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입니다
박길영 지음 / 온유서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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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대부분 시험을 준비하는 데 보냈다. 하지만 결국은 시험에 실패하고 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20대에 무언가 이룬게 없이 보내버리면 실패한 것일까. 20대일때가 인생의 절정기인가? 20대때 무언가를 결정하고 진로를 결정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 되지 않는가? "No"라고 당당하게 대답을 하고싶다. 우리는 초중고를 거치고 또 수능을 통해 대학을 진학하고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대학생이 되어야 그리고 취업을 해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산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이 제목처럼 인생에는 한 번도 '제철'이 아닌때가 없었다. 다만 자기 스스로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저자는 밭두렁에 옥수수를 심어 보니 참 손이 덜가 편하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알아서 잘 크고 실한 옥수수 열매를 맺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왜 이렇게 쉬운 작물을 사람들이 키우지 않는건가 농사 선배님께 물어봤다고 한다. 옥수수를 조금만 키우면 손이 안가지만 밭 전체에 심기 시작하면, 차원이 달라진다고 한다.

작은 성공이 모든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에도 그 차이를 망각한 채 작은 지식으로 세상 전체를 이해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p.138)

가끔 조언을 한다고 일장연설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실제의 경험담으로 조언을 한다면야 좋겠지만 어설픈 경험, 혹은 글로만 배운 얕은지식으로 남을 참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작은 규모로는 꽤 괜찮았지만 큰 규모로 만들게 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끔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40년을 넘게 몸을 써왔으니 이제 여기저기 고장이 날때도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내가 조금은 더 영글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지금 당장 풀리지 않는 일이 있다고 해서 당장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것 같다. 한때는 한도 끝도 없이 바닥을 친다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절대로 바닥만 치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희망이라는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처럼, 농사도 인생도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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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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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재미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방식으로 역사를 이야기로 만드는 것입니다.(p.290, 작가의 말 中) 작가의 생각이 이러할진데 어찌 이야기가 재미 없을수 있을까 싶다. 작가는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는 작가 이름 자체가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좌포청의 이종원, 우포청의 육중창, 묘한 경쟁관계인 두 포청의 군관들이 뭉쳤다. 비록 첫만남은 용의자를 쫓다가, 잠입수사를 하다가 티격태격 만난 사이지만 그들의 활약은 손발이 꽤 척척 맞는다. 물론 처음부터 잘 맞았던 것은 아니고(두사람의 티카타카가 유쾌하다), 육중창은 꽤 안정적으로 보이는데, 이종원은 참 허당끼 넘친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기우였다. "권력을 가진 자가 부당하게 그 힘을 사용할 때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우리가 할 일은 그걸 막는 일이야(p.214)"라는 생각을 가진 군관들이라면 어떤 사건이든 안심하고 맡길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맡겨진 첫 임무는 사라진 의열당 기와를 찾는 것이다. 의열당은 정조 임금의 할머니이신 영빈마마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의열당의 기와는 다른 기와와는 달리 궁궐에서 사용되는 기와이다. 도대체 누가 훔쳐간 것일까. 그들은 협공을 통해 사라진 기와를 찾는다. 하지만, 부제로까지 설정된 "사라진 기와"편이 이대로 마무리 되나라는 의구심이 생길 무렵 등장한 정약용으로 인해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음을 독자는 직감하게 된다. 휴우~ 이대로 끝나버렸으면 아쉬울뻔했다.

사실 정명섭 작가의 매력은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극의 사실감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닐지 의심을 할 만큼 그 사실감은 대단하다. 그만큼 많은 자료들을 조사하며 글을 쓰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하나 놀라운 사실 하나. 이종원과 육중창도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다산은 우리가 역사를 배울때부터 익히 들어온 유명한 인물이지만, 이런 군관까지 실존인물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다니 이 소설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수가 있을까.

이 <조선의 형사들>을 읽으면서 사실감에 착각하지 마시라. 여기는 2021년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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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조연희 지음, 원은희 그림 / 쌤앤파커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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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의 청춘은 근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원시라고 말한다. 물론 실제로 근시와 원시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청춘시절은 숲을 보지는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며,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서슴치 않고 벌이는 시기일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차츰 숲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을 비유한 것은 아닌가 싶다. 가끔 딸아이를 보면 별거 아닌것 같은 일에 성을 낼때가 있다. 내가 볼 때는 별거 아닌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 나도 그 나이때는 그러지 않았을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유해지는 것이 아닌가.

