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이 끌렸던 것은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서도 '슬픔'이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그냥 일상적인 좋은 말들(?). 아마도 지금 내 기분 상태가 '슬픔'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였을까? 흔히들 이별을 했을때 유행가 가사가 다 내 이야기를 하는것 같다고 하는 것처럼 아마도 책도 자신의 기분과 통하는 점이 있는듯하다. 저자의 전작 <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을 읽었을 때는 나도 엄마가 아프신 상태라 눈물을 쏟으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은 조금 내가 힘들었던 상황에 놓였다면 저 공감을 하면서 읽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나와 맞지 않는 책이었다는 절대로 아니다. 그냥도 참 괜찮은 말들이구나 하면서 엄청 표시를 하면서 읽었으니, 슬프지 않은 지금의 내 상황이 감사할 뿐이다.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갔던 이야기가, 배우 오정세의 수상 소감이었다. 꽤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중에 하나인데, 흔히들 그렇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상복이 별로 없다. 많은 주연배우들이 거품이 낀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지 싶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쇼.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p.106, 107)
누구든 어떤 일을 할때는 열심히 한다. 물론 일부 예외인 경우는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일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디 그것이 본인 탓일까. 애초부터 다른 출발선에 서서 달리는데 말이다. 그러니 그건 당신이 열심히 안해서 그런게 아니라, 세상이, 삶이 원래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사실 말이라는 건 참 중요하다. 모두들 그 말이 듣고 싶은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말". 이 말이 정답이긴 한데, 간혹 눈치없이 기름을 확 부어버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눈치없는 것을 알까. 그런 사람들 공통점은 '나만 억울하다'일텐데 말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어느 프로그램에서 하교중인 한 여자아이에게 남자진행자가 질문한다. "어떤 사람이 될꺼예요?" 수줍어 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진핸자가 말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이때, 옆에 있던 여성진행자가 무심히 말을 던진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해(p.28) 뭐래?라고 처음에는 반응했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남보다 더 잘되라고 너무나도 혹독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딸아이가 초등학생때 남들 다 한다는 한자능력시험에 욕심을 내서 시켜보려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근데 맘처럼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한자를 배우게 되니, 스스로 하게 되더라. 본인이 필요를 느끼면 열심히 하게 되던데, 내가 너무 무리하게 시켰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관심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원하는 것을 하게 하면 되는데,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압박을 너무 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하고싶은대로 나름으로 열심히 살면 안되는 것일까.
이 외에도 좋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 책이었다.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때문에 많은 이들이 힘들다. 또한 다른 별개의 문제들로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나도 지금은 괜찮지만 또 어떤 문제로 고민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때 따듯한 위로가 필요해질때 이 책에서 본 말들을 되새겨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듯, 매일을 버티는 우리를 안아주는 애틋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