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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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지내요 >

이 책 제목을 쓸때마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떻게 지내냐구 묻는줄 알았다고..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살고 있는지..벌써 2년전, 모르고 지내던 시절보다도 알고 지낸 시절이 이제는 더 길어진 친구들을 친구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20살 시절 만났던 친구들인데 이제는 마흔을 넘겨버린 친구들.. 나는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던 터라 무릎을 굽히는게 힘들었고, 한 친구는 스탠스 시술을 받았고, 그러면서 하나둘 누가 더 아팠나 배틀을 하듯 털어놓았다. 사는게 바빠서 어떻게 지내는 줄도 몰랐던 친구들..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한번쯤은 "어떻게 지내"라고 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날 암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병문안을 나선다. 그런데 친구가 불쑥 내민 뜻밖의 제안. 안락사 약을 구했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끝을 맞으려고 하는데 함께 해달라고 한다. 만약 내가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과연 승락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시한부를 선고받았을때면 치료를 받으며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보내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제안을 받는 입장이라면 처음에는 많이 울겠지. 친구 앞이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혼자서 슬픔을 삼키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까지 무덤덤하게 함께 할수는 없을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거절을 해야할 것만 같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p.167)

어찌보면 나는 전자의 경우인 것만 같다. 어린시절에는 금방 욱하기도 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유해지거나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나로 인해 견디며 살 수 있다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나한테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분명 소설이라 들었는데 하면서 앞을 다시 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한층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내게 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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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플갱어 책 읽는 샤미 7
최이든 지음, 여우지니 그림 / 이지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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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은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와 살고 있다. 어려서 캐나다로 유학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태현. 어느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다. 그냥 나타나기만 하면 좋은데, 이 도플갱어는 급기야 태현이 좋아하는 것들을 빼앗아 가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 '루팡, 부탁해'의 운영자 해원. 미래의 프로파일러를 꿈꾸고 있다. 사소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해결사이다. 어느날 그림자라는 닉넴으로 '자신의 도플갱어를 찾아달라'는 쪽지를 받게 된다. 이제껏 맡아왔던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의뢰인. 과연 해원이는 그림자의 도플갱어를 찾을 수 있을까.

도플갱어란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자신의 분신인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면 죽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워낙 사람들도 많다보니, 완전 남남인데 정말로 똑같은 사람도 있고, 정말로 환생한듯 비슷한 사람도 많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기분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물론 일란성 쌍동이가 아닌 정말로 나의 도플갱어를 말이다. 하지만 죽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도플갱어를 만나지 않아야 하는게 좋겠지만, 21세때 도플갱어를 봤다는 괴테는 83세가 될때까지 장수를 누렸다고 하니, 아마도 낭설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어쩜 도플갱어라는 것은 일종의 망상의 시작이라 그런 소문이 돌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태현이는 부모님이 왜 싸우는지 왜 이혼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항상 엄마랑 살거지?라고 묻는 엄마, 이혼을 한 후에 만나지 못했던 아빠, 그리고 낯선 곳에서 홀로 떨어져 있다는 외로움이 태현을 힘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리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야"라는 말이 너무나도 짠하게 느껴진다. 왜 어른들은 너는 어리니까 몰라도 돼, 어린게 뭘 알아?, 다 널 위한거야? 라고 하면서 아이들의 상처는 보듬어 주지 않는 것 같다. 이 동화는 꼭 어른들이 읽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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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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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의 침묵이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는 1964년, 뉴욕 퀸스에서 발생한 유명한 사건 이후 시작되었다. 전에 방송에서 이 사건에 대해 본 기억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사건이 먼저 떠올랐다. 키티 제노비스라는 젊은 여성이 아파트 밖에서 살해당한 사건인데, 그녀가 공격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공격을 당하는 소리를 38명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돕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꼭 짚어서 "까방 가방을 들은 아저씨, 신고해주세요"등 누군가를 지목하라고 들었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은 군중속에 있으면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에 머뭇거리지만, 지목을 당하게 되면 온전히 자신에게 책임이 지워지기 때문에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p.47)"이라고 마틴 루터 킹은 말한다. 왜 우리는 침묵하게 되었을까. 예전에 지하철역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할머니를 만난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가 마음이 불편해서 다시 돌아갔다. 전철에서 짐을 잃어버려 집에 갈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유실물 센터에 함께 가주려고도 했고, 아들에게 전화를 해주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다 거절이었다. 전철역에서 내려서 집에 갈 차비를 보태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손을 건네고도 싶다. 하지만 그 손을 움츠러들게 하는 것을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게다. 아마도 그 할머니가 아들과 통화를 할수 있게 하거나 유실물 센터에 가거나 하는 등의 내가 제안했던 방법을 함께 했다면, 난 그 할머니에 대해 드는 의심을 접을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택시 타고 가시라고 돈을 드리고 돌아서는 내게 더 줄수 없느냐는 말은 참 사람의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가끔 같은 이유로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방관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나쁜 행동을 허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나쁜 행동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 나서서 올바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p.47)이 문장을 유심히 보았다. 내가 해야했던 올바른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그 사람들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어, 그러니 내가 해야하는 올바른 행동은 없었어라고 생각은 했는데, 여러번 이 문장을 읽다보니 어쩜 나만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되는거야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선한 사람들이 침묵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방관들, 그리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는 법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타인에 의해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혹은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서 내가 편한게 제일이지 하면서 스스로 방관자의 삶을 택하고 있는 것도 같다. 우스갯 소리로 "불의를 보면 꾸욱 참는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방관자의 삶을 택한다면, 좁게는 내 아이가, 넓게는 사회가 모두 방관자가 되어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까. 개개인의 조그마한 노력이 사회를 바꿀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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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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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가지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냥 단락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색의 종이로 분명이 구분되어 있다. 살짝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듯한 시간적 차이는 있다. 하지만 둘 다 애비게일과 팀 스콧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들이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의 입체감이 살아나면서 독자와 밀착감을 형성하는 것 같다.