잔잔하게 읇조리는 것 같은 저자의 이야기는 참으로 맘을 편하게 한다. 곳곳에 씌여있는 저자의 시는 예전에 써놓은 시들은 예전에 써놓은 것일까, 아니면 글에 맞게 새로 지은 것일까. 자신의 시를 '졸시'라고 표현하며 한껏 자신을 낮추어 말한다. 그래서 더 정감 가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고틍 옥상에서 내려다보듯 그렇게 인생이 한 눈에 조감 될 줄 알았어요. 누군가를 더는 그리워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뜨거운 미역국에 혓바닥을 데는 일 따원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마음은 설설 끓고 목구명은 따갑기만 합니다.(p.252)

옥상에서 내려다보듯 그렇게 인생을 바라보는 때는 아직 멀지 않았을까.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저자는 386세대라고 하는데, 뭐 그 정도면 아직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가 싶기도 하다. <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 처음부터 이 제목이 참 맘에 들었다. 젊은날의 힘든 것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 힘들면 힘든대로 그렇게 이겨나가야 더 성숙해질 것만 같다.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그것도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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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친구 1 스토리콜렉터 95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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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공포스럽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보이지 않는 친구"라고 해서 혼령이라는 생각을 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른 의미에서 등골이 서늘해지게 한다. 오컬트 적인 요소가 가미되어서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의 선과 악이 만나게 된다.

아버지가 죽고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내몰렸던 크리스토퍼와 엄마 케이트. 엄마의 새로운 연인 제리의 폭력에 야반도주를 하며 밀그로브라는 소도시에 정착하게 된다. 케이트는 크리스토퍼를 학교에 보내고 난독증이 있는 그를 응원하며 잘 키우려고 노력한다. 어느날, 크리스토퍼가 실종되었다가 6일후, 미션스트리트 숲 반대편에서 발견된다. '착한 아저씨'를 따라 큰 길가로 나왔다는 크리스토퍼는 난독증이 고쳐지는 등 초자연적인 힘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다. '착한 아저씨'의 요구에 따라 미션스트리트 숲 속에 나무집을 짓기 시작하고 그 집을 통해 상상의 세계로 오고가게 된다. 아이들의 무서운 이야기 속 중 하나는 50여년전 실제 있었던 사건임이 밝혀지고, 크리스토퍼도 그 아이와 같은 일을 겪게 된다.

오컬트적이라고 하면, 박해로 작가의 <섭주> 같은 작품도 같은 맥락의 책이지 않을까. 아마도 내 정서에는 <섭주>에서 읽은 기이함이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어느 유명한 블로거의 이 소설을 소개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우리에겐 별로 공포스럽지 않지만 서양사람들의 정서에는 섬뜩함을 느끼기 충분하다고 한다. 저자를 영화계에서 활동을 한다고 소개를 봤었는데, 영화 <원더>의 감독이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이 영상화가 된다면 꽤 흥미로울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도 그 이미지가 머리속에 잘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1편밖에 읽지는 않았지만 '뱀 같은 여인'의 힘은 꽤 굉장한 것 같다. 과연 '착한 아저씨'와 크리스토퍼는 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50여년전 사건에 진실을 밝혀질까. '뱀 같은 여인'의 목적은 무엇일까. 크리스토퍼 아버지는 이 일들과는 무관하지 않은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과연 연관이 있을까. 모든 궁금점을 풀려면 2권을 읽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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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배은희 지음 / 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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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결혼 20년 만에 아파트를 샀다. 아이들도 다 키웠고, 이제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위탁을 선택했다. 갑자기는 아니고 막연하게 입양이나 위탁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한다. 위탁가정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는 모르고 있었다. 가정위탁제도는 부모의 사정으로 가정에서의 양육이 불가능한 아이가, 시설이 아니라 가정에서 보호받고 양육되도록 돕는 제도다.(p.19)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 가정에서 자라면 좋겠으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시설에서보다는 어떤 가정이라는 틀에서 자라는 것이 매우 좋을듯 싶다.

언젠가 계부와 친모의 감금과 학대에 못이겨 탈출을 했던 아이가 있었다. 이 책에도 그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는데, 아이가 가고 싶다는 곳이 바로 잠시 살았던 위탁가정이었다고 한다. 그 분들이 부모가 주지 못했던 사랑을 아이에게 많이 베풀었음이 틀림없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으면서 커야 한다. 또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정인이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정인이는 위탁가정에 자라다가 입양되었는데, 입양부모의 학대로 인해 안타깝게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당시, 위탁모께서 참으로 아파하셨던 모습을 기억한다. 혈연관계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자신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담뿍 보내주셨다.

배은희 엄마도 작은천사 은지를 아주 귀하고 예쁘게 키운다. 다만, 주변의 사람들만이 그것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입양도 아니고 위탁을 한다고? 무슨 보상이 있지 않겠어?라는 시선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떨쳐내고 은지의 엄마가 되어 주셨고, 가족이 되어 주셨다. 은지는 정신지체가 있는 스무살 미혼모의 딸이다. 위탁이라는 제도는 입양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그 어떤 권리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은지의 엄마가 다시 데려가겠다고 하면 그것으로 위탁은 종료된다고 한다. 헤어지기 위해 가족이 되었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는 말도 사실 좀 거슬린다. 그분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어찌 계약갱신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 곳곳에 저자의 가족들의 은지를 향한 사랑을 느낄수가 있다. 이 가정의 행복을 빌어주지 않을꺼라면 차라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를. 괜한 말로 저자에게 상처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지와 저자 가족들의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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