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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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제왕 이사카 고타로가 선보이는 충돌과 공존에 관한 두 편의 이야기.

이번에 이사카 고타로의 두편의 단편을 엮은 < 시소몬스터 >가 출간되었다. '크로스로드와 몽실북클럽이 함께하는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나는 「스핀몬스터」에 선정되서 이 파트를 읽게 되었는데, 왜 < 시소몬스터 >는 출간되었는데 < 스핀몬스터 >는 출간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2편을 한데 묶었는지 모르고 말이다. 이럴수가 ^^;;

기억이란 재미있다. 저절로 잊히긴 해도 '이 일은 잊어버려야지'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잊을 수는 없다. 특히 꺼림칙한 추억이나 불쾌한 장면은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p. 5)

미토 나오마사. 그는 초등학생 시절 가족들과 1박2일 예정의 여행을 떠났다.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던 차가 휴게소로 들어갈 무렵 검은색 차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팽이처럼 수십번은 돈것만 같았다. 그렇게 사고로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 상대방 차도 역시 4인 가족이었고, 남자애 하나만 살아남았다. 히야마 가게토라. 그 후로 운명처럼 자주 마주치게 된다. 마치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모든 것이 디지털와가 되고 자동화가 되어 있는 세상에 비밀스런 손수 쓴 메세지를 배달하는 미토. 어느날 천재 과학자가 남긴 비밀스러운 편지 배달을 의뢰받는다.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도주하게 된다. 미토를 추격하는 경찰 히야마. 그들은 또 그렇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과연 그때가 되면 이런 시대가 되었을지도 의문이지만, 이야기의 초반에 나오는 문장들은 항상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기억들이란 누군가가 조작하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 조작한다. 시간이 흐르게 되면 어떠한 기억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어 버린다. 꺼림칙한 추억이나 불쾌한 장면은 영원히 기억에 남기 때문에 스스로 현실인지 아닌지도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그것이 나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말이다.

원래 이사카 고타로 작품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열광할때 한걸음 뒤에 물러서있었는데, 이렇게 읽어보니 또 나름 재미가 있는것 같다. 다른 편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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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藏壽마을>
윤재광 지음 / 부크크(book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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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표지가 우선 강렬했다. 어쩜 이렇게 무서운 표지가 있을까.. 혹시 이 책을 들고 다니면 보는 이들이 흠찟 놀라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만 내용을 곱씹어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서삼은 도둑질에 타고났다. 마치 물건이 자신에게 달라붙듯이 쥐도 새도 모르게 훔칠수가 있다. 엄마는 그런 자신을 혼내지 않는다. 아빠는 서삼의 기억에 없었다. 농민운동인가를 하러 떠났다고 들었다. 엄마가 품앗이 일을 해오는 덕에 간간히 입에 풀칠을 했지만, 어느 순간 그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서삼이 도둑질을 해오는 것으로 끼니를 떼우기 시작했다.

재기는 아들 동희가 천재라고 들었다. 범상치 않다. 하지만, 이 검사를 하게된 계기는 다른 뜻이 있었다. 동희를 괴롭혔던 친구가 어느날 저혈압 쇼크로 쓰러졌다고 했다. 그런데 동희의 가방속에서 예사롭지 않은 약을 발견해서 동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동희의 대답은 "하지만, 아빠. 동현이가 죽은건 아니잖아요.."였다.

과거와 현실을 오고가며 서삼과 재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과연 이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까.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100여년전 서삼과 지금의 동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참 많았다. 서삼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한 스님을 만난 본인이 자혼이 깃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얼굴도 못 본 형제의 생을 훔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잉태의 순간, 동생의 혼까지 훔쳤다던 서삼. 불운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선암자로 찾아오라는 말만 남기고 스님은 그렇게 떠났다.

재기는 학교에서 동희가 배울만한 것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주변 아이들의 배척이나 따돌림을 당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재택교육을 맘먹었다. 하지만 아내 재인은 동희의 교육에 매우 열정적이다. 아내를 어찌 설득하나 걱정하며 말을 꺼냈을 때 아내도 흔쾌히 찬성을 했다. 그리고 이사를 결정했다.

도무지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것 같던 두 이야기가 차츰 서로 만나게 되면서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이것은 과거에서 흘러온 저주의 굴레이기 보다도 어떤 개인의 욕심때문인것 같다. 욕심이 커져서 탐욕에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누구나 욕심은 가지고 있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정도에서 벗어나는 욕심은 탐욕에 가깝다. 그것은 스스로를 허물어뜨리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뒤늦게 후회를 해도 소용없을 일들을 인간들은 너무 쉽게 저지르는 것만 같다. 표지만 보고 무서운 이야기면 어찌하나 악몽을 꾸는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긴 했는데, 참 재미있고, 탐욕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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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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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책 표지는 그냥 밝은 낮 같지만, 만약 칠흑같은 어둠이었다면 말이다. 사실 나는 수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낮이든 밤이든 간에 엄청난 공포를 느꼈을것 같다. 하지만 느꼈다는 것뿐이지 그 공포감이 어떤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방향도 모를뿐더러 아무리 허우적 거려도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그런 난감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는 1980년대 사회주의 체제하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퀴어 로맨스 소설이다. 첫시작은 루드비크가 미국에서 조국 폴란드에 게엄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러면서 꼭 네가 읽어주기를 바라는지 잘 모르면서 글을 써내려간다. 루드비크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농촌활동에 참가했다가 야누시를 만난다. 그리고 더이상 감출수 없었던 감정을 그에게서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성애에 대한 나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것이 계속에서 머리 한켠을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지금도 동성애라는 것이 그리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것 같다. 더군다나 루드비크는 1980년대 사회주의 체제에 살고 있었기에 뭔가 지금보다 제약이 심했던 것 같다. 여권을 만들러 간 그에게 은근한 문제가 되는 것만으로 봐도 짐작할 수가 있다. 동성애라는 것이 어떤 범죄인마냥 취급을 당할 것은 아닌데 말이다.

