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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아밀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평점 :
저자는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고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기도 한다. 부럽다. 다재다능한것 같아서. 이 책은 「로드킬」, 「라비」, 「오세요, 알프스 대공원으로」, 「외시경」, 「몽타주」, 「공희」 6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특히나 저자는 「로드킬」로 2018 SF어워드 중·단편 소설 부문 우수상을, 「라비」로 2020 SF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로드킬」은 꽤 읽으면서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해야하나.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 사시사철 여름이 되어 버린 미래의 어느날, 정부에서는 진화에서 도태되어 버린 여성들을 '1급 보호대상 소수인종'으로 분류했다. 이는 인류문명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인종으로 지정되었단 말이다. 그녀들은 오늘의 생태계에서는 살해당하거나 '잡아먹힐' 연약한 인종이므로 보호하고 교육해서 정부가 선정한 남자들의 선택을 받아 학교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다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어제 오늘 연이어 터지는 아프카니스탄의 사태를 보면 말이다.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첫날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는 여성들이 자취를 감췄다. 남성 보호자와 동반하지 않거나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한 여성들이 집에 머문 것이다"라는 기사를 보고, 이시간을 살고 있는 지금도 이 SF를 가미한 이야기 같은 곳이 있구나. 정말로 머지않아 여성이라는 인종을 보호 받아야만 할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데이트 폭력에 희생당하고, 감히 목숨을 걸고 이별을 해야하고, 강간 피해자는 날이 갈수록 어려지는 세상인데 과연 여성으로서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만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서는 이들이 있어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공희」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어렸을적부터 들어왔던 어린처녀를 제물로 바치는데, 젊은 무사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줘서 행복하게 살더라라는 이야기의 후속 이야기인것만 같다. 전적으로 내생각. 그토록 멋진 수를 놓는 것도 함께 살다보니 약점이 되어가고, 불화의 씨앗이 되어 버린다. 이 뿐만 아니라 「외시경」에서도 비슷한 스토리를 볼 수가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저자 본인은 "곤경에 빠진 처녀"들의 이야기에 오랫동안 얽매여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 나온 여성들은 정말로 곤경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누가 그들을 곤경에 빠트린 것일까. 이 세상은 왜 여성을 곤경에 빠트릴까.. 곰곰히 생각을 하게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