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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평점 :
방관자의 침묵이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는 1964년, 뉴욕 퀸스에서 발생한 유명한 사건 이후 시작되었다. 전에 방송에서 이 사건에 대해 본 기억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사건이 먼저 떠올랐다. 키티 제노비스라는 젊은 여성이 아파트 밖에서 살해당한 사건인데, 그녀가 공격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공격을 당하는 소리를 38명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돕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꼭 짚어서 "까방 가방을 들은 아저씨, 신고해주세요"등 누군가를 지목하라고 들었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은 군중속에 있으면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에 머뭇거리지만, 지목을 당하게 되면 온전히 자신에게 책임이 지워지기 때문에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p.47)"이라고 마틴 루터 킹은 말한다. 왜 우리는 침묵하게 되었을까. 예전에 지하철역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할머니를 만난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가 마음이 불편해서 다시 돌아갔다. 전철에서 짐을 잃어버려 집에 갈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유실물 센터에 함께 가주려고도 했고, 아들에게 전화를 해주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다 거절이었다. 전철역에서 내려서 집에 갈 차비를 보태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손을 건네고도 싶다. 하지만 그 손을 움츠러들게 하는 것을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게다. 아마도 그 할머니가 아들과 통화를 할수 있게 하거나 유실물 센터에 가거나 하는 등의 내가 제안했던 방법을 함께 했다면, 난 그 할머니에 대해 드는 의심을 접을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택시 타고 가시라고 돈을 드리고 돌아서는 내게 더 줄수 없느냐는 말은 참 사람의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가끔 같은 이유로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방관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나쁜 행동을 허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나쁜 행동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 나서서 올바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p.47)이 문장을 유심히 보았다. 내가 해야했던 올바른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그 사람들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어, 그러니 내가 해야하는 올바른 행동은 없었어라고 생각은 했는데, 여러번 이 문장을 읽다보니 어쩜 나만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되는거야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선한 사람들이 침묵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방관들, 그리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는 법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타인에 의해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혹은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서 내가 편한게 제일이지 하면서 스스로 방관자의 삶을 택하고 있는 것도 같다. 우스갯 소리로 "불의를 보면 꾸욱 참는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방관자의 삶을 택한다면, 좁게는 내 아이가, 넓게는 사회가 모두 방관자가 되어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까. 개개인의 조그마한 노력이 사회를 바꿀수 있으리라고 본다.