여고를 다니던 시절 컷트 머리를 했던 보이시한 선배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땐 나만이 아니라 몇몇 아이들이 함께 그야말로 오두방정을 떨었던 것을 보면 여학생들만 모인 학교에서 그냥 지금의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이었지, 동성에 대한 애틋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본다. 그래서 거리낌 없었던 그때와는 달리 드러낼수 없는 루드비크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너무나도 애처롭게 느껴진다. 어쩔수 없는 루드비크와 야누시의 선택이었겠지만, 너를 마음에서 지워버린체하는 것도 그만두겠다. 묵살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으니까(p.12)라는 서두부분의 그의 속내가 드러난 부분이 이제는 어둠 속에서 헤엄치는 걸 그만두고자 마음먹은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처음에는 무심결에 지나쳤던 이 문장이 이제서야 이해가 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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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꽃말
김윤지 지음 / 이노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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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방에서 살던 저자가 홀로 서울로 상경하면서 혼자 남겨진 방과 혼자 남겨진 밤들, 홀로 지내 온 날들에 외면하고, 마주했던 사랑과 삶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분명 저자가 "인생에 짜여진 형식이 없는 것처럼 형식 없는 산문집이고"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행과 연이 있는 것처럼 보여 산문시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시라고 여겨지면 한번쯤 움츠려들고 시작하는 통에 책을 오해하고 말았다.


어른, 나는 이 '어른'이라는 단어가 가진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너무 버겁다. (p.86) 과연 어른이라는 것을 무얼까. 나이로 20살이 되면 그냥 어른이 되는 건지. 딸아이는 20살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도 어린아이만 같다. 또래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취를 한다. 딸아이가 친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보면 그녀는 참 어른스러운 것 같다. 그런것을 보면 어른이란 경제적 자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한 일에 책임을 단단히 질 줄 알아야 한다(p.86)라는 말이 공감이 된다. 하지만 딸아이가 그렇게 어른이 되면 섭섭할 것만 같다. 나는 어느날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었을때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


저마다의 꽃들이 가지고 있는 꽃말이 있듯이 사람마다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꽃내음이 다르듯 사람 내음도 다르다.(p.57)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나의 꽃말은 무엇일까였다. 꽃들말다 꽃말이 있듯이 사람들도 저마다의 사연으로 꽃말을 가지고 있을듯하다. 가끔은 만나는 사람들을 판단하곤 한다. 불편했던 사람,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 아마도 내가 그들을 판단하듯 그 사람들도 나를 판단할 것이다. 그 판단이 나의 꽃말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처럼 잘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나의 꽃말을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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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인 사람 - 까꿍TOON
최서연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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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까꿍TOON"을 연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하고는 있지만 거의 걸음마 단계라 이런 툰은 처음 봤다. 책을 다 읽고 내친김에 찾아서 들어가보니 음.. 연재가 되고 있네.. 역시 대세를 쫓아가려다 보니.. 너무 힘들군.. 그냥 난 아날로그 시대처럼 사는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왠지 이 제목은 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이 내향적인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외향적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속내는 버리지 못한것 같으니 나도 '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저자가 현재 대학생이라고 하니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대학시절이 떠 올랐다. 단화만 신던 내가 대학생이 되었다고 조금 굽을 세운 구두를 신다가 거의 킬힐을 정점으로 다시 찬찬히 굽높이가 낮아져 안정감을 찾을수 있었다. 내리막길에서 스피드를 주체못해 내려오다 하수구에 굽이 빠진것처럼 나는 빙판길이 된 내리막길을 굽높은 구두를 신고 부들부들 떨면서 내려오던 기억으로 안내했다. 그때와는 사뭇다른 풍경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고나 할까.

특히나 첫장을 장식한 지하철 빌런은 너무 심하다 싶다. 평소 주변 소리를 듣기 위해 오른쪽 이어폰만 끼는데, 잠시 잠들었다 깨어보니 왼쪽 이어폰이 어느 아주머니 귀에 있었다고 한다. 어차피 한쪽 이어폰은 안들으니 내가 꽂을께 하면서 당당하게 있었다는 분때문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게된 이유라고 하는데, 정말 이런 경우라면 완전 최고 빌런이 아닐까. 외향적인 사람이라기 보다는 민폐갑인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격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일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그림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인물구별하고(어느 책인가는 사람구분이 힘들더라) 특징적인 것을 무난하게 잡아내며 비슷한 시기는 아니더라도 옛일을 기억하게끔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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