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소메이 다메히토 작가의 책 중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책이다. 이웃들을 통해서 책 이야기나 작가에 대해서 듣기도 하지만 이 작가에 대해서는 정말로 일면식도 없다. 630여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하루만에 읽을 정도로 가독성이 꽤 있는 이야기면서 결말로 치닫을때의 느낌이란...마음이 너무나도 아려온다고나 할까.
1년 6개월전, 당시 18세의 나이로 일가족 세명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언도 받은 소년범이 탈옥을 했다. 글쎄, 일본의 법은 18세에도 사형을 판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저 나이때부터 성인으로 판단을 하는 것인가. 어쨌든, 2살 어린아이도 살해했고, 처음에는 범행을 인정했지만 법정에서 절대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기에 괘씸죄가 적용이 되었을까. 가부라기 게이치, 그는 정말로 감정도 없는 희대의 살인귀였을까.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가부라기가 신분을 숨기고 도주하는 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마치 단편 소설을 읽듯이 읽어나갈수 있다. 양이 방대하고 등장인물이 여럿이다 보면 자칫 혼동할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매우 좋았다. 자신을 쫓는 형사들을 피해 가부라기는 무엇 때문에 도주극을 벌이는 것일까. 당시 현장에는 일가족 3명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생존자 '이오 요시코'가 있었다. 어떤 원한이 있길래, 가부라기는 그녀를 찾는 것일까. 그녀까지 살해하려고 하는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각 장에서 만난 가부라기는 살인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냉정한 사람이지도 않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렴풋이 무언가 길을 잘 못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다. 아마도 그는 올바른 길로 시간을 돌리고 싶었을테다. 하지만 왜 애초에 우리는 길을 잘 못 들어서게 되는 것일까. 법은 비록 열 사람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한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때때로 그 법이 우리를 억울하게 혹은 잘못된 길로 밀어넣는 것만 같다.
"정의는 때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고 한다. 하지만 때론 너무 늦게 오는게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정의는, 그리고 진실은 좀 일찍 서둘러서 반드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