지영 작가는 예측불허이다. 이번에 5개월에 걸쳐 이웃들과 함께 강지영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또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를 보여주면서 남다른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이 책은 미스터리와 기묘한 로맨스, 그리고 흥미진진한 액션 수사물이 한껏 버무려져 있다.


이름이 독특한 타신은 매우 민감한 코를 가지고 있다. 아주 미비한 냄새까지도 맡는 그야말로 후각이 아주 특화되어 있다. 그런 능력을 이용하여 향수를 제조해 팔고는 있지만, 실은 엄마와 비슷한 체취를 찾고 있다. 그 이면에는 아픈 사연이 자리잡고 있다. 여형사 재경은 9년전 남자친구가 살해사건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최면속으로 빠져든다. 아마도 스쳐지나갔을 범인의 모습에 단서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그 둘을 이어주는 그리고 재경과 재경의 남자친구와도 아주 가까운 두현이 있다. 꽤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집안에서 반대하는 형사를 고집하며 부모님과는 등을 돌렸다. 이 세사람의 은근한 삼각관계도 보여주지만 그렇게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데로 진행되지 않으면 살짝 짜증이 밀려올라오기도 한다.


취준생들만 죽이는 연쇄 살인범이 있다. 하지만 재경의 남자친구인 인석은 경찰대를 합격했던 취준생이 아니었다. 연쇄 범죄를 흉내낸 카피캣일까 아니면, 범인의 실수였을까. 타신의 능력을 믿지 않았던 재경은 그가 들려주는 냄새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차츰 그를 신뢰하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취준생 연쇄 살인이 축을 이루면서 다른 사건들도 살짝 곁가지를 치면서 꽤 짜임새 있게 진행이 된다. 그리고 가진자들의(돈, 권력 등등) 자신의 이익을 위한,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저지르는 것도 다루는 사회 비판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다. 여러 장르가 한데 어우러져 있으면서 꽤 그녀만의 강렬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이제껏도 그랬지만 그녀의 작품은 한번 손대면 쉽사리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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