몽롱한 상태에서 깨어나는 애비게일.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팀 스콧의 아내였던 애비는 5년전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완벽했던 그녀를 잊지 못했던 팀은 과학의 힘을 빌려 로봇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그리고 옛 기억들을 그녀에게 업로드 시킨 것이었다. 그녀는 팀이 업로드했던 기억들 사이에서 많은 의문과 마주치고 그 비밀을 풀게된다. 순간 팀이 거짓말을 하는줄 알았다. 기억을 잃은 애비에게 '너는 로봇이다'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과연 현재의 혹은 미래에 올 이런 인공지능이 여러가지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시신을 찾지 못했고, 팀이 아내를 죽인게 아니냐는 의문으로 기소까지 되었던 상황에 갑자기 등장한 로봇 애비를 보고 사람들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기도 했던 것을 보면 살짝 픽션을 감안하고 이야기에 빠지는 것이 옳으리라 본다.

애비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문자. 그리고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던 팀에게 드는 의심스러운 일들. 자폐증을 보이는 대니. 그리고 자폐증인 아이를 남겨두고 자취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애비는 실제 애비가 살아있음을 직감한다. 대니와 함께 애비는 팀에게 벗어나기 위한 탈출을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코봇인(companion robot, 동반자 로봇) 애비가 자신의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해서 마치 제 3자처럼 자신을 '당신'이라고 하면서 이야기가 서술되어 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결말을 이르러서야 '이게 뭐지?'하는 의문점과 함께 잠시 고민을 해야했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사실 하나. 아.. 처음부터 작가에게 농락당했다. 어쩌면 이게 작가의 저력이 아닐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나는 그리 뛰어난 독자는 아니지만 저자는 분명 날아다닌 것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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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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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시집을 읽을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정말 시를 모른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잘 모른다이다. 그야말로 시집을 읽으면 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만 읽을 뿐이다. 그래서 시집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더더군다나 50년 가까이 사랑 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대표 시선집을 손에 들고 있어도 마치 개발에 편자를 댄 것처럼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나 했다. 하지만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이 시선집은 무난히 읽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 마지막의 해설은 아직 읽지 않았다.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냥 내가 느낀대로 리뷰를 적고 싶었다. 가뜩이나 시를 어려워 하는데, 다른 이들의 해설을 읽으면 그나마 느낀 - 대단하지는 않지만 - 내 감정들이, 마치 학창시절 이 시에서는 꼭 그리 느껴야만 하는 것처럼 강요받는 것 같아서라고 핑계를 좀 대본다.


1973년 등단해 사랑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시인의 대표작 275을 엮은 시집이다. 총 7부로 나뉘어서 시를 실었는데, 1, 2부를 읽을 때는 마치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읽다보면 말로만 들었던, 혹은 옛 서울역앞 풍경이든 머리속에 그려진다. 특히나 「어느 어머니의 편지」에서는 독재에 맞섰던 아들을 떠나 보내고 그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모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내게도 아이가 없었더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그런 애틋함을 말이다.


올해도 수유리에 백목련은 피는데

아들아 주열아 내 새끼야

서러운 네 무덤가에도 봄은 오느냐

4월의 푸른 땅 푸른 하늘 위로

혁명처럼 봄은 또 오고 있느냐

「어느 어머니의 편지」 中


너무나도 좋은 시들을 읽어나가다가 「폭풍」이라는 시에 이르렀을 때는 리뷰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평탄하지만은 않다. 더더군다나 오늘과 같은 펜더믹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말이다. 그나마 나는 좀 사정이 좋은 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난감한 일이 있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다그치는 시 같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폭풍」 中


아마도 시라는 것은 억지로 읽으려 하면 그저 흰종이 위에 씌어진 검은 글씨일뿐일테다. 시집을 읽으면서 이렇게 뿌듯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뭔가 하나는 이해하고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숙제같은 맘으로 읽어서였을까. `그래도 이 두툼한 50여년의 시인의 노고가 담긴 시집을 읽고 마음에 와닿은 시가 있다는 것이 내 스스로가 너무 만족감이 들어 감상을 적는 지금의 내 손이 참 가벼